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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걸까?

『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 김경선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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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업은 어느 작업보다 자유로웠던 거 같아요. 에세이라는 형식이 그런 장르이기도 하지만 내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어요. (2022.02.25)

김경선 저자

20년 가까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책을 쓰며 어른과 아이의 세계를 모두 오갔던 김경선 작가. 어른이지만, 여전히 성장 중인 어른들을 위한 그녀의 첫 에세이 『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 가 나왔다. 열정이 끓지만 실수 투성이였던 30대와 짬밥이 늘고 열심히 사느라 정신없었던 40대를 지나 50대에 이르러 펼친 작가의 일기장. 그녀는 엄마와 작가로 사는 일이 처음 시작은 모두 서툴고 실수투성이였음을, 하지만 사이사이 큰 힘이 되었던 작은 성취들이 있었음을, 그 과정 중 발견한 반짝이는 성찰의 순간들이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이번이 첫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쓴 건데, 작업하면서 느낀 점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쓰던 이전 작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이번 작업은 어느 작업보다 자유로웠던 거 같아요. 에세이라는 형식이 그런 장르이기도 하지만 내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나를 더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어요. 어린이 책에서는 이야기가 어떻게 흐르건 간에 어린 인물들의 성장이 이루어지는데, 어른의 일기 같은 에세이도 마찬가지로 성장을 다루게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은 대상 독자가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바뀌어도 비슷한 것 같았어요.

세상의 많은 직업 중 글 쓰는 것이 직업인 작가는 다른 직업과 어떤 것이 가장 다를까요?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면?

작가라는 직업에는 경계가 없어요. 한계도 없고요. 머릿속 생각과 상상에 불가능한 것이 없듯이 작가는 무엇이건 원하면 글로 쓸 수 있어요. 하지만 책에도 썼듯이 처음부터 그런 자유를 누리기는 힘들어요. 작가가 직업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글을 누군가 봐주어야 하고, 그래서 돈벌이가 되어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시간을 두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직업인으로서의 작가가 되는 때가 와요.



어린이 책을 쓰면서 어른과 다른 어린이들의 세계를 많이 탐구하셨을 것 같아요. 아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아이들을 관찰하며 가장 놀라웠던 건 인간의 성품이 어릴 때부터 드러난다는 거였어요. 어린이라고 하면 어려서 아직은 미숙하고 생각이 짧다고 여기곤 하잖아요. 그래서 잘 가르쳐야 한다고요. 그런데 아이들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정말 어른인가 하고 느낄 때도 많았어요. 저는 아이들과 소통하는 일이 많았는데요. 제가 가장 큰 위로를 받은 건 아이에게서 였어요. 아이에게 나의 고민을 일일이 말하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아이는 정확하게 나의 아픔을 알고 딱 적당하게 위로를 해주었어요. 정말 감동스러웠어요. 그리고 또 어떤 아이는 내가 책에서 전하려고 했던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공감을 전해왔어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지 못한 부분을 보는 눈이 있는 것 같아요.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 젊은 층 독자들과 작가님의 시대가 많이 다르지만 여전히 비슷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점, 비슷한 점 등을 얘기한다면?

불과 몇 년 사이에도 여성에 대한 생각과 인식은 빠르게 달라졌어요. 그건 남성과 여성이 함께 여성의 문제를 고민했다는 의미일 거예요. 저의 젊은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여 다른 점이라고 하면 그런 노력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저는 이 점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최근에는 여성의 이야기가 바로 젠더 갈등으로 이어질 때도 있는데요. 그 모습이 너무 날카로워서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모두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여기고 있어요.

출산율이 참 낮은 시대예요. 그래도 작가님 책에서는 출산 예찬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오기도 하고, 육아 과정에서 부모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참 감동 깊게 다가와요. 출산, 육아에 대한 작가님 생각을 좀 더 들려주세요.

출산과 육아는 개인의 선택이지요. 저도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결혼 전 언니가 아이 낳을 때 산통으로 힘들어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두려운 마음이 아주 컸지요. 저의 출산도 다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출산은 육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어떤 노동보다 강도가 높지요. 그런데 그 속에서 정말 놀라운 행복감을 느껴요. 그건 아이가 제게 주는 사랑과 믿음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아기가 엄마에게 주는 사랑은 순도 백 퍼센트의 사랑이거든요. 저는 아기의 사랑과 믿음으로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어요. 

요즘 수명 연장으로 흔히들 백세시대를 얘기하고, 또 60대는 노인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외모도 라이프스타일도 젊어지고 있는데요, 작가님이 경험하고 느끼신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20살 때는 25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어요. 아니더군요. (웃음) 서른이 되도, 마흔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쉰 즈음에 이르니 좀 여유가 생기더군요. 그래, 이제 좀 사는 걸 알겠다 싶었는데 조금 지나니 몸 상태가 아주 달라졌어요. 흔히 말하는 갱년기인데, 몸이 약해지니 견디기 힘들더군요. 

사람들은 나이 들면 연륜이 생기고 여유가 생길 거라고 여기는데 그건 사실 젊은이보다 더 많은 실패와 고통을 경험했기 때문일 거예요. 실패와 고통이 어떤 모습으로 와서 어떻게 끝나는지 여러 차례 겪으면서 조금 예측할 수 있게 된 거지요. 하지만 매 순간이 내 삶에 처음인 건 여전해요. 그러니 삶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예요. 더 큰 실수하기 전에 이제라도 더 양보하고, 좀 손해 보면서 나이 듦의 시간을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에는 어떤 책을 쓰고 싶으세요?

저는 걱정쟁이라고 할 만큼 걱정이 많은 편이라서 내 몸에 달라붙은 ‘걱정 씨앗’에 대한 이야기를 최근에 썼어요. 이 글에 이어 사람의 마음에 대한 글과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가진 강력한 힘에 대한 글을 좀 말랑하고 흥미롭게 보여주는 글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걱정이 많아 걱정인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겨운 사람, 난 도대체 뭘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책으로 나올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우선 글부터 쓰고 천천히 애써 보려고요.




*김경선

과학, 역사, 문화, 철학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어린이·청소년 책을 기획하고 썼다. 2005년에 『미래과학사전』으로 과학기술부 과학문화재단에서 우수과학도서상을 받았고, 국립중앙박물관 음성 안내 서비스 원고와 한글국립박물관 어린이 책을 집필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와글와글 할 말 많은 세계사 1』, 『떴다! 지식 탐험대-인체, 공룡』, 『돌멩이랑 주먹도끼랑 어떻게 다를까?』, 『미니스커트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 『꼰대아빠와 등골브레이커의 브랜드 썰전』, 『세상을 들여다보는 한자』, 『말공부 역사공부』, 『세상을 흔들어라 콘텐츠의 힘』 등이 있다.




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
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
김경선 저
머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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