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택 "개나리 열매 찾기에 완전히 빠져서 다녔죠"
『자연의 시간』
아는 분은 자신의 생일을 “라일락 필 때”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거든요. 자신의 생일을 향기로 기억하는 것도 좋은 일이에요. (2021.12.13)
『꽃을 기다리다』,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등의 식물 에세이, 생태 만화 『꼬마애벌레 말캉이』, 『식물 탐정 완두, 우리 동네 범인을 찾아라!』 등을 쓰고 그려온 숲놀이 기획자이자 생태만화가 황경택 작가는 자연을 관찰하는 일이 인간의 일을 다시 보게 한다고 그 의미를 짚어낸다. 겨울의 나목을 보며 꾸미지 않은 진짜 나를 발견하고, 곤충 날개의 상처를 보며 우리 모두는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루도 같은 날이 없”는 자연을 보며 “살아 있음은 매일이 기적 같”(11쪽)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자연의 시간』은 그런 황경택 작가가 우리 자연에서 찾아낸 100가지 명장면을 1월부터 12월까지 계절의 시계에 맞춰 보여주는 책이다. 놀랍도록 가까이에 보석처럼 숨어 있던 이 장면들을 따라 봄의 시작을 산수유와 생강나무의 노란 꽃으로 인식하고, 매년 첫 매미 울음 소리를 들은 날짜를 기록하는 일. 이것은 내 일상에 더 많은 행복의 순간을 불러들이는 일과 같다.
“자기 얘기를 쓰는 사람들의 기본 조건을 저는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을 좋은 글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글이란 자신의 생각이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행복해야죠. 자연을 관찰할 때 일단 제가 행복하니까 많은 분들에게 여러분도 저처럼 행복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고요. 그래서 자연을 자세히 보고 새로운 걸 발견해 보는 즐거움을 계속 얘기하는 것 같아요.”
책의 첫 문장이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죠. 『자연의 시간』은 계절을 체감하는 수단이 달력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었어요.
자연을 산책하면 정말로 매일이 다르거든요. 이런 거죠. 매일 다니는 출근길을 사람들은 그저 같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면 좀 지루해져요. 자세히 보면 새로운 풀이 있기도 하고요. 어제는 안 피었던 꽃이 새로 피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그 자체의 즐거움이 있죠. 자연을 관찰하며 지내는 것을 저는 ‘즐거움’으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발견의 즐거움이 있어요. 내가 늘 생활하던 공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 그런 게 있으면 생활이 좀 덜 지루하겠죠. 삶을 보다 행복 쪽에 맞출 수가 있고요. 더구나 이런 이야기들은 그냥 말로 하면 잘 모르시니까 자꾸 그림으로 그려드리려고 하고, 그것들을 찾아드리려고 하는 거예요. 그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다른 풍경을 관찰할 줄 안다는 것은 행복의 빈도가 훨씬 늘어나는 일이기도 하겠어요. 작가님도 책 작업을 하실 때 자주 행복하셨어요?
행복하죠.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해온 작업이긴 한데요. 우리 자연 속 100가지 장면을 그린다는 책의 주제가 있어서 한 2년 정도에 걸쳐 다시 그렸어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정리하면서 다시 보니까 또 즐겁더라고요. 기본적으로 관찰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는 즐거움 자체가 커요.
자연을 관찰하는 게 정말 즐거운 일이라는 걸 처음 느꼈을 때가 기억 나세요?
제가 ‘개암나무’라는 아이디를 쓰거든요. 어릴 때 동화책에서 접하죠, 개암나무. 저도 동화책에서 보고 너무 궁금했어요. 도대체 어떻기에 도깨비들도 놀라게 하고, 도적들도 놀라게 하는지 말이에요.(웃음) 깨물면 큰 천둥 소리가 난다고 해서 어릴 때는 그냥 상상의 식물인가보다 하고 지나쳐버렸죠. 나중에 공부를 하면서 책을 보다 개암나무가 나왔는데 너무 깜짝 놀랐어요. 어렸을 때 매일 보던 나무였거든요. 저희 동네에서는 ‘깨금나무’라고 부르던 그 나무가 개암나무였던 거예요. 그때의 놀라움이 아마 공부하면서 새로운 사실에 대한 기쁨과 충격을 얻은 첫 기억이었을 거예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많았을 테고요.
