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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가야 할 도시, 한 곳만 추천하기는 쉽지 않아요"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 윤혜준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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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대신 읽는 책’, ‘여행 안 가도 읽을 수 있는 책’으로도 즐겨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과거로의 여행이 많습니다. 그 시간은 어차피 상상을 통해서만 다시 가볼 수 있지요. (2022.01.07)

윤혜준 교수

'돌' · '물' · '피' · '돈' · '불' · '발' · '꿈' 7개 코드를 따라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흥미롭게 들여다본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의 저자 윤혜준 교수가 전작에서 다루지 못해 아쉬웠던 소도시 50곳이 이야기를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에 담아냈다. 이번에도 길을 안내하는 것은 7개의 코드. 다만 순서가 조금 달라졌다. 자연 조건인 '돌' · '물' · '불'의 순서가 앞으로 오고, 인간의 영역인 '발' · '피' · '꿈'을 뒤로, 그리고 그 사이를 '돈'이 연결한다. 물론 49편의 글이 각각의 완결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관심 가는 주제나 좋아하는 도시 그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펼쳐 읽어도 상관은 없다.  

주로 학술서나 영문학 작품 번역을 해온 윤혜준 교수에게 대중 교양서를 쓰게 된 동기를 묻자 그는 그간 자신을 지원해주고 키워준 사회에 대한 작은 고마움의 표시라고 말했다. 지식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유럽 도시에 대한 연구와 체험, 생각과 느낌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그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해에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를 출간하고 딱 1년 만에 다시 소도시 이야기를 쓰셨습니다. 대도시를 다룬 앞의 책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걸까요?

네, 빠진 도시들이 매우 불만이 많았습니다. ‘당신, 우리가 그렇게 잘해주었건만, 우리를 빼다니! 대도시와 주요 도시만을 탐색해놓고 유럽 도시를 다 다룬 것처럼 말할 수 있어?’ 여러 도시들이 제게 이렇게 따졌습니다. 그러나 속편을 선뜻 집필하게 된 데는 출판사의 역할이 큽니다. 책을 워낙 예쁘게 디자인해주셔서 한 번 쓰고 말기에는 아까웠지요. 이번 책에서도 제가 강조했지만, 유럽의 도시들은 개성이 강합니다. 그 개성은 세계화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없는 대도시들보다도 현대 역사의 드센 물살이 살짝 비껴간 소도시들에 더 잘 담겨있지요. 이번 책에서 ‘소도시’를 제목에 내세운 데는 유럽의 개성 넘치는 소도시들의 다양성을 우리나라도 좀 따라갔으면 하는 희망도 깔려있습니다. 오로지 서울, 수도권, 대도시 대단지 아파트에서 살아야만 태어난 보람이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대한민국이 혹시나 바뀔까? 아마도 헛된 희망이겠지요.

이전까지는 주로 학술서 또는 영문학 작품 번역 작업을 하셨지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는 또 다른 영역일 텐데, 특별히 어렵다거나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나요?

저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로 학술서를 쓰는 데도 많은 에너지를 쏟아왔습니다. 국내용 서양 인문학만을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이 책을 쓰기 전후로도 서구 학자들과의 학술서 공저 작업을 했습니다. 학술서 작업 일정 사이 겨우 몇 달 얻은 시간에 이 책을 썼지요. 이번 책 저자 소개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일종의 ‘지식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두 번의 ‘7개 코드’ 유럽 역사 여행을 썼습니다. 영문학 작품을 몇 편 번역했고, 또한 여러 해 전에 창작 작품들도 출간해본 적이 있어 일반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훈련을 해본 셈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번 두 책에서 제게 주어진 과제가 많은 정보와 역사적 배경을 추리고 집약해서 주제를 전개하고 그것을 쉬운 문장에 담는 일이었기에, 당연히 결코 쉽지 않았지요. 한 문장 한 문장에 그간 제가 학자로서 쌓은 ‘내공’을 담아 썼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도시와 소도시, 두 권의 책 모두에 단테의 『신곡』이 자주 등장합니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그럴 테지만, 다른 이유가 또 있을까요?   

단테는 제가 가장 좋아하고 늘 탐독하는 작가입니다. 제가 한 5년 후에 교수생활을 은퇴한 다음에 곧장 착수할 작업이 단테의 『신곡』 번역입니다. 물론 번역이 몇 종 있기는 하지만, 저는 음악성을 살려서 새로 옮길 참입니다. 유럽 도시들은 대부분 로마 제국 시대에 세워졌고 로마의 후예는 이탈리아이지요. 로마 제국이 상징하는 ‘하나의 유럽’과 로마 제국 때 확산된 기독교 문명의 정수를 단테는 체현하고 있습니다. 저의 두 책도 단테가 바라보는 방식으로 유럽을 파악하고 있기에 단테는 저의 ‘7개 코드’를 독려하고 방향을 가르쳐준 스승이었습니다. 

