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작가, 변호사 정소연이 보는 세상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 정소연 저자 인터뷰
변호사는 말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변호사도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이 훨씬 깁니다. 다루는 글의 종류는 서로 다르지만 아무래도 이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인 것 같아요. (2022.01.17)
SF 작가이자 공익인권변호사인 정소연의 첫 에세이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이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오랜 시간 작품 창작뿐 아니라 『어둠의 속도』(푸른숲, 2021)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아작, 2016) 등 유수의 해외 SF 문학 작품을 한국에 소개해온 번역가이기도 한 작가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사회와 문화 전반의 경계에서,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그간 여러 지면에서 칼럼, 수필, 해설로 만났던 작가의 생각을 한데 엿볼 수 있는 에세이로 삶의 현장에서 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명료하고 날카로운 주장 이면에 담긴 세상과 인간을 향한 깊은 애정이 울림을 던진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이라는 에세이를 낸 정소연입니다. SF 번역과 창작을 해왔고, 지금은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출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2018년경부터 신문에 칼럼 정기 연재를 시작했는데, 연재한 원고를 책으로 내자는 연락을 몇 군데에서 받았습니다. 망설이다가, 그동안 썼던 픽션 원고가 아니라 논픽션 원고를 정리할 수 있다면 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간을 결정했습니다.
SF 작가, 번역가, 변호사로 겸업 중이신데 스스로 생각하시는 직업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듣고 싶습니다.
공통점은 글을 읽고 쓰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변호사는 말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변호사도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이 훨씬 깁니다. 다루는 글의 종류는 서로 다르지만 아무래도 이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인 것 같아요. 차이점은 SF 작가나 번역가 일은 앉아서 하는 일인데, 변호사는 돌아다녀야 하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법원과 법원을 오가는 직업이다 보니 하루하루의 이동 거리가 굉장히 길고 출장도 잦습니다. 저는 이걸 모르고, 계속 방콕을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고 이 직업을 선택했지 뭐예요. 알았다면 한 번 더 생각했을 텐데…….
‘말하는 여성’으로 살며 가장 크게 다가온 장벽은 무엇이었나요?
말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금 ‘너무 나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적극적으로 먼저 말하려고 하지 않으면 여성에게 먼저 발언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자격으로 같은 자리에 있어도 말하는 순서가 뒤로 잡히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말을 했을 때, 나의 말이 같은 조건의 남성이 하는 말보다 덜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거나, 논리적인 주장을 했는데도 ‘감정적이다’, ‘세심하다’, ‘역시 여자라서 여자 마음을 대변한다’ 같은 여성에 대한 편견에 기인한 반응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도 있지만, 그 이전에 일단 말할 기회에서의 젠더 차별을 가장 큰 장벽으로 느꼈습니다.
법률사무소뿐 아니라 장학사업 ‘보다’ 이니셔티브, 인권법 센터 운영 등을 겸하고 계시는데 과정에서 힘들었던 순간과 힘이 되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힘든 일은 잘 모르겠는데, 금전적인 부분이 늘 가장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제가 벌어서 제가 후원하는 일이다 보니, 제가 꾸준히 돈을 벌지 않으면 제가 후원하는 장학생들의 삶까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늘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보다 이니셔티브’ 사업은 이제 5년째에 접어드니까, 고등학생 때부터 후원한 장학생들이 하나둘 대학에 진학하며 대학 등록금이 꽤 많이 들어갑니다.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벌어야죠, 뭐. (웃음)
힘이 되는 순간은 정말 많습니다. 장학생들이 열심히 하겠다고 할 때에도 힘이 나고, 영어 공부를 도와주기 위해 가끔 영어로 채팅을 하거나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하는데, 그럴 때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되어 있으면 그것도 뿌듯하고요.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하는 등 자신의 미래를 찾아가는 모습도 자랑스럽습니다.
최근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확실히 드릴 수 있습니다.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의 독자 반응을 살펴보는 거예요. 하루에도 세 번은 찾아보는 것 같네요. 새로운 반응이 없으면 슬퍼합니다.
독자들에게 끝으로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많이 읽어주시고, 책에서 다룬 일들에 관심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정소연 서울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현재 법률사무소 보다 변호사이자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이다. 2005년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에서 스토리를 맡은 만화 「우주류」로 가작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한 이래 소설 창작과 번역을 병행해 왔다. SF 단편집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백만 광년의 고독』, 『아빠의 우주여행』 등에 작품을 실었고, 『미지에서 묻고 경계에서 답하다』(공저), 『옆집의 영희 씨』, 『이사』 등을 썼다. 옮긴 책으로는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허공에서 춤추다』, 『어둠의 속도』,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 『저 반짝이는 별들로부터』, 『초키』, 『플랫랜더』, 『다른 늑대도 있다』, 『이름이 무슨 상관이람』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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