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진심인 사서들의 이야기
『청소년, 도서관에서 만납니다』 고정원, 이채연, 주정민, 최지희 저자 인터뷰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고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이들이 알고, 그리고 책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게 공공도서관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2022.01.10)
많은 공공도서관에서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이용자들의 요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도서관과 더불어 교육기관에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독서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 청소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종합자료실에 청소년 코너가 확장되고, 청소년자료실이 새롭게 구성되기도 하며 청소년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공공도서관은 여전히 ‘공부’를 하러 가는 공간이다.
『청소년, 도서관에서 만납니다』는 청소년 자료실을 담당하는 네 사서들의 경험담을 통해서 사서들의 일과 역할, 수서와 큐레이션 등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준다. 또한 어느 도서관에서나 시도해 볼 수 있는 소소한 프로그램과 청소년운영위원회 청소년들과 기획하고 진행하는 심화 프로그램, 온라인으로 이용하는 도서관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청소년, 도서관에서 만납니다』의 저자들을 대표해 고정원 저자와 서면으로 만났다.
『청소년, 도서관에서 만납니다』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사실 제 세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학교 밖에서 만난 아이들과 책으로 만난 이야기로 두 권의 책이 나왔지요. 그런데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를 정리해보자고 출판사에서 연락을 해 왔습니다. 원고를 정리하다 보니 도서관에서 책으로 만난 아이들 이야기는 이전 이야기만큼 감동적이지 않았어요. 재미있고 신나는 만남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죠. 도서관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아이들을 만나는 일도 그렇죠. 그때 젊은 사서 선생님들이 생각났어요. 그들은 누구보다 도서관에, 청소년을 만나는 데 진심인 사람들이었거든요. 하지만 그 선생님들도 도서관 업무에 지쳐 있는 것 같아 함께 책을 써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공공도서관에서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는데, 청소년을 위한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공공도서관은 청소년들이 언제든 마음 놓고 들를 수 있는 곳이면서, 가장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험 기간에 공부를 하기 위해서만 마음먹고 가는 곳이 아니라 학교가 끝나고 학원 가기 전 잠깐 들를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어야 하죠. 숙제를 할 수도 있고, 와이파이를 쓸 수도 있고,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도 있겠죠. 그러다가 책이 눈에 띄어 조금 읽어 볼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빌려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할 거예요. 아는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청소년 프로그램 모집 글을 보고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고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이들이 알고, 그리고 책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게 공공도서관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도서관 프로그램 중 청소년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을까요?
아무래도 1박2일로 진행한 ‘청소년 문학기행’이 가장 인기가 좋았어요. 하지만 이 활동은 비용이 많이 들어서 공모사업비도 필요하고, 봉사자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즉각 반응이 오는 프로그램은 보통 어렵지 않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활동들인데요, 봉사시간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에게 책 읽어주기’와 ‘도서관에서 1박2일’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은 과정이 좀 어려워도 결과가 보람찬 활들인데, ‘청소년 독서토론’과 ‘도서관 청소년운영위원회(청화, 청사)’가 있습니다. 매년 모집 시기에 지원 인원이 넘쳐난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청소년, 도서관에서 만납니다』를 참고해 주세요!
청소년들이 도서관에 잘 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저도 청소년 시절 도서관을 잘 안 갔는데요, 도서관에서 일하며 관찰한 결과, 스스로 도서관에 간 기억이 많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려와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서관을 경험하게 돼요. 보통은 그렇게 방문해서 잠시 책 읽다가 왕창 대출해서 돌아가죠. 그렇게 도서관을 오다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면 도서관은 책을 읽었던 기억만 있고 특별한 경험이 없잖아요. 그래서 도서관은 흔히 범생이들, 책벌레들이 가는 공간으로 기억으로 남는 거죠. 더불어 요즘 청소년들은 학원 다니랴 방과 후 하랴 너무 바쁘기도 하고요. 청소년들이 도서관에 가기에는 넘어야 하는 마음의 장벽이 있어서 도서관에 잘 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청소년과 쉽게 친해지는 선생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무작정 인사부터 건네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은 쉽게 사서데스크에 와서 말을 걸지 않아요. 찾는 책이 안 보여도 자료실을 몇 바퀴고 돌면서 계속 찾아보거나, 친구들이랑 답을 찾을 궁리를 하고 있어요. 자가대출반납기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도 청소년이죠.
저는 살짝 다가가서 “안녕?” 하고 인사를 합니다. 뭐 찾는지 물어볼 때도 있고요. 물론 그냥 인사만 하고 자리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말 걸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면 다가와서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름 외워 두는 것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번 만난 친구라면 이름을 불러주거나, 아는 척을 하면 자신을 기억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좋아해요. 그러다 보면 금방 청소년들과의 거리는 좁아져 있을 거예요.
