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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 뒤에 선 마지막 천문학자들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에밀리 레베스크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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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천문학은 미래의 망원경보다 적은 자료를 수집했지만, 동시에 망원경을 겪은 관측자들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했죠. 과거의 이야기는 또한 우리가 아마 다시는 되찾지 못할 시대를 대표할 겁니다. (2022.01.10)

에밀리 레베스크 저자 ⓒUniversity of Washington 

깨끗한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본 기억을 더듬어보자. 새까만 융단에 하얀 모래를 뿌린 듯 무수히 빛나는 별을. 그 광경을 보고 압도되지 않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별빛은 낭만의 상징이자, 우주가 보내는 인사이며,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구 대상이다. 이러한 별과 달, 우주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천문학자라고 부른다.

관측천문학자이자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의 저자인 에밀리 레베스크(Emily Levesque)는 마치 하늘에 드리운 커튼을 한 겹 걷어내듯, 천문학자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우주와 별을 들여다볼 때 어떤 난관과 황홀함이 공존하는지 들려준다. 인간이 처음 망원경 안을 들여다본 이래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천문학자가 하는 일의 근본은 변하지 않았을지라도 그 형태는 놀랄 만큼 바뀌었다. 

(※ 이 인터뷰는 책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편집부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살면서 천문학자에 대해 알게 될 기회가 정말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천문학자가 될 생각을 하셨나요?

‘천문학자’라고 하면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일을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실제 천문학자는 전설 속 유니콘만큼이나 희귀하죠. 75억 인구 중에 직업이 천문학자인 사람은 5만 명이 채 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천문학자를 상상하면 야행성인 괴짜가 어두운 곳에서 큰 망원경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모습, 하늘에 있는 천체들의 이름과 위치를 자신 있게 줄줄 읊어대는 모습 등등을 떠올릴 겁니다.

저도 천문학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천문학을 바로 그런 식으로 상상했습니다. 뒤뜰에서 별을 보던 기억, 부모님의 책장에 꽂혀 있던 칼 세이건의 책, 과학 잡지 표지를 장식하던 화려한 성운과 성단 사진 같은 것들이요. 상상 속에서 외계인과 접촉하고, 블랙홀의 수수께끼를 풀고, 새로운 별을 찾고 있었죠. 사실 정말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막연했어요. 그저 우주를 탐구하고 밤하늘의 이야기를 배우고 싶었기에 천문학자가 되었습니다.

천문학자로서 망원경이 있는 천문대를 처음 방문했을 때 어떠셨나요? 상상하던 모습과 비슷했는지 궁금합니다.

제 삶에서 맨 처음으로 마주한 연구용 천문대는 애리조나주 투손에 있는 킷픽 천문대였습니다. MIT에서 막 2학년을 마치고 기말고사를 치르자마자 비행기에 올랐죠. 그곳에서 다섯 밤을 관측하면서 적색초거성에 관한 여름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사막을 지나고 산악 도로를 달려 천문대에 도착하니 건물은 휑한 듯 조용했고, 망원경이 있는 거대한 돔 안은 놀랄 만큼 어두웠습니다. 망원경은 만화에서 가끔 그려지듯이 경통을 몇 번씩 늘여 돔 틈새로 삐쭉 고개를 내미는 순간을 기다리는 거대한 구조물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망원경 뒤편에는 접안렌즈도 보이지 않았고, 관측자가 앉을 의자도 없었죠. 대신 망원경 뒤쪽에 보통 접안렌즈가 있을 공간에는 케이블과 전선이 숲을 이루었고 디지털 카메라가 들어 있는 금속 상자들과 우리가 곧 사용할 연구용 기기들이 있었습니다. 흰 실험실 가운을 입고 뛰어다니며 차트나 노트를 분주하게 넘기는 사람도 없었고요. 전체적으로 실험실이라기보다는 차고나 공사 현장에 더 가깝더군요. 마치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무대 뒤편처럼요.

