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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의 대한민국을 SF 미스터리로 탐구하다

『2035 SF 미스터리』 천선란, 한이, 김이환, 황세연, 도진기, 전혜진, 윤자영, 한새마, 듀나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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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미스터리 장르를 컬래버하여 익숙하고도 낯선 2035년의 대한민국 세상을 그려낸 작가 9인을 인터뷰했다. (2022.02.07)


시대의 최전선에서 인류의 미래를 고뇌하는 SF와 인간성의 심연을 탐구하는 미스터리가 만났다.

『2035 SF 미스터리』는 SF와 미스터리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인 천선란, 한이, 김이환, 황세연, 도진기, 전혜진, 윤자영, 한새마, 듀나가 2035년 근미래를 배경으로 복제인간, 난민 수용, 게놈 에디팅(genome editing), 텔레포트, 메갈로폴리스 같은 SF적 이슈들을 날카로운 미스터리 플롯으로 해부한 앤솔러지다.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서 천선란의 「옥수수 밭과 형」, 황세연의 「 고난도 살인」은 드라마 계약이 성사되어 제작을 앞두고 있다. SF와 미스터리 장르를 컬래버하여 익숙하고도 낯선 2035년의 대한민국 세상을 그려낸 작가 9인을 인터뷰했다.



SF 작가, 미스터리 작가로서 다른 장르와의 컬래버 작업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천선란 : SF는 미스터리를 많이 품고 있는 장르여서 낯설게 다가오지는 않았어요. ‘와, 재미있겠다! 나 이거 좋아하는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SF 설정만 기괴하게 내세워 미스터리를 소재로만 국한 시키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한이 : 1940~50년대의 고풍스러운 하드보일드 문체로 SF를 쓴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고, 하드보일드 소설에 녹아있는 다양한 규범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즐거운 집필 경험이었습니다. 

김이환 : 장르의 결합이 어려워 많이 부담 됐습니다. 완성된 소설은 미스터리와 거리가 조금 있지만 글 자체는 만족스러워서 제가 지금까지 쓴 단편 중에 손에 꼽을 만큼 마음에 듭니다.

도진기 : 설정을 공유해야 하기에 모순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했고, 그런 점에서 느슨한 협업 같은 느낌이 들어 재미있었습니다.

듀나 : ‘다른 장르’가 아닙니다. 전 20년 넘게 미스터리를 써왔어요. 단지 그 이야기 대부분이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근미래 배경의 살인 이야기이니 저에겐 익숙한 장르예요.

2035년의 한국이라는 특정 시공간을 다루기 위해 모든 작품마다 기본 배경만 공유한 채, 세부적인 사회상은 작품 별로 자유롭게 창작하셨습니다. 작품을 집필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신 사회상은 어떤 것이었나요?

황세연 : 상상해서 만든 새로운 사회상이나 과학기술보다는 현존하는 제도와 과학을 비약하여 이야기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먼 친척들의 유전자를 이용해 과거의 강간범이나 살인범을 찾아내는 기술은 현재도 존재합니다.

윤자영 : 미래에는 지구의 환경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 같아서 자신의 부에 따라 식량과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 자와 못 가지는 자로 나뉘는 사회를 상상했어요.

한새마 : 가진 자들에게 기술이 편중되는 사회를 상상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세상이긴 합니다. 

듀나 : 전 난민 이슈를 골랐는데, 주어진 설정 중에서 그와 관련된 스토리와 캐릭터가 가장 먼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쓰는 동안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상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당연하지 않은 것인지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어요.

자신의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어느 구절인가요?

천선란 : 언젠가 책에서 읽었다. 누군가와 이별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추억도 함께 떠나 보내는 거라고.

김이환 : 고양이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도진기 : 인간은 지금까지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왔어. 하지만 우리가 더 궁금해야 할 문제는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거야.

전혜진 : 사람을 죽이려고 해놓고서는 자기 잘못은 없다면 징징거리고, 규나가 입원한 병실에 억지로 밀고 들어와 너도 날 좋아하지 않았느냐며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쓰던 그 작자는,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고 들었다. 한동안 규나는 사고 후유증보다도, 그 과장 놈이 쳐들어와 해코지를 할까 봐 걱정해야 했다. 

한새마 : 위협으로부터 보호되었습니다.

책에 수록된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한이 : 앤솔러지 기획자로서 작품이 들어올 때마다 감탄을 하며 읽었습니다. 각 작가마다 작품의 방향성이나 분위기, 필치가 놀랍도록 다양했습니다.

황세연 : 전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품들 모두 색깔이 다르고 개성이 강해 모든 편을 추천합니다.

전혜진 : 다 좋았지만 역시 김이환 작가님의 「고양이의 마음」이 좋았어요. 처음에는 장 사장이 소위 ‘개저씨’여서 웃으며 읽었는데, 그가 고양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아이에게 기회를 양보해 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본질적으로는 선한 마음이 있는 사람인 거죠. 그런 면에서 장 사장은 ‘개저씨’라기보다는 ‘츤데레’구나, 생각했어요.

윤자영 : 한이의 「에덴의 아이들」이 좋았습니다. 하라 료의 소설을 보는 듯 해요. 어두운 미래, 가난한 사람들, 쫓고 쫓기는 추격전 그리고 친구는 고물차 한 대뿐.