숲 해설가 양성 과정에는 강사도 많이 계시고, 책도 많아요. 그렇지만 한 권의 책에 모든 걸 다 담아 놓은 건 없어요. 도감에도 지면의 한계가 있어서 모든 내용을 다 적어 놓지는 않거든요. 어떤 것들은 알면서도 안 쓰고, 어떤 것은 관찰을 못했기 때문에 안 쓰는 식으로 빠져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저도 공부하면서 도감이 없는 내용을 발견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이것도 내가 기록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죠. 무궁화 같은 것도 열어보면 털이 달려 있는 씨앗이 들어있거든요. 씨앗은 약간 하트 모양이고요. 이런 것들이 다 새로운 사실이잖아요. 씨앗에 털이 달려서 바람에 날아가는 모습을 발견하면 또 그렇게 즐거웠어요.
책 내용 중, 인터뷰를 하는 오늘과 가까운 날짜가 12월 5일인데요. 글의 제목이 ‘솔씨의 여행’이에요. 이 대목을 보는데 새삼 주변에서 솔방울을 그렇게 많이 봤어도 솔방울이 벌어지고, 솔씨가 떨어지는 과정을 관찰할 생각은 못했었구나, 싶었어요.
사실 숲 해설가들은 다 아는 내용이긴 한데요. 그렇지만 이런 내용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책을 써야 하니까요. 저도 처음 알았을 때 놀랐던 내용들을 생각해보고 책에 담은 거예요. 아직 자연에 관심이 없거나 지나치는 사람들이 알면 흥미로울 부분들이 많아요.
“저마다 사계절을 느끼는 자기만의 시그니처를 하나씩 갖고 있다면 삶이 좀 더 낭만적이지 않을까?”(77쪽)라고 쓰신 부분이 떠오르네요.
그렇게 하나를 알게 되면 나만의 비밀을 하나 갖는 느낌이죠. 이 책은 자연에 관찰할 게 아주 많지만 그 중에서도 100개, 특히 우리 일상에 있는 것들 위주로 뽑은 거예요. 예를 들어 ‘희망봉용담’이라는 애가 있어요. 걔는 평소에 꽃잎을 닫고 있어요. 원래 꽃은 꽃가루가 바람이나 비에 젖거나 떨어지면 안 되니까 꽃잎을 닫는 게 유리하거든요. 그렇지만 대개는 닫아 놓으면 벌이 못 오니까 꽃잎을 열어놓는 거예요. 한편 희망봉 용담은 평상시에는 꽃잎을 닫았다가 특정한 벌이 와서 날개 짓을 하면 거기에 맞춰 꽃잎을 열어요. 그때 수분이 이루어져요. 신기하죠? 하지만 이걸 보려면 히말라야 희망봉까지 가야하잖아요. 재미있는 게 토마토가 그래요. 그걸 보기 위해 멀리 안 가도 되는 거예요.(웃음) 또 ‘아카시아’(한국에 있는 ‘아카시’와 다른)라고 아프리카에 있는 나무는요. 그 안에 개미가 살아요. 개미는 꿀을 먹고 다른 곤충들이 못 오게 하죠. 그런데 주변에도 많이 볼 수 있는 벚나무가 그래요. 우리 주변에서도 신비함을 발견할 수 있어요.
개나리에 열매가 맺힌다는 얘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열매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면 보고도 몰랐을 것들이니까요.
개나리 이야기도 처음 듣는 분들이 재미있어 하시는 내용인데요. 저도 공부하면서 알게 된 내용이에요. 놀랍게도 개나리가 멸종위기종이라고 하더라고요. 맨날 보는 건데 신기하잖아요. 알고 봤더니 암나무와 수나무 두 종류가 있는데 개나리는 꺾꽂이로도 쉽게 번식이 되니까 한 곳에 한 종류를 많이 심는다고 해요. 그 때문에 수분이 이루어지지 않아 열매가 거의 없다는 거죠. 그 내용을 보고 실제로 찾아봤어요. 진짜로 개나리에 열매가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개나리 열매 찾기에 완전히 빠져서 다녔죠.(웃음) 그러다가 월드컵공원에 갔는데 개나리 열매가 너무 많은 거예요. 정말 놀랐어요. 그 다음부터는 열매가 눈에 조금 더 잘 들어오더라고요. 지금도 어디를 가서 봐도 몇 개 정도는 찾아요.
