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아내들의 삶은 어땠을까?
『조선, 아내 열전』 백승종 저자 인터뷰
‘아내’들이 500년 조선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했는지가 궁금했어요. (2022.01.25)
조선의 여성, 특히 ‘아내’로 지칭되는 이들의 삶이 구속적이고 순종적이기만 했을까? 조선 역사를 보면, 5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 사회적 변화가 있었다. 조선의 ‘개국’도 큰 사건이었고 사화와 당쟁, 거듭된 외침을 겪으며 역사의 강은 몇 번이나 굽이쳤다. ‘아내’들의 모습도 역사의 굽이마다 달라졌다.
명료하고 담백한 필치로 동서양 역사를 전달하는 이야기꾼 백승종 교수는, 조선사의 결절점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아내의 변화된 삶을 증언한다. 때론 남편의 술친구로, 때론 남편의 ‘지기(知己)’로, 때로는 독립적인 문필가 또는 예술가로 살아간 아내들이다. 이 책은 조선의 여성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천편일률적인 고정관념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시대의 변화를 읽고 자신들의 생존방식을 새롭게 정의한, 조선 시대 아내들의 이야기다.
백승종 교수님께서는 다양한 주제의 역사 저자로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조선, 아내 열전』이라는 책을 내셨는데, 이 주제를 다루기로 하신 까닭이 궁금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시대의 흐름이 변하면 가치관도 바뀌기 마련이잖아요. 조선 시대 남성을 대표하는 것이 ‘아버지’라면, 여성을 대표하는 것은 ‘아내’라고 생각해요. 바로 그 ‘아내’들이 500년 조선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했는지가 궁금했어요.
또 하나는요. 여성인 ‘아내’의 문제는 배우자인 남성의 태도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겠지요. 아내의 문제는 남편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어요. 세상에는 여성만의 문제도 없고, 남성만의 문제도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죠. 그들의 상호 이해가 5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고 싶었어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아내’는 어떤 여성들인가요?
책에 등장하는 ‘아내’들이 참 많기도 하죠. 그런데 어느 분이든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분들이라고 하겠지요. 이름난 여성 문인이자 예술가인 송덕봉, 허난설헌, 신사임당 같은 분들도 책에 나오니까요. 만약에 말입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신다면요, 조선 시대 여성의 삶의 양상이 이렇게도 여러 번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실 것으로 믿어요.
책에 소개한 ‘아내’ 가운데 백승종 교수님께 인상적인 인물이 있다면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분 한분이 다 소중하죠. 가령 문인 서거정의 아내 선산김씨는 남편의 둘도 없는 술친구였어요. 우리가 거의 모르고 있던 이야기지요. 그런가 하면 송덕봉은 미암 류희춘의 아내로 부부가 함께 시도 짓고 세상사에 대해서도 격의 없이 의견을 주고받았어요. 우리는 조선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서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흔히들 생각하기에 조선 사회에서 여성, 특히 아내는 남편의 집안에 종속되어 큰 소리 내지 않고 내조만 잘하면 되는 존재로 인식됩니다. 책을 쓰시면서 사료를 검토하시면서 실제로 그러한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우리가 막연하게 짐작하는 ‘아내’들의 삶이 문헌을 통해서 재확인되는 점이 있기는 합니다. 과연 ‘열녀’ 되기를 강요받는 상황도 적지 않았어요. 그러나 ‘아내’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전형적인 조선 여성의 삶이라고 믿어온 ‘신화’는요, 17세기부터 대략 100년 동안의 사회 풍조를 반영하는 것 같아요. 그때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을 겪으며 사회적 위기감이 워낙 높았으니까요. 그때를 제외하면 ‘아내’에 관한 이야기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다양하기도 하고 풍부하였어요.
조선 사회의 여성에 관한 오늘날의 편견은 왜 생겨났다고 보시나요?
조선 사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좀 편향적이지요. 조선을 끝으로 우리는 왕조 시대와 작별하지요. 그러고는 일제강점기의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 갔어요. 자연히 조선은 낙후된 사회요, 봉건적이고, 구제 불능인 사회였다는 편견이 만들어졌습니다. 1960년대부터 조선의 역사에 관한 일종의 수정주의적 견해가 등장하고 있기는 해요. 그러나 여성의 역사에 관해서는 이제 막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 좋은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선의 여성, 특히 아내의 삶을 지금 우리 시대에 보여주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최근 우리 사회에는 ‘젠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주제로 등장했어요. ‘미투’, ‘페미니즘’, ‘성평등’과 같은 용어가 범람하고 있어요. 그런 가운데 젊은 층은 ‘여혐’과 ‘남혐’으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도 생기고 있지요. 다들 ‘젠더’의 역사를 잘 모르면서도,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매도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아요. 이것 참 큰 문제입니다. 『조선, 아내 열전』을 읽어보시면 참고가 되지 않을까요. 가령 전통사회에서도 요샛말로 하면 ‘젠더’ 담론 같은 것이 없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도 있어요. 역사가 만병통치약은 물론 아니죠. 그러나 우리의 논의는요,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역사적 시각에서 조망하는 것도 필요하죠. 그것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쓰실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계획하시거나 집필하시는 책이 있으면 소개해주십시오.
글쎄요. 하고 싶은 공부는 참으로 많아요. 시간적인 여유가 주어진다면 ‘이순신 백과사전’ 같은 것을 써보고 싶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말이죠.
*백승종 정치, 사회, 문화, 사상을 아우르는 통합적 연구, 통사와 미시사를 넘나드는 입체적 접근으로 다양한 주제사를 써 내려온 역사학자. 국내 역사학계에 미시사 연구방법론을 본격 도입한 선구자이다. 독일 튀빙겐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를 비롯해 보훔대학교와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한국학과장을 역임하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 종교, 문학 등을 강의했다. 독일 막스플랑크역사연구소, 프랑스 국립고등사회과학원, 서강대학교, 경희대학교 등 국내외 여러 대학교 및 연구기관을 거쳐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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