관측자가 망원경에 눈을 대고 직접 별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니요! 그렇다면 실제 천체 관측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천문학자에게 망원경에서의 관측 시간이란 드물고 값비싼 화폐와 같습니다. 우리가 연구하는 모든 대상은 수십억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기에, 연구 대상을 실험실로 직접 가져와 이곳저곳 찌르고 쑤시며 연구할 방법이 없죠. 그러나 천문학자 수만큼이나 천문대도 희귀해서, 전 세계에 있는 일류 연구용 망원경은 고작 100대 남짓입니다. 단 하룻밤 동안 이런 망원경 중 하나를 쓸 수 있게 되더라도, 관측하러 가기 수개월 전부터 연구하기를 바랐던 별이나 은하 몇 개만 관측할 수 있어요.

게다가 실제로 세계 최고의 망원경들을 ‘들여다보는’, 말 그대로 작은 접안렌즈에 눈을 갖다 대고 하늘을 보는 기회는 상상 이상으로 드뭅니다. 망원경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여서 카메라로 천체의 이미지를 촬영하면, 천문학자들은 디지털 자료에 의존해 망원경이 무얼 가리키고 있고 그 모습은 어떤지 기록하죠. 그렇게 얻은 자료를 몇 주 혹은 몇 달씩 들여다보며 현상 뒤에 숨겨진 근본적인 과학을 이해하려고 애씁니다. 사실 천문학자들이 카메라 옆에 앉아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도 망원경을 가이드하고 이미지를 다운로드할 수 있어요. 오늘날 거의 누구도 관측 중에 돔 안을 기웃거리지 않습니다. 명령어와 자료가 오가는 동안 망원경이 홀로 열린 돔 안에 남겨지는 셈입니다. 물론 천문학자가 직접 망원경에서 얻은 이미지를 현상하곤 하던 때에 비하면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천문학자들이 관측하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랐나요?

사진술이 널리 쓰이게 되기 전에는 천문학자들이 눈대중으로 스케치를 하곤 했죠. 그러다가 사진 건판이 개발되었습니다. 유리로 된 건판은 빛에 반응하는 특별한 감광유제로 사전 처리가 되어 있어 밝은 빛에 노출될수록 더 어두운 상이 맺혔습니다. 그 건판을 현상하면 밝은 배경의 하늘과 어두운 별의 모습이 나타난 흑백 네거티브 사진이 만들어졌죠. 천문학자들은 자신이 관측에 쓰는 망원경의 카메라 크기에 맞춰 건판을 손수 잘라야 했는데, 건판이 빛에 민감했으므로 암실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건판 절단 과정에서 사고를 겪기도 했어요. 밤새도록 이어진 관측이 끝나고 나면 건판을 다시 암실로 옮겨 화학 약품을 사용해 현상했죠.

이 건판이 설치된 망원경에는 작은 케이지가 달려 있곤 했습니다. 보통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로, 관측자는 사다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돔 꼭대기까지 올라가 케이지 안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건판을 설치하고, 꺼내고, 망원경의 초점을 수동으로 맞추는 작업을 했어요. 보통 한번 케이지로 들어가면 관측이 끝날 때까지(즉, 밤새도록) 그 안에 머물러 있어야 했습니다. 깜깜한 돔 안에서 케이지를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과정도 엄청난 시련이었거든요. 케이지 안에는 화장실도 없고 난방기구도 없었습니다.

정말 흥미롭네요. 직접 겪거나 전해들은 일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사실 천문대가 도심이 아닌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동물들과 마주칠 일이 많은 편입니다. 대부분은 무해해요. 다람쥐, 여우, 너구리, 작은 새처럼 흔한 동물들은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요. 하지만 칠레에 방문할 때는 타란툴라를 조심해야 합니다. 이 녀석들은 천문대에 아주 흔하게 널려 있거든요. 천문학자들은 어둠 속에서 계단 난간에 손을 올리다가 자신도 모르게 타란툴라를 움켜쥐기도 하고, 화장실에 다녀와 제어실로 돌아왔을 때 자기 의자에 대자로 누운 타란툴라들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세라 터틀이라는 천문학자는 어느 날 밤 자신의 바지 안에서 뭔가가 다리를 기어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갈이었죠. 바로 무릎 부근을 양손으로 꽉 잡고 발을 굴렀지만 결국 다리를 쏘이고 말았습니다. 