문화 기행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번 책에서는 문학작품 외에도 음악과 음악가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브람스나 모차르트는 물론이고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도 등장하지요. 음악도 도시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는 거겠지요?

유럽 문화의 여러 층위 중에서 음악처럼 모든 세계인에게 쉽게 어필하는 분야도 없으리라고 봅니다. 누구나 음악을 듣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유럽의 명품이나 고급 스포츠카는 돈이 많아야 살 수 있고, 또한 그것을 구매해서 소유한들 삶이 얼마나 풍족해질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여러 종류의 화성 음악은 그 자체가 중세 유럽에서 태동한 것일뿐더러 여러 시대 여러 서양 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세계인이 꾸준히 사랑하고 연주하며 감상하고 있지요. 빈, 런던, 파리, 밀라노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음악 공연이나 음악 축제가 큰 몫을 차지합니다. 이 책에서 다룬 잘츠부르크가 대표적입니다만, 거의 모든 경우 음악은 도시의 문화와 역사의 유기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봅니다. 하지만 대부분 맛집이나 방문할 만한 특별한 장소 정도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요. 그곳의 역사나 문화를 알고 떠나는 여행과 그렇지 않은 여행,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여러 말이 필요 없습니다. 무슨 모임이나 대규모 행사에 가서 유명 인사나 연예인과 인증 샷만 찍은 것과 그 사람과 개인적으로 마주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며 살아온 경험을 공유한 것과의 차이. 그 정도로 둘은 전혀 다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잘 알려진 장소 위주를 ‘찍고’ 오는 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에 소개된 작은 도시들은 여행 일정에서 제외되곤 하지요. 그럼에도 ‘이곳은 꼭 가봐야 한다!’는 도시 한 곳만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사진 찍기 위해 그 먼 길을 그 많은 돈을 들여 여행하고 온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단체 패키지 여행상품을 구매하면 여행 일정이 이미 다 정해져 있기에 여행지가 더 제한되는 면도 있겠지요. 한 곳만 추천한다? 쉽지 않습니다. 아마 이중에서 제네바, 리스본, 잘츠부르크, 폼페이, 모나코 등 비교적 많이 들르는 도시들도 있으니 굳이 추천 안 해도 가실 것 갔습니다. 안달루시아를 ‘도는’ 여행 일정에는 세비야, 코르도바, 그라나다는 다 포함되기 마련이겠지요. 쿠트나호라는 프라하에 가신 분들은 쉽게 갔다 오실 수 있고, 피에졸레도 피렌체에서 시내버스로 가면 되지요. 뤼베크도 함부르크에서 멀지 않고. 이 책 표지에 오른 브뤼헤나 안시는 사진 잘 나오는 도시들로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것입니다. 이렇게 보시다시피, 유럽 도시들의 다양성과 개성 때문에 한 곳을 추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답니다.

전작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여행 가고 싶게 만드는 책’ ‘여행 가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이라고 리뷰를 남겼습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활용되었으면 하시나요?

독자들의 반응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행 대신 읽는 책’, ‘여행 안 가도 읽을 수 있는 책’으로도 즐겨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과거로의 여행이 많습니다. 그 시간은 어차피 상상을 통해서만 다시 가볼 수 있지요. 그런 점에서 다소 ‘소설적인’ 문체들을 제가 가미했던 것이지요. 물론 이 도시들로 여행하시기 전, 여행하시면서, 또한 여행 하신 후에 읽으셔도 좋겠지요. 여행의 추억을 사진으로만 남길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정신에 대한 이해로 심화시키면, 그거야말로 ‘가성비 최고’ 여행이 아닐까요?




*윤혜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한국에서 다닌 대학원이나 박사과정을 밟은 미국 대학교의 영문과는 문학, 역사, 철학을 접목하는 학풍이 강했다. 그 덕에 문학뿐 아니라 서구 사상과 지성사를 탐구하는 훈련을 받았고, 꾸준히 영문학과 인문학의 경계선을 오고 가는 교육과 연구를 해오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서양의 문화, 예술, 사상, 역사를 현지에서 느끼고 체감하기 위해 유럽 도시들을 찾아다녔다. 이때의 체험, 생각과 느낌을 대학 울타리 바깥의 독자들과도 공유하기 위해 ‘7개 코드’ 두 권의 책을 썼다. 출간한 책으로는 『재산의 풍경』, 『바로크와 ‘나’의 탄생』, 『문학과 법』(공저) 등이 있으며, 번역한 영문학 작품은 『올리버 트위스트』, 『로빈슨 크루소』,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존 니컬슨』, 『사중주 네 편』 등이 있다.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
윤혜준 저
아날로그(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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