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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뮤지컬, 잊힌 가치가 되다

허남웅의 영화경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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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가 뮤지컬 영화를 만들었다. 1957년에 뮤지컬로, 1961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졌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리메이크다. (2021.12.30)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한 장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뮤지컬 영화를 만들었다. 1957년에 뮤지컬로, 1961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졌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리메이크다. 미국에서는 12월 10일에 개봉하여 미국영화연구소 AFI의 2021년 올해의 영화로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았지만,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도 불구하고 2천3백만 달러를 넘는 기대 이하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스필버그가 만들었으니 완성도야 말해 무엇할까. 오히려 미국 관객은 거장의 첫 번째 뮤지컬 영화에 왜 별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극 중 배경이 되는 뉴욕의 서쪽 지역 외곽은 재개발을 위한 철거가 한창이다. 안 그래도 삭막한 풍경에 더해 지역을 양분하는 제트파와 샤크파의 대립까지 심해지면서 민심 또한 두 패로 갈라져 흉흉하다.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제트파는 미국의 주인은 자신들이라며 텃세를 부리고,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출신의 남성들은 그런 꼴을 보는 게 아니꼬워 힘으로 붙어보자며 물러서지 않는다. 제트파와 샤크파의 리더는 각각 토니(안셀 엘고트)와 베르나르도(데이비드 알바즈)다.

토니는 지금 막 출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과거처럼 싸움에 휘둘리지 않고 조용하게 살 생각이다. 토니의 다짐과 다르게 제트파는 토니를 꼬드겨 다시 조직에 들인 후 샤크파와 맞서려고 한다. 그에 관심 없는 토니는 무도회에 참석했다가 마리아(레이첼 지글러)를 보고 반한다. 마리아는 샤크파의 리더 베르나르도의 여동생이다. 마리아와 토니는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사랑을 나누지만, 주변이 문제다. 두 파 간의 싸움이 벌어지고 토니의 친구가 사망하자 토니는 격분해 베르나르도를 살해한다. 소식을 듣고 마리아는 오열하고 사과하겠다며 토니가 찾아온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시대를 초월하여 현재에도 주목받는 이유는 갈등과 분열의 양상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설정 때문이다. 스필버그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리메이크를 선택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랑은 언제나 의미 있는 주제이며 분열 또한 중요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무엇보다 지금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다시 이야기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실인 전제가 깔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공식 포스터

원주민과 이주민의 피의 대립 속에 탄생한 미국은 건국 때부터 지금까지 패로 갈린 분열의 역사가 깊이 뿌리 내려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시절의 백인 남성과 소수자 간의 갈등, 정권이 바뀌어 조 바이든 정부하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국에 정착하려는 이민자들과 미국 백인 토착민들 간의 반목 양상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재개발 사전 작업으로 파괴한 극 중 배경의 모습으로 시작해 같은 풍경을 비추면서 끝을 맺는데 여기에는 언급한 최근의 미국 갈등의 역사가 반영되어 있다.

트럼프 집권 동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인종 간, 성별 간, 지역 간 등 온갖 이분법의 폐허 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조 바이든은 임기 동안에 화해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 것인가. 스필버그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통해 부서지고 와해된 온갖 관계의 아수라장 위에 제트파의 토니와 샤크파의 마리아를 맺어줘 사랑으로 화해하는 풍경의 꽃씨를 심으려 한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고, 사랑이 모든 슬픔을 이겨낸다는 주제가 바로 이 영화를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다.”

지금까지(2021년 크리스마스 주간 boxoffice mojo 기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올린 미국 내 극장 수익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북미 4억 7천만 달러에 비교하면 약 1/20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정도면 제작비 1억 달러 회수는커녕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조용히 사라질 판이다. 작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관객의 관심은 장르물의 대세인 슈퍼히어로물에 쏠려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 세계적인 지명도와 상관없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외면했다고 분석해야 할 듯하다.

1950~1960년대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뮤지컬 장르는 이제는 잊힌 가치가 되어 영화 팬의 관심 밖으로 물러난 상태다. 스필버그는 그에 착안, 뮤지컬처럼 무관심으로 몰린 미국 사회의 화해의 가치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되살려 현재를 진단하고 희망을 제시하고자 했다. 적어도 미국 관객에게 스필버그의 의도는 주효하지 않은 셈이다. 차라리 미국 관객은 현실과 거리가 멀더라도 골치 아픈 현안을 잊으려 슈퍼히어로물을 보면서 위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개봉은 2022년 1월 12일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어떤 결과를 얻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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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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