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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알고 보면 도전과 실험이 가득한 세계

『세상 거의 모든 치즈』 박근언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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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에는 도전정신과 실험정신, 최선을 다한 정성과 오랜 기다림, 예상에 대한 기대와 실망 그리고 삶의 절박함과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2022.01.25)

박근언 저자

치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고 있는 요즘, 적당한 치즈를 고르고 싶은 사람과 지적으로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치즈 책이 출간됐다. 『세상 거의 모든 치즈』는 번역서가 아니라, 캐나다 토론토의 명소인 세인트 로렌스 마켓(St. Lawrence  Market)에서 2005년부터 치즈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국인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책이다. 학문적, 이론적 접근이 아니라 장사를 하며 부딪힌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배움의 길에서 얻은 기록과 만남의 인연을 묶어냈다. 치즈, 와인, 요리는 물론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다. 



해외에서 치즈를 파는 한국인이 매우 드문 것으로 아는데, 이민 1세대로 캐나다에서 치즈 장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유럽이나 북미 또는 오세아니아주 등 치즈 산업이 발전한 현지에서 치즈의 제조, 유통 과정에 종사하는 한국인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극히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민 1세대뿐 아니라 현지에서 태어난 이민 2, 3세를 포함해서입니다. 그것은 치즈가 오랜 전통을 가진 식품으로 그 제조법과 유통이 제한된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허락되기 때문입니다. 치즈 산업은 백인 편향성이 매우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에서 한국인뿐 아니라 유색인종이 치즈 산업에 종사할 기회를 얻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또한, 치즈를 즐겨 먹고 치즈에 대한 지식을 가진 한국인도 매우 적습니다. 저도 치즈 전문점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와 지식이 없었습니다. 단지 우연히 알게 된 캐나다 부동산 중개인의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끈질긴 설득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의 달콤한 꼬임에 넘어간 것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사전에 이 폐쇄적인 치즈 산업에 대해 알았다면 두려움이 앞서서 뛰어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캐나다에서 치즈 장사를 하며 겪는 어려움은 무엇이고, 또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요?

가장 큰 어려움은 편향적 사고로 한국인이 치즈 가게를 운영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손님이 원하는 치즈를 물으면 그들의 시선은 백인 직원을 향하고 그들에게 질문합니다. 제게 질문할 때는 마치 ‘네가 이런 것을 알아?’라는 투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인종적 차별을 경험하는 것인데, 그것을 극복하며 17년째 장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치즈에 대한 지식을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저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 치즈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는 것을 증명하면 그때부터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지금은 개인적으로 가까워진 단골손님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저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을 꺼리는 배타적 백인이 있는 것이 서글픈 현실입니다.

번역서라는 비교적 쉬운 선택이 있었는데, 장사라는 생업과 함께 오랫동안 치즈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미 출간된 영문 책들을 봤지만, 제가 장사하며 갖게 된 의문에 대한 충분한 해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이유로 오랫동안 자료를 모으고 가능한 많은 배움의 자리를 찾아다니며 지식과 인연을 쌓았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 캐나다 치즈 행사에 참석한 한국의 프로마쥬 김은주 대표와 만나게 되었는데, 치즈에 대한 정보 부족의 안타까움과 한두 권의 책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는 자료의 필요를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치즈라는 길을 조금이라도 앞서가는 사람으로 뒤따르는 이들을 위해 작은 표시를 남기면, 그 누군가 이 표시를 디딤돌 삼아 커다란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지식 나눔에 대한 의지를 다졌습니다. 저는 책의 출간을 계기로 자료도 쌓아놓으면 생명력을 갖게 되고, 스스로 세상에 나가는 계기를 찾는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치즈 책과 전혀 다른 구성인데, 20개의 질문으로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흔히 탁상행정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치즈 책은 한결같이 세 가지 구성 중 하나였습니다. 치즈 이름의 알파벳 순서, 생산 국가별 또는 치즈 분류법에 따라 구분하여 소개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형식을 탈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사람은 학문적 또는 이론적 접근이 아닌 현실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사람의 몫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와 직원 그리고 손님들이 던지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구성으로 치즈의 세계를 풀어보았습니다.

“죽을 때까지 이 치즈들이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가장 기본이 되는 치즈, 손님들이 선호하는 치즈, 치즈를 생산하는 국가를 대표하는 치즈를 선정하여 20개의 질문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 설명한 치즈를 제대로 이해하면 해외 어디서든 자신감을 갖고 치즈 장사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비교하자면, 그물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치즈가 20개 질문의 그물에 모두 걸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 어떤 치즈도 이 그물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 확신합니다.

『세상 거의 모든 치즈』가 한국의 치즈 시장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치즈 산업이 월등하게 발달한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을 제외하더라도 일본은 치즈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에서 세계적으로 상당히 앞서가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와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으며, 치즈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김치, 된장, 막걸리 등 발효식품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치즈에서는 상당히 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치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고 있어 치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비약하는 시장에서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까지 형성해가는 과정이 지식 나눔의 확산에서 시작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이 책이 한국에서 치즈 생산과 소비 확대의 새로운 출발신호 역할을 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자가 방문한 프랑스 쥐라의 콩테치즈 숙성실

치즈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신데, 한국의 치즈 산업과 관련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캐나다와 유럽에서 개최한 식품 박람회와 치즈, 발사믹 식초, 프로슈토 등의 제조사를 찾아다니며 놀라는 것은 식품시장의 규모가 상상했던 이상의 규모 경제이고 성장의 속도가 빠른 산업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치즈 산업에 관심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식 쌓기와 함께 자주 먹어보며 생산과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나 자기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있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들어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은 현실입니다. 하지만 두려움 속에서도 앞서 나가며 좌절과 성취를 경험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낯선 길에 첫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가지라 말하고 싶습니다. 




*박근언

1985년부터 부천의 중학교 수학 교사로 재직하다, 1991년 캐나다로 이민. 토론토의 전통시장인 세인트 로렌스 마켓St. Lawrence Market에서 2005년부터 치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콩프레 데 슈발리에 뒤 테이스트 프로마주 드 프랑스Confreie des Chevaliers du Taste Fromage de France의 회원이 되었다. 이 단체는 프랑스 치즈의 전통을 유지하고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1954년 파리에서 조직되었다. 두 명의 회원이 프랑스 치즈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였다 판단되는 사람을 추천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창립 이래 15,000명의 회원이 가입하였다.



세상 거의 모든 치즈
세상 거의 모든 치즈
박근언 저
minimum(미니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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