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특집] MBTI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 - 한국MBTI연구소 김재형
<월간 채널예스> 2022년 2월호
MBTI는 대체 무엇이고 왜 인기가 있는 것이며,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국MBTI연구소 김재형 부장에게 물었다. (2022.02.11)
심리 검사를 실시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검사 대상이다. 모든 사람이 특별한 목적 없이 다양한 심리 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 삶에서 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이 더 큰 내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병리를 예측해서 치료에 도움을 줘야 하는 경우도 있고,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적성과 흥미를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목적에 맞게 적절한 심리 검사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MBTI는 성격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한 검사다. MBTI는 자신의 성격이 궁금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단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비대면 코로나 상황이라는 조건 때문에 기본 버전인 MBTI 온라인 검사를 받는 빈도가 높아졌다. 이에 MZ세대가 적극 동조하면서 지금의 인기를 만드는 것 같다.
MZ세대는 지금의 10대부터 넓게는 30대 초중반까지 아우르는 세대다. 이들은 이미 MBTI에 노출된 경험치가 있다. MBTI가 한국에 들어온 지 3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학교에서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해 다방면으로 MBTI를 활용해왔다. 학창 시절에 한번쯤은 MBTI를 해봤을 테니 ISTJ나 ESFP 같은 MBTI 코드에도 익숙해, 보다 쉽게 MBTI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를 알고 싶고 궁금한데 이를 알려주는 신뢰할 만한 도구가 있으니 활용하는 것이다. 검사 결과를 혼자만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SNS를 통해 드러내고 알리려는 것 역시 이 세대의 특징이다. SNS 셀렙들이나 친구들이 자신의 MBTI 결과를 공개하면 따라 하면서 이것으로 소통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현재 인터넷에는 ‘16personalities’라는 영국 웹사이트에서 배포하는 무료 검사가 돌고 있는데 이 검사와 MBTI는 전혀 다르다. 문항 중에 MBTI의 정식 문항과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검사 형태도 다른데 MBTI 정식 검사는 문장이나 단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이분 문항인 반면, 무료 간이 검사의 문항은 동의와 비동의 사이의 체크 항목이 7개나 있는 리커트 척도를 사용한다. 성격 유형의 코드도 이니셜만 동일하지 단어가 다르다. 예를 들어, MBTI의 ‘S’가 ‘Sensing’의 S에서 왔다면 간이 검사의 S는 ‘Observant’의 S에서 나왔다. 저작권을 피하기 위한 기술일 텐데 MBTI는 INTJ-A / INTJ-T처럼 코드 뒤에 A나 T도 붙지 않는다.
MBTI는 스위스 분석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이론에 기반을 둔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캐서린 브리그스와 그녀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가 개발한 성격 유형 검사가 MBTI다. MBTI라는 단어는 마이어스 브리그스의 성격유형지표(Myers- 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다.
MBTI가 알아보려는 것은 기본적으로 선천적, 선호, 경향성 세 가지다. 여기서 선천적이라는 의미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인데 생물학적이기는 하나 유전적이지는 않다. 부모가 ‘외향성’이라고 해서 자식도 외향성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MBTI가 선호를 알아본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선호란 ‘지금 선호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이라는 전제를 깔아야 한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지속적으로 편하게 좋아하고 있는 것이 선호의 의미다. 경향성이란 어떤 흐름에 경향이 있다는 걸 말한다. 주의할 점은 같은 ‘외향성’이라고 해도 이는 흐름의 경향만을 공유하는 것이지 성격이 같다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외향성이라는 경향성 안에서도 개인의 반응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위에서 얘기한 ‘선호’에 대한 이해 때문이다. 선호만 따졌을 때 지금 선호하는 것, 내일 선호하는 것, 한 달 전에 선호했던 것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선천적인 것을 알아보는 MBTI 검사를 할 때는 현재 노출된 환경을 고려하면서 답변하면 안 된다. 융이 얘기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사회적 가면인 페르소나를 쓰고 검사하겠다는 것이니까. 그렇게 되면 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MBTI에서 중요한 건 해석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에게 해석을 듣고 상담을 진행하다 나의 코드에 대한 개별적인 정보를 나눌 수 있고 자신이 어떤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 그런 답을 선택했는지 변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그냥 검사만 하는 건, 사실 안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MBTI를 만든 캐서린 브리그스와 이자벨 마이어스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융의 심리학과 결합해 검사 문항을 개발한 것이 1943년이다. 이후 문항을 더 개발하고 통계적 보정을 거쳐 1963년부터 1965년까지 Form F를 만들었고 1977년 Form G를 개발했다. 최초의 한국형 표준화 버전은 Form G 버전이다. 이때 단순히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 아니다. 한국인 샘플에 맞게 연구를 거듭해 채점 체계를 구축하고 통계도 정교화해서 표준화했다는 의미다. 지금 전 세계의 기본 버전은 1998년에 나온 Form M 버전으로 한국은 2012년에 이 버전의 표준화를 완료하고 2013년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좀 더 세분화되고 정밀한 검사를 위해 하위 척도를 개발한 Form K, Form Q도 있다. 이 과정에서 알 수 있듯 MBTI는 버전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하고 표준화 작업을 거친 과학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2년 주기로 개최되는 미국 심리 유형 학회(APTi)의 모토 중 “Making a World of Differences”라는 말이 있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인데 이 말이 MBTI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MBTI는 나와 타인의 생각, 마음의 차이에 대해 이해하게 해준다. 사실 내가 나를 아는 만큼 타인을 보는 지평도 넓어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장점을 존중하는 만큼 타인도 존중할 수 있으며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는 만큼 타인의 단점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MBTI가 타인을 알기 위한 도구는 아니지만 나를 알고 이해하는 시야를 넓혀주는 것은 맞다. 결국 나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MBTI를 통해 세상의 다양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MBTI는 진단하는 도구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색채가 있다는 걸 알아보는 도구다. 우열이 아니라는 얘기다. 검사 결과를 남에게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듣는 사람이 선입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그래서 저런 행동을 했구나, 그래서 나랑 안 맞았구나’ 이런 생각을 너무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로 MBTI 검사를 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조심해야 할 필요는 있다. 또한 MBTI 결과를 보고 사람을 ‘유형의 박스’ 안에 가둬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성격 유형을 알려주는 검사로 한 사람의 역사를 모두 알 수는 없을 테니까.