책에서 묘사하신 것과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2035년의 세상을 어떻게 상상하시나요? 

천선란 :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일반적이라고 생각해 온 관계의 형태들이 많이 바뀔 거라고 기대합니다. 가족의 형태 같은 것들이요.

도진기 : ‘자유’가 많이 퇴색된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자유를 억누르지 말라고 하니, 그렇게 하는 대신 자유를 억누를 명분을 발전시키는 식으로요.

전혜진 : 전세계적인 보수화와 양극화가 예상되고, 큰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윤자영 : 인간이 지구에 대해 더욱 생각하는 세상이 될 것 같아요. 이제 지구를 위하지 않으면 인간이 살수 없기 때문이에요.

한새마 : 현재 자폐스팩트럼 치료제가 개발 중인데 그땐 아이들이 더는 아프지 않은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듀나 : 미래에 대한 기대를 팍 낮출 수밖에 없는 몇 년이었지요. 이 상황에서는 더 이상 예측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고정되지 않은 미래를 위해 싸워야죠.

밸런스 게임입니다. 다음 중 한 가지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면?

1) 복제 인간이 존재함 vs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우월한 유전자만 가진 인간이 태어남

- 복제 인간 : 천선란, 한이, 김이환, 도진기, 전혜진, 윤자영, 한새마

- 우월한 유전자의 인간 : 황세연

2) 기술 발달로 한 가지가 해결된다면, 기후 위기 해결 vs 빈부 격차 해결

- 기후 위기 해결 : 천선란, 한이, 도진기, 전혜진, 윤자영, 한새마, 듀나

- 빈부 격차 해결 : 황세연, 김이환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지 읽으신 분들을 위해 자신의 작품을 짧게 요약한다면?

옥수수밭에서 형을 만났다 – 천선란, 「옥수수밭과 형」

하드보일드 문체로 읽는 SF – 한이, 「에덴의 아이들」

사람의 마음이 고양이의 마음보다도 못하면 안 된다 – 김이환, 「고양이의 마음」

미래에는 얼굴도 모르는 먼 친척들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모든 범죄자가 검거된다 – 황세연, 「고난도 살인」

SF를 빙자한 인간 탐구 – 도진기, 「컨트롤 엑스」

무례하고 불쾌하지만 의외로 흔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약자들보다 더 보호받고, 때로는 사람을 해치고도 별 일 없이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 전혜진, 「억울할 게 없는 죽음」

세상의 굶주리는 절반을 구할 획기적인 방법을 보고 싶나요? - 윤자영,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

탐정도 나오고 재벌가의 멜로 드라마도 있는 짧은 살인 이야기 – 듀나, 「며칠 늦게 죽을 수도 있지」

009호 배양소 안에서 속고 속이는 악인전이 벌어진다 – 한새마, 「위협으로부터 보호되었습니다」




*천선란

1993년 인천에서 태어나 안양예고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 작가적 상상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늘 고민했지만, 언제나 지구의 마지막을 생각했고 우주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꿈꿨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일들을 소설로 옮겨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시간 늘 상상하고, 늘 무언가를 쓰고 있다.

*한이

만여 권의 책을 읽고서야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둔재(鈍才). 많은 직업을 거쳐서 작가가 되었고, 여러 부캐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2017년 「귀양다리」로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을 수상했고, 2019년부터 제8대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이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를 읽고 감명을 받아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 2004년 『에비터젠의 유령』을 출간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양말 줍는 소년』, 『절망의 구』, 『오픈』, 『디저트 월드』,『초인은 지금』, 『아무도 없는 숲』, 『엄마를 찾아서 마법의 성으로』, 『엉망진창 우주선을 타고』 등 장편소설과 공동단편집을 출간했다.

*황세연

충청남도 청양의 칠갑산 밑에서 태어나 자랐다. 26세에 단편 추리소설 「염화나트륨」이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 몇 권을 출간한 뒤 출판사에 취직해 편집자로 일하다가 회사 합병으로 잘린 뒤 다시 열심히 소설을 쓰고 있다.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대상,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도진기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추리소설 작가로서도 왕성히 집필 중이다.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관이 되었고, 2010년 단편소설 「선택」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데뷔, 2014년 『유다의 별』로 한국추리문학대상을 받았다

*전혜진

소설가. 대학에서 수학과 기계공학,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2007년, 평범한 동사무소 직원들이 귀신을 잡거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내용의 소설 『월하의 동사무소』를 발표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추리와 스릴러, 사극, SF 등에 관심을 보이며 만화/웹툰 스토리 작업과 소설 집필 양쪽으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윤자영

일명 ‘추리 소설 쓰는 과학 선생님’. 2015년 단편소설 「습작소설」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으며 2019년에는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을 수상, 2021년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으로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과기정통부?‘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했다.

*한새마

2019년 단편소설 「엄마, 시체를 부탁해」로 한국추리작가협회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9년 단편소설 「죽은 엄마」로 제3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부문을 수상했다. 
 
*듀나

소설 뿐 아니라 영화 평론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SF 작가. 1992년부터 영화 관련 글과 SF를 쓰며, 각종 매체에 대중문화 비평과 소설을 발표하고 있다.



2035 SF 미스터리
2035 SF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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