나의 한 계절을 나의 속도로 느끼기, 나만의 전통을 만드는 일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주시는데요. 그 중, 매년 첫 매미 소리를 들은 날을 기록해보라고 제안하신 부분도 좋았어요. 쉽게 따라할 수 있으면서도 계절의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록의 힘이 있어요. 제가 어딘가 가서 사슴벌레를 한 마리 보고 그린 적이 있거든요. 그 옆에 날짜도 물론 적고요. 얼마 뒤에 우연히 곤충학자와 대화를 하는데 제 스케치를 보고 어디서 그린 거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어디서 본 거라고 답했더니 “설마요, 거기는 그 곤충이 안 사는데.” 이러시는 거예요. 제가 사진 찍어 둔 것도 있다고 말씀을 드리니까 그제야 “걔네가 그렇게 아래쪽에는 없는 걸로 알았는데 생각을 바꿔야겠네요.”라고 하셨어요. 그게 기록이 가지는 힘 같아요. 특히 저는 아마추어의 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전문가들은 바쁘기도 하고 동선이 의외로 좁아요. 한편 아마추어들은 다양한 숲에 가서 여러 가지 관찰을 많이 하거든요. 제가 까치가 둥지 짓는 것을 2월에 봤지만 어떤 분은 1월에 관찰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또 발견인 거예요. 많은 분들이 이것들을 재미 삼아 해보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는 분은 자신의 생일을 “라일락 필 때”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거든요. 자신의 생일을 향기로 기억하는 것도 좋은 일이죠.
“자연 지식을 대하는 좋은 태도는 일단은 할 수 있는 경험을 한 후에 판단하는 것(111쪽)”이라고 하셨어요.
대학 다닐 때 미학 개론 수업을 들었어요. 강의 시간에 교수님이 커피 얘기를 하시는데 커피가 언제 발견됐는지, 누가 처음 마셨는지 등을 언급하면서 커피의 가치와 놀라움을 설명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 지식을 아는 게 과연 커피에 대한 미학일까 싶은 거죠. 내가 커피를 직접 맛보면서 그 맛으로 커피의 가치를 찾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질문을 드렸어요. 야구의 탄생 배경이나 메이저리그에 대한 여러 이력, 야구의 규칙 등을 다 아는 게 야구를 즐기는 걸까요, 아니면 내가 휘두른 야구 방망이가 공을 맞췄을 때의 기쁨을 느끼는 게 야구를 더 즐기는 걸까요, 하고요. 저는 지금처럼 개나리에 대한 이야기를 머리로 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직접 가서 내가 그것을 경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공부도 중요하죠. 하지만 직접 경험이 제일 중요해요.
그래서 책에도 식물의 생태나 지식을 간략히 소개하면서도 그보다는 나라는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나의 일상에서 어떻게 보였는지를 많이 기록하신 거군요.
네, ‘나는 일단 이렇게 느꼈으니 여러분들도 한번 직접 나가서 맡아보고 해보세요’ 이런 거죠. 그건 숲해설을 할 때 어린이들에게도 똑같이 하는 말이에요. 어린이들과 수업을 할 때 인사하고 건네는 첫 질문이 “자연이 뭘까?”거든요. 그러면 어린이들은 나무요, 풀이요, 하면서 이런 저런 답을 해요. 자연은 보호해야 돼요, 하면서요.(웃음) 그러면 저는 “맞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오늘 자연은 경험하는 거라고 얘기하고 싶어요.”라고 해요. 경험이 제일 중요하고, 거기서부터가 출발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자연을 관찰하는 이유가 지식을 쌓기 위해, 현명해지기 위해만은 아니에요. 그건 두 번째인 것 같고요. 우선은 직접 만져보고 냄새 맡는 경험을 해봐야죠. 거기서 오는 감동이 있으니까요. 그 이후에 보호나 지식, 지혜도 오는 것 같아요.
자연을 그저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각각의 의미 있는 생명체로 자세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의미 같기도 해요.
자연의 이야기가 결국 사람의 이야기와 똑같거든요. 제가 책에 사람 이야기, 우리 이야기를 많이 적은 이유이기도 한데요. 저도 언뜻 보면 키도 작고, 젊거나 멋지고 화려하게 보이진 않으니까(웃음) 지나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도 좀 자세히 봐주시면 제 안에 여러 가지가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다른 사람을 볼 때도 마찬가지죠. 그러니까 우리가 서로를 대할 때도 자세히 봐야 그 사람에 대한 것도 매력도 알 수 있고 그 사람 이야기도 더 많이 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자연에서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네요.
