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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다섯째 주 이주의 싱글 - 비오, 문별, 라비
이주의 싱글
경연 때의 청량하고 맑았던 목소리를 통화 음성처럼 먹먹하고 흐리게 중화한 믹싱은 논란을 부르고 있지만, 작위적인 강세나 고조가 없어서 좋다. (2021.12.29)
올해 <쇼미더머니 10>의 최종 우승자는 조광일이었지만 그 못지않은 출세를 거둔 래퍼는 2000년생 신예 비오였다. 프로듀서의 간택을 고대하는 2차 예선 무대에서 부른 'Counting stars'가 대중의 눈도장을 포획, 삽시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일찌감치 성공을 예고했다. 밤하늘에 뜬 별처럼 영롱한 멜로디에 홀린 래퍼들이 커버 영상을 속속 공개하며 입김은 더 빠르게 번졌다.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노래의 정식 음원화에 힙합 팬들의 반응이 열성적이다.
양산되는 여타 싱잉 랩 노래들과 비교해도 'Counting stars!'라 치고 들어오는 후렴구는 강렬하다. 트렌디한 톤이 장기인 비오의 보컬이 귀를 사로잡고, 새 아버지를 향한 애정을 녹여낸 빈지노의 버스(verse)가 도시적인 분위기를 배가한다. 경연 때의 청량하고 맑았던 목소리를 통화 음성처럼 먹먹하고 흐리게 중화한 믹싱은 논란을 부르고 있지만, 작위적인 강세나 고조가 없어서 좋다. 로파이한 무드에 편안하게 젖어 들 수 있는 노래다.
그룹 마마무의 멤버 문별이 미니 3집 발매를 앞두고 공개한 싱글이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세련된 트랩을 선보였던 전작 '달이 태양을 가릴 때 (Eclipse)'와 다르게 'G999'는 199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장르 뉴 잭스 윙을 빌려 더 가볍고 순수한 모습을 선보인다. 편곡과 후렴구의 가창 파트처럼 과거 작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싱잉 랩 등 최근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에 단순 고증이 아닌 재해석의 여지 또한 함께 열어둔다.
다만 이런 시도가 '추억 회상'을 뛰어넘는 감상 지점을 제공할 정도로 특별하진 않다. 곡이 뉴트로 유행의 막차를 탄 지금, 이미 소진된 당대의 화제성 또한 흥미를 떨어트리는 요소. 반전을 일으키기엔 흐릿하게 빛이 바랜 빈티지 원료가 투박하다.
아이돌 신에서 '자체제작'이란 타이틀을 선점했던 빅스의 멤버인 라비와 (여자)아이들의 리더 소연이 만났다. 메인 래퍼 포지션 외에도 작사, 작곡 및 프로듀싱을 병행하는 두 사람은 아티스트라는 이들의 교차점에서 시너지를 생성한다.
어릴 적 애니메이션 속에 살던 아이들은 이제 각자 위치에서 성사시킨 '철이 없던 기적'을 돌아본다. 힙합 기반의 펑크 록 요소를 장착한 날것의 선율이 뜨거운 젊음을 대변하고 그 위에 입혀진 랩은 패기로 가득하다. 올해를 강타한 더 키드 라로이와 저스틴 비버의 'Stay'가 스치지만 동심을 잃지 않은 순수한 메시지가 기시감을 상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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