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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나잇 인 소호> 에드가 라이트의 캐릭터에 무슨 일이?

에드가 라이트의 신작 호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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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라이트는 1960년대의 문화를 엘리의 꿈을 경유해 2020년대의 현재로 끌어들여 영화적인 접목을 시도한다. (2021.12.02)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의 한 장면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독특한 자기 리듬으로 영화를 만드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힙’한 연출자다. 사이먼 페그, 닉 프로스트 콤비와 호흡을 맞춘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뜨거운 녀석들>(2007)은 좀비물과 수사물에 코믹한 리듬을 부여한 영국 시절의 대표작이었다. 할리우드로 넘어와 만든 <베이비 드라이버>(2017)는 자기 기분에 맞는 음악을 플레이해야만 경찰에 쫓기는 은행 강도들을 안전하게 도피시켜주는 젊은 운전자의 설정이 감독의 여전한 젊은 감각을 증명했다. 에드가 라이트는 장르를 음악처럼 연주하며 유희하는 연출자이다.

신작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서도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시골 마을에서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가지고 사는 엘리(토마신 맥켄지)는 1960년대 팝을 즐겨 듣는다. 엘리가 생각하기에 그 시대야말로 문화적으로 가장 뛰어났다. 네온사인 빛나는 레트로한 간판에, 필름 누아르틱한 지하 클럽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무대에, 제임스 딘 머리를 한 남자들, 왕관을 쓴 듯한 헤어스타일의 여자들, 그래서 엘리는 1960년대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옷을 디자인한다. 이왕이면 1960년대 문화의 중심이었던 런던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다.

마침 런던 소재의 디자인 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얻었다. 처음 접한 런던은 엘리에게 별세계다. 그래서 겁도 난다. 기숙사 방에 처박혀 1960년대 음악을 듣는 엘리를 친구들은 별종 대하듯 한다. 기숙사를 나온 엘리는 소호 거리에서 여성 전용 하숙집을 찾아 겨우 안정을 취한다. 잠도 잘 오고 꿈까지 꾼다. 꿈에서 1960년대의 소호 밤거리를 걷다가 가수가 되겠다며 용기백배한 샌디(안야 테일러 조이)를 알게 된다. 매일 밤 꿈에 나온 샌디의 행적을 따라가던 중 엘리는 샌디의 살해 순간을 목격한다. 살해 장소는 엘리가 묵고 있는 하숙집의 바로 그 방이다!

1960년대의 런던은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 등의 인기에 힘입어 음악 팬들이 찾는 공간이 되었다. 비틀즈가 입고 다니는 의상 스타일은 모즈룩이라고 하여 런던이 패션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고, 활력 넘치는 런던을 일컬어 ‘신나는 런던(Swinging London)’이라 부르기도 했다. 영화 역사에서도 당시는 영국의 ‘해머 필름’을 비롯하여 이탈리아의 ‘지알로’ 등 핏빛을 강조하는 강렬한 색채의 공포물이 새로운 조류로 부상하며 전 세계 영화 팬을 흥분시켰다. 에드가 라이트는 1960년대의 문화를 엘리의 꿈을 경유해 2020년대의 현재로 끌어들여 영화적인 접목을 시도한다.

이는 1960년대와 2020년대가 거울을 마주 보고 서로를 비추는 형태와 같아서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면과 숨기고 싶은 부분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에드가 라이트는 <라스트 나잇 인 소호>를 구상했다. “런던을 사랑하고, 1960년대를 사랑한다. 하지만 이 감정에는 애정과 증오가 동시에 존재한다. 런던은 잔혹한 만큼 아름다울 수도 있는 도시다.” 1960년대의 런던 소호는 화려함과 낭만이 가득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화려함 뒤에 보이지 않는 공포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공식 포스터

엘리가 꿈에서 샌디에게 마음을 뺏긴 건 소심한 자신과 다르게 자신감이 넘치는 샌디의 태도에 매료되어서다. 외모면 외모, 실력이면 실력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샌디에게 가수 데뷔할 기회를 주겠다며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남자들에게서 샌디의 꿈은 이용되고 유린당하다 산산이 조각난 거울처럼 파괴되고 만다. 샌디마냥 꿈을 이루겠다며 찾아온 런던에서 악몽에 시달리던 엘리는 그 여파가 현실까지 미치며 환영에 시달린다. 살해당한 샌디가 나타나 괴롭히는가 하면 샌디를 농락했던 남자들이 쫓아와 엘리는 제정신으로 런던에서 버티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

꿈과 악몽, 환영과 환각, 실제와 환상을 통해 1960년대와 2010년대를 봉제선이 보이지 않게 이어붙인 에드가 라이트의 리듬감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이를 확인하면서도 전작만큼 재미를 만끽할 수 없었던 이유는 캐릭터를 유용하는 면에서 에드가 라이트의 개성이라고 할 만한 터치가 느껴지지 않아서다. 엘리와 샌디는 공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매사 자신감이 없는 엘리는 속된 말로 자기주장을 펼치기보다 비명을 질러대며 도망 다니기 바쁘고 샌디는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해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나는 캐릭터다.

물론 시대를 초월해 엘리와 샌디가 연대하는 결말은 여성적 특징을 보여주기는 해도 성(性)의 측면에서 관습적인 묘사에 가깝다. 음악을 연료 삼아 운전대를 잡고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베이비 드라이버> 캐릭터의 참신한 설정을 생각하면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의 엘리와 샌디는 개성의 부피 면에서 더더욱 얇게 느껴진다. 감독이 판을 깔아주면 캐릭터 스스로가 살아 움직였던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 영화에서는 장르의 필요에 맞춰 수동적으로 연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에드가 라이트의 연출은 보이되 캐릭터는 잘 보이지 않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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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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