입사할 때 MBTI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거짓으로 검사 문항에 반응해서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맞출 수도 있지 않나? 설령 그렇게 맞춰 들어갔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그 유형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본인의 성격 유형이 정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외향형이니까 마케팅, 영업 부서에 배치하는 식의 기계적 연결도 부적절하다. 팀을 꾸리기 위해 쓰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팀원 간의 관계가 좋지 않고 퍼포먼스도 나빠서 업무가 잘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MBTI 등 여러 검사 도구를 통해 팀 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분석의 주체는 회사 내부가 아니라 외부 전문가가 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MBTI 버전(CATi)이 있는데 이때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ENFP 유형이다. 그런데 한국 성인한테서는 ISTJ 유형이 가장 흔하다. 선천적 선호도인데 왜 유형이 바뀔까? 이 시기의 아이들이 또래 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부모님, 교사의 영향도 잘 받는다. 성장의 시기라 변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더욱이 선천적 선호라는 것을 파악하고 알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시기에 검사한 유형은 고정된 유형으로 보기보다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참고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유형보다는 지표 하나하나의 특징을 살펴서 ‘내가 외향형인데 우리 아이는 내향형이네, 친구 많이 사귀고 학교 가서 발표하라고 얘기하는 것이 부담일 수 있겠구나’ 하는 식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측면으로 활용하기를 권한다.
MBTI는 8가지 지표로 성격을 결정한다. 각각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이다. 이 유형을 4가지 코드로 조합하면 총 16가지의 성격 유형이 나오는데 중요한 것은 각각의 지표를 나누는 기준이다. 먼저 외향형과 내향형은 에너지를 어느 방향으로 쓰느냐의 차이, 감각과 직관은 정보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의 차이, 사고와 감정은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하는가, 결론에 이르는 방법의 차이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판단과 인식은 생활 양식, 라이프 스타일인데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를 가리킨다. 이 차이들을 ‘어느 유형이 더 낫다’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둘 다 사용하지만 어떤 것을 더 선천적 경향성으로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외향형(E)과 내향형(I) 외향형은 에너지를 외부의 대상이나 객체에 사용하는 걸 더 편안해하는 사람이고 내향형은 자기 내면세계, 주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외향형의 부분적인 속성은 능동적이고 표현적이다. 에너지가 외부로 향하니 다양하게 관계를 맺고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특징이 있다. 에너지의 강도도 세다. 반면 내향형은 수동적인데,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받아들이고 표출하기보다 담고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의미다. 내향형은 다양한 관계보다 밀접한 관계를 즐기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숙고해서 생각하는 이들이다. 에너지의 강도도 비교적 조용하고 정적이다. 감각형(S)과 직관형(N) 정보를 받아들일 때 감각형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직관형은 창의적이고 추상적이다. 감각형이 실생활에 관련된 실질적인 정보를 좋아한다면 직관형은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정보에 민감하다. 또한 감각형은 오감을 즐기기 때문에 직접 경험하는 것을 선호한다. 반면 직관형은 이념과 추론 쪽으로 데이터를 수용하며 독창적인 걸 좋아한다. 사고형(T)과 감정형(F) 의사 결정 방식에 차이가 있다. 사고형이 논리적이라면 감정형은 정서적인 측면이 있다. 사고형은 비평적이고 감정형은 허용적이다. 사고형은 결정한 사항을 강인하게 밀고 가는 반면 감정형은 온건한 모습을 보인다. 사고형과 감정형은 실제 관계 속에서 결정을 내릴 때 이성적인가, 감성적인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불(不)이나 비(非)를 붙여서 보는 시각이다. 다른 사람의 유형에 대한 비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판단형(J)과 인식형(P) 판단형과 인식형도 외향형, 내향형과 마찬가지로 외부 세계를 향한 패턴이다. 판단형은 체계적인 시스템 을 좋아하고 목표 지향적이다. 인식형은 유연한 걸 좋아하고 보다 개방적이다. 일 처리에 있어 판단형은 미리 시작해서 미리 끝내려고 한다. 반면 인식형은 임박해서 일을 시작한다. 또한 판단형은 계획적인 삶의 방식을 좋아하고 인식형은 즉흥적이라 결과보다 과정을 즐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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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