동물 말고 사람이 위협이 될 때도 있겠죠. 텍사스의 맥도널드 천문대에서는 어떤 직원이 망원경 건물에 들어와 당시 망원경을 다루던 다른 직원에게 9밀리미터 권총을 겨누고 거울이 시야에 들어올 때까지 망원경을 내리라고 명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망원경에 달린 큰 거울(주경)을 향해 일곱 발을 쏘았습니다. 물론 주경은 두께 30센티미터가 넘고 무게 4톤에 이르는 석영유리였으므로 총알이 그다지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습니다. 범인은 바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고 하는군요.

천문학자로서 지금까지 우주를 관측해오면서 특별히 잊지 못할 순간이 있었나요?

소피아에 탑승해서 관측한 적이 있어요. 소피아는 보잉 여객기를 개조해 2.7미터 구경 망원경을 뒤에 실은 비행 천문대입니다. 고도 1만 4,000킬로미터 높이까지 날면서 성층권에서 망원경실 문을 열고 우주를 관측하는 겁니다. 기기를 조종하는 직원과 안전 요원, 그리고 저 같은 관측자들은 비행기에서 기압이 조절된 구역에 머물며 망원경이 관측하는 동안 자료를 받아보는 거죠. 몇 시간의 비행 후, 조종사들과 비행 엔지니어들에게 몇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 조종석으로 향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조종석 내부 조명이 켜져 있었는데, 조종사 한 명이 불을 꺼도 괜찮겠냐고 묻더라고요. 밖에 오로라가 보이는 것 같다고요.

조종석이 어두워지는 순간 저는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커다랗고 옅은 녹색 커튼이 둥그렇게 감겨 파도치며 서로 합쳐졌습니다. 우리는 사실상 오로라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오로라가 넓은 하늘을 온통 채웠고 파노라마로 펼쳐진 조종석 창문에서 어디를 봐야 할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오로라가 둥근 모양을 그리며 우리 주위에서 춤을 추는 동안, 비행기 뒤편에서는 망원경이 제가 고른 별을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오로라가 자료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에는 제가 천문학자든 아니든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을 쓰시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망원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천문학은 미래의 망원경보다 적은 자료를 수집했지만, 동시에 망원경을 겪은 관측자들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했죠. 과거의 이야기는 또한 우리가 아마 다시는 되찾지 못할 시대를 대표할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이 ‘그리운 옛날’의 찬가가 되길 바라며 혹은 기술이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지 한탄하며 쓰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등장할 미래 세대의 망원경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질 겁니다. 우리가 망원경에 달린 케이지에 묶여 있든, 미국에 있는 어느 집 식탁에서 칠레에 있는 망원경이 관측한 자료를 다운로드하든, 천문학 연구는 쭉 이어질 테니까요. 천문학자들은 앞으로도 우주를 탐구하며 호기심과 인간성을 채워나갈 겁니다. 천문학자들은 그런 사람들이니까요.



*에밀리 레베스크(EMILY LEVESQUE)

미국 워싱턴 대학교 천문학과 교수.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별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죽음을 맞는지 연구한다. 연구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여러 망원경에서 50일 밤 이상을 관측했으며 비행기에 망원경을 싣고 날면서 관측하는 소피아 프로젝트에 참여해 남극 대륙 위 성층권을 날기도 했다. 2014년 미국 천문학회에서 뛰어난 여성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애니 점프 캐넌 상, 2017년 알프레드 P. 슬로안 펠로십, 2019년 코트렐 스칼러 상, 2020년 뉴턴 레이시 피어스 상 등을 받았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하와이 대학교에서 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쩌다 여가 시간이 생기면 여행, 바이올린, 스키, 요리를 즐기며 트라이애슬론을 아주 천천히 완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낡은 소파에서 새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취미는 자주 뒷전이 된다. 이 책은 처음으로 대중에게 내놓는 과학 저서다. 남편과 함께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다.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에밀리 레베스크 저 | 김준한 역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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