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특집] MBTI 검사를 받아보니, INTJ가 아니라고?
<월간 채널예스> 2022년 2월호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성격 검사는 사실 정식 MBTI와는 무관하다고 한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면서도 이 검사를 해보며 자기만족에 살아온 지 수년. 드디어 정식 MBTI 검사를 신청했다. (2022.02.11)
어릴 적부터 엄마가 보던 잡지의 별자리 운세를 몰래 들춰봤던 터라, 커서 MBTI를 맹신하는 사람이 된 것은 어찌 보면 정해진 수순이었다. 정식 MBTI는 아니지만 16개의 성격 유형으로 진단해주는 인터넷판 성격 검사를 처음 했을 때 나는 INTJ 유형을 점지받았다. 이 유형은 ‘용의주도한 전략가’이며 목표를 향해 올곧은 태도로 돌진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인물로는 일론 머스크와 모리아티 교수가 있다고 한다. 셜록 홈스의 천적인 그 모리아티 교수 맞다. 음?
이후 인터넷판 성격 검사를 꽤 여러 번 했고 그때마다 결과치는 조금씩 다르게 나왔다. 주로 INFP와 INTP와 INTJ 사이를 왔다 갔다 했고, 심지어 한 달 사이에 꽤 드라마틱하게 결과치가 달라지기도 했다. 그러자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정식 MBTI 검사를 하고 전문가의 해석을 받으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결국 참지 못하고 인터넷 검색을 거친 끝에, 마인드카페 심리케어센터에서 정식 검사지를 풀고 성격 해석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드디어 정식 MBTI 검사를 받는 날이 밝았다. 검사를 받기 전, ‘내가 되고 싶은 나’ 또는 ‘사회 적으로 어쩔 수 없이 완성된 나’가 아닌,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나 자신과 들어맞는 것만 체크하라는 주의 사항을 들었다. 검사지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인터넷판 성격 검사와 완전히 다른 질문에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구체적으로 문항을 밝힐 수는 없지만 오히려 취업 적성 검사 문항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상담받기 위해 마인드카페 심리케어센터 전문 상담가의 방으로 안내 받았다. 상담 관련 석박사 학위와 전문 자격을 보유하고, 한국상담심리학회 및 임상심리 자격은 물론 한국MBTI연구소에서 전문 자격을 취득한 분이다. 결과지를 보니 낯익은 네 글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INTJ’. 그런데 MBTI 결과를 해설해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라고 조언해주지 않을까 하던 나의 기대를 상담가는 단박에 무너뜨렸다. 전날 인터넷으로 한 성격 검사의 결과치는 INTJ가 나왔다고 고백하자 “스스로도 INTJ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뒤이어 “어떤 것을 하면 성취감을 느끼나요?”, “20대에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같은 질문에 수십 년 전 과거의 일을 돌아보느라 MBTI 결과는 잠시 까맣게 잊었다.
상담가는 상담할 때, MBTI의 결과치 이외에도 더 깊게 자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MBTI는 내담자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고, 심리 상담에서 말머리를 열기 위한 도구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자신만의 기질을 타고나는데, 양육자의 통제를 거치고 사회에 적응하면서 거기서 성격이 만들어져요.” 사람들은 청소년기에는 부모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가 보통 20대 초반에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기 기질대로 살려는 욕구가 강해진다고 한다. 이때 성격도 변할 수 있고 MBTI 검사를 하면 아무래도 부모의 영향력이 미치는 10대 때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고. 그러다 40대가 지나면 자기에게 없던 기질도 통합 하게 되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맞는 성향을 꺼내 쓴다는 것이다. 원래 기 질이 내향적인 사람도 발표할 자리가 있다면 외향적 성향을 탑재하게 되는 식이다.
상담심리학에서는 MBTI 검사 후 성격 유형 결과를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반드시 전 문가에게 상담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결과에 매몰되어 자신에게 해당되 는 MBTI가 아닌데도 마치 자기가 그런 사람인 양 스스로를 낙인찍고 착각하는 오류에 빠지 기 때문이다. MBTI 검사 후 진행하는 심리 상담에서는 내담자가 스스로에 대해 말하게 함으로써 내담자의 기질을 파악하게 된다. 여기에는 행동 같은 비언어적 신호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알게 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스스로를 오판하지 않고 내 면을 직시해서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어요. 스스로가 어떤 사람 인지 이해하게 되면 내게 닥친 일들의 원인도 파악할 수 있고, 모든 것은 결국 내 선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나 관계에도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어요.” 스스로의 기질과 맞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참고 도전하는 ‘나’를 발견하며 자기 효능감을 획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 자신의 기질에선 할 수 없는 일을 남들이 성취하는 것을 목격해도 ‘나는 왜 쟤처럼 못하지? 내가 부족한가?’라며 자기혐오에 빠질 일도 없다.
그리하여 1시간의 상담 끝에 내 성격 유형은 INFP라는 답을 얻었다. 다만 INTJ처럼 살려고 노력해서 그것 때문에 내면으로는 힘들어한 INFP라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설명도 따라붙었다. 몸담았던 조직 문화 때문에 INTJ가 되려고 무의식중에 노력했다는 것이다. 계획에 따라 업무를 완수해야 하는 회사 생활 때문에 성향과는 다른 기질을 덧쓴 채 살아왔다는 설명이다. 좀 더 힘을 빼고 스스로를 닦달하지 말고 너무 잘하려고 노력하지도 말아야지, 결심하며 상담실을 나왔다. 그리고 뒤이어 심리 검사 마니아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인터넷판 성격 검사 페이지를 열어, INFP 유형의 사람에는 누가 있는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톨킨과 셰익스피어, 그리고 빨간머리 앤이 있네? 훨씬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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