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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기획] 책라방의 기쁨과 슬픔 - 소설가 김금희

<월간 채널예스>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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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기. 일 년간의 책보람 라이브 (2021.12.13)


언스플래쉬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이사를 했고 단편집을 냈으며 인스타그램으로 ‘책보람’이라는 라이브 방송을 했다. 처음 라이브 버튼을 눌렀던 때가 작년 연말이다. 지금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적었지만 훨씬 더 위기감이 높았고 게다가 백신도 없었기 때문에 사람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버스 한 번 타지 않고 한 달이 지나간 때도 있었다. 책을 내면 그래도 가까이 만날 수 있었던 독자분들, 좋아하는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북 토크를 열면 가명으로 신청해 몰래 참석했던 소소한 기쁨, 혹은 아예 꽃다발을 들고 찾아가 만끽했던 밤의 대화들은 대체 어디로 가버렸을까? 하루가 지나봐야 입 열 일 없는 적막한 시간들이 계속되자 나는 드디어 인스타그램의 그 버튼을 눌렀다. 연말 인사를 전하는 라이브였고 그렇게 갑자기 많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게 되자 나는 팬데믹의 엄중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만날 수 있음을, 그저 버튼 하나면 이야기 나눌 수 있음을 실감했다. 

하지만 작가가 SNS를 하고 그것을 통해 정기적인 만남까지 조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게 어려운 게 아니라 내면화된 검열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해야 한다는 이제는 거의 고전화된 경계도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작가야말로 자신의 서재를 공개하는 작가라는 또 어디선가 들은 듯한 경고도 있어서 그런 ‘하지 마’의 말들과 싸우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그래도 라이브 버튼을 눌렀고 두 달에 한 번 책을 정해 인스타그램의 독자들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선정했다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아니었고 많은 청중이 모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라이브로 독자들과 이야기하고 나서는 늘 내가 목적한 바를 이뤘다는 기분이 들었다. 읽는 즐거움과 보람을 확인하고 두 달 동안 무사히 살아낸 우리의 나날들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이 생생한 만남으로부터 얻으려 하는 것이니까. 



라이브로 만난 책 중에 독자들이 가장 좋아한 책은 박완서 작가님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였다. 작고 10주기를 맞춰 출간된 개정판에 짧은 글을 더할 수 있었고 그 인연으로 첫 라이브 방송에서 독자들과 함께 읽은 것이다. 독자들은 나보다 소설에 대한 기억이 더 정확했고(나는 소설에 등장하는 두 남자를 헷갈리기도 했다) 작품의 의미도 아주 명쾌하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요약했다(물론 이는 댓글로 대화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소설의 인물을 마치 살아 있는 누군가처럼 함께 흉보고 안타까워하고 때론 미워하는 시간. 나는 아마 내 소설도 이런 방식으로 독자에게 가닿았겠구나 하고 느꼈다. 그렇게 해서 어떤 뚜렷한 입체로 독자들 마음에 남았고, 그렇게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겠구나 하는.

처음 라이브 방송을 한다고 하자 친구는 나와 함께 일하는 소속사에서 권유한 일이냐고 물었다. 그때 또 한 번 ‘라방’이 작가가 자의로 선택할 리는 없는 일로 보이는구나 하고 느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차라리 그렇게 보이는 것이 어느 면에서는 편리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주 명확히 나 혼자 아이디어를 내고 나 혼자 이름을 정하고 방법과 일정을 정한 것이다. 

작가라는 직업이 무척 고되고 깊은 고독과 싸우는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래도 그것이 메시지의 송신자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위계적 측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권력이고 어느 면에서는 특별한 혜택이다. 그러니 때론 호스트가 되어 다른 게스트들을 불러 모아 그 얘기를 듣는 일, 다른 주최들이 자리를 다 마련해놓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손을 들어 제안하는 일. 그것이 1년 동안 라이브 버튼을 누르면서 내가 배운 일들이다. 

주제가 되는 책이 있지만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화제는 위병을 앓지 않는 법이나 4차 산업의 도래 속에 각자의 직업은 무사할 것인가 하는 얘기로 번져 있게 마련이다. (작가라는 직업이 가장 빨리 없어진다고 들었다며 참여자들은 나를 걱정했다.) 그 또한 라이브라는 특성이 가져오는 이점이다. 가장 바라는 건 참여자들끼리 더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인데 아직 내가 그 정도로 진행을 능숙하게 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참여자들이 서로 묻고 답하는 순간이 생기면 나는 내가 마련한 방에 누군가들이 모여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해 마음이 뭉근하게 풀어진다. 

말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긴장이나, 취객이나 키보드 워리어의 등장으로 사고가 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은 사라지고 거기에는 그냥 책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 타닥타닥 버튼을 눌러 나누는 이야기만 남는다. 그렇게 해서 가급적 만나지 않아야 서로가 안녕한 이 시간들을 견뎌보는 것, 책 이야기로 잠시 곁불을 쬐었다가 다시 각자의 현실로 돌아가더라도 일단은 그렇게라도 만나보는 것. 이것이 내가 하고 있는 ‘라방’의 전부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것이 본래 책이 목적한 포기할 수 없는 보람이라는 점에서 나는 내가 책에 빠져들었던 어떤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저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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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금희(소설가)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하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가 있다. 2015년, 2017년 젊은작가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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