청소년이 직접 기획부터 운영까지 참여했던 대표적인 행사(이벤트, 프로그램)를 소개해 주세요.
청소년이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서 진행했던 독서토론이 있습니다. 시작부터 아주 자발적이지는 않았는데요, 도서관에서 모임을 하는 어른 독서동아리에서 청소년 독서동아리에 함께하는 토론을 제안하셨어요. 그래서 대표로 고학년 몇 명만 토론에 참여했죠. 그런데 그날 어른들과의 대화에서 일방적이지 않고, 감정적이지 않고, 서로 다른 점도 이해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낀 청소년들이 마을 사람들을 초대해서 독서토론을 진행하고 싶다고 했어요.
기획 및 운영은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진행했는데 책 선정, 발제문 작성, 홍보지 제작은 물론이고 당일에 제공할 다과까지 직접 골랐죠. 사전 모임도 여러 차례 가지며 함께 읽고, 함께 쓰고, 사회자, 진행자, 발제자, 조별 이끔이를 선정해서 연습했어요. 사서는 옆에서 인원 제한을 하고, 모집을 받고, 조를 나누는 정도만 거들고 당일에 공간 준비만 해 주었어요.
20대 청년부터 50대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고, 청소년들은 정말 기분 좋은 추억을 갖게 되었죠. 그 후 몇 년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해왔고, 이제는 사서가 없어도 청소년들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 진행하고 있어요.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도서관 프로그램,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되나요?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도서관 프로그램의 특장점은 비교, 경쟁이 없는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해요. 도서관은 모든 아이들의 의견을 나눔하고 토론하고 상상하는 곳이지 순위를 매기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주제의 바운더리 안에서 마음껏 놀 수 있죠.
게다가 청소년 시기에 필요한 사회화, 자아성찰, 진로 탐색 등을 책을 읽고 놀며 자연스레 익힐 수 있어요. 아이들이 도서관 안에서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거죠. 덤으로 부모님도 도서관에 간다고 하면 우선 보내주시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낀다고도 하더라고요.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풍경이 있을까요?
코로나도 이전에는 도서관에서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걸 할 수 있게 된 것들이 많아졌어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겠지요. 아이들과 온라인으로 회의도 하고, 라이브 방송도 하고, 아이들의 목소리와 그림을 담은 웹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도서관과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더욱 가까워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새로운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게 하는 건 한계가 있었고, 매번 온라인 채팅의 마지막은 “보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랍니다. 아직 얼마나 더 이런 상황이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찾고, 시도해 보는 일은 계속할 예정이에요.
도서관 이용자, 그중에서도 청소년과의 소통을 고민하는 사서 선생님들을 위해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고정원 : 많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거창하게 시작하기보다 한 명의 청소년이라도 내 편을 만들어서 함께 무언가를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책 이야기를 나누어도, 책 정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도 말입니다.
최지희 : 청소년을 너무 어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낯설어서 그럴 뿐 조금만 먼저 손 내밀고 관심 가져준다면 금방 곁을 내주는 아이들이에요. 조급해하지 말고 하나씩 시도해 본다면 사서 데스크는 금방 아이들로 둘러싸이게 될 거예요.
이채연 : 청소년 중에도 내심 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을 거예요.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다가, 얼른!! 낚아채세요. 진심을 조금만 보여준다면,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 줄 거예요.
주정민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미지 장벽을 무너뜨리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먼저 다가가되 '난 어른이고, 넌 학생이야'의 마음보다는 같이 노는 친구처럼 대하다 보면 서로 부담이 덜 하지 않을까요?
*고정원 구산동도서관마을 청소년자료실 사서. 평생 책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서, 아동문학, 독서치료, 사회복지, 대안교육 쪽에서 서성이다가 독서지도학, 문헌정보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사서가 되기 전, 『교실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 , 『책으로 말 걸기』를 썼다. *이채연 그저 책과 도서관 그리고 사람을 조금 좋아했을 뿐인데 정신 차려 보니 사서가 되어 있었다. 2016년 우연히 만나게 된 도서관 속 청소년 무리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청소년 이용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담당해 왔다. 2021년 까지 공릉화랑도서관에서 근무했다. *주정민 대림도서관 사서.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만 하다가 어느 순간 사서가 되었다. 첫 직장인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현재는 대림도서관에서 영등포의 아이들을 만나며 주위 사서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라나는 중이다. *최지희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서. 고등학교 앞 군립도서관에 쉬는 시간마다 들락거렸다. 도서관이 놀러 가도 되는 공간인 것이 좋아 사서를 꿈꿨다.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2015년부터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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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 사서들이 청소년자료실에서 진행한 다양한 활동을 담은 책. 사서의 일과 큐레이션, 청소년운영위원회 모집과 활동, 독서동아리 운영 등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경험에서 우러난 청소년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도서관 안팎에서 청소년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관계를 맺어 온 축적된 노하우를 책으로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