실제로 저도 위로를 많이 받아요. 활엽수와 침엽수가 다른 삶을 살잖아요. 다른 형태로 살고요. 저도 예전에는 단순히 다르다는 것, 각각의 종류가 몇 개인지 혹은 생태적으로 어떻게 다른지에 집중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그것들을 보면서 우리는 모두 달라도 된다는 것을 깊이 느끼게 돼요. 나도 다른 사람과 달라도 되는 거죠. 그래서 위안이 되는 거예요. 또 자연을 관찰해 보면요. 어떤 나무나 풀, 어떤 곤충도 상처 없는 게 없어요. 다 상처가 있어요. 곤충도 날개나 딱지가 너무 예쁘지만 자세히 보면 흠집이 꼭 있거든요. 하지만 다 잘 살고 있잖아요. 세상에 어떤 생명체가 상처가 없겠어요. 그렇다면 내가 친구로 인해 받은 상처도 그저 일상에 일어난 일이라는 거죠. 그런 식으로 자연의 일을 보고 위안을 얻는 게 많아요.
앞서 우리 가까이에서 자연의 놀라움을 발견해 보는 즐거움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요. 이것 역시 삶의 비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화려한 순간, 놀라운 성취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더 잘 관찰하는 일의 소중함 같은 것 말이에요.
그렇죠, 그렇다고 해서 그 목표를 이루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거기에만 답이 있지는 않다는 거죠. 저도 외교관이 되고 싶어서 대학에 갔는데요. 막상 가보니까 재미가 없었어요.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게 진짜 내가 원하는 꿈이었는지 혼란스럽더라고요. 혹시 주변 사람들을 겨냥한 꿈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대학에 가서 했어요. 그래서 대학교 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죠. 결국 그 목표가 진짜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진짜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겠다,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만화도 하고, 작가가 된 것 같아요.
해가 바뀌는 시기예요. 이런 시기를 보내는 분들에게 어떤 자연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세요?
겨울이 혹독하죠. 그래서 자연은 저마다의 방법을 개발해서 이 시기를 견뎌요. 침엽수는 부동액처럼 끈적이는 것을 만들어내서 조금씩 수분을 배출해 가며 최대한 천천히 견디고요. 활엽수는 잎이 크고 물을 많이 쓰기 때문에 아예 그냥 이 기간에는 멈춰버리죠. 보세요, 이것도 방법이잖아요. 아예 쉬는 거예요. 그래야 또 이 시기를 견디고 다음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이 시간을 좀 쉬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으로 삼자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생계가 있는 분들께 이런 이야기가 공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요. 어려운 시기를 다른 상황으로 역전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잎을 다 떨어뜨리면 나무들이 쓸쓸해 보이죠. 저는 그게 어찌 보면 진솔한 모습 같기도 해요. 나목이 주는 가치가 있는 것 같거든요. 옷을 다 입고 있고 멋지게 꾸미고 있는 모습도 나의 모습이지만 내면의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이잖아요. 그래서 진솔하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해드리고 싶어요.
겨울의 산은 언뜻 쓸쓸하고 황량해 보이지만 그 안에 조만간 폭발하듯 뿜어져 나올 봄빛의 향연을 숨기고 있다. 이파리가 없어 무채색 같아도 자세히 보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저마다의 빛깔이 묻어 있다. 가지 끝에 겨울눈 빛깔들이 모여 멀리서도 보라색이 살짝 돈다. 저 안에 노오란 생강나무 꽃도, 산벚나무의 밝은 연보랏빛 꽃송이도, 알알이 붉게 익어갈 산딸기 열매도, 실베짱이의 날갯짓도, 꿀벌들의 웅웅대는 소리도 모두 담겨 있을 것이다. _(15-16쪽)
*황경택 (글·그림) 1972년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사)우리만화연대, (사)숲연구소에서 활동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만화가가 되었다. 데뷔 후 숲 공부에 빠져 생태 만화만 그렸다. 20여 년째 어린이를 위한 생태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숲에 나가 놀이와 관찰법을 가르치고, 자연의 변화를 꾸준히 그림으로 그려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자연을 잘 관찰하는 사람만이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믿으며,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숲과 길 주변의 식물 산책을 즐긴다. 그 경험을 토대로 어린이를 위한 생태 만화와 어른을 위한 식물 관찰 에세이, 교육자를 위한 생태 안내서를 다양하게 펴냈다. 대표 저서로는 식물 드로잉 에세이 『꽃을 기다리다』와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어른을 위한 숲놀이 책인 『내 안의 자연인을 깨우는 법』, 생태 만화 『꼬마애벌레 말캉이』와 『식물탐정 완두』, 생태 교육자를 위한 안내서 『숲 해설 시나리오 115』와 『주머니 속 자연놀이 100』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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