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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탄생] 왜 하필 이 제목이죠? (16)

<월간 채널예스>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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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심장을 움직인 게 아니라 심장이 스스로 움직인다니. 그 순간, 몸은 의지를 가진 주체로서 다시 태어났다. ‘몸이 나를 위로한다.’ 그것이 맞았다.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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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나를 위로한다』

남희경 저 | 생각속의집



몸동작 워크숍에서 이미 제목을 정했다. 저자의 제안에 따라 심장 부근에 두 손을 살며시 갖다 대는 순간, 심장의 박동소리가 온몸으로 퍼졌다. 내 생명을 지켜주는 몸의 움직임이었다. “몸이 움직입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는 순간에도 심장은 스스로 뛰면서 우리를 돌봅니다.” 내가 심장을 움직인 게 아니라 심장이 스스로 움직인다니. 그 순간, 몸은 의지를 가진 주체로서 다시 태어났다. ‘몸이 나를 위로한다.’ 그것이 맞았다.  성미옥(생각속의집)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정아은 저 | 문예출판사 



소설 원고를 받았다. 그것도 두 편이나. 일종의 연작소설인데, 두 권 중 한 권만 읽어도 무리가 없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제목 하나 짓는 것도 일인데, 두 개를 동시에… 두 배로 삭신이 쑤셨다. 나는 가끔 시를 읽는다. 제목이 안 나올 때다. 집에 있는 시집을 몽땅 들어다 차례를 탐독한다. 땡기는(?) 제목이 있으면 펼쳐서 읽어본다. 영감이여, 오라. 연작 소설이니 두 개의 제목을 연결하면 하나의 문장이 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문장이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제목이 탄생했다.  고우리(문예출판사)



『모녀의 세계』

김지윤 저 | 은행나무



최종 후보는 둘이었다. ‘두 여자의 심리학’이냐 ‘모녀의 세계’냐. 사실은 엄마를 향한 딸의 처절한 외침을 담은 메시지형 제목을 뽑고 싶어 몇 날 며칠 머리를 싸매었으나 기존의 책들과 차별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제목이 쉬 떠오르지 않았다. 다른 전략이 필요했고 그것은 ‘공감’이었다. 이 책의 탄생 기반이 된 김지윤 저자의 인기 강의에는 “내 얘기인 줄!”이라고 감탄사를 덧붙인 댓글들이 빼곡했다. 최종 제목으로 낙찰된 ‘모녀의 세계’는 그러한 공감을 포인트로 잡은 제목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패러디이기도 하며, 본문 내 중제이기도 한 제목이었다. 늘 그렇듯, 찾고자 하는 것은 가장 가까이에 존재한다.  유화경(은행나무)



『꼭대기의 수줍음』

유계영 저 | 민음사



제목은 초교 때부터 결정돼 있었다. 책에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보다는 과거에 머물거나 산책에서 스쳤을 뿐인 먼 곳의 사람들이. 시인은 그들에 대해 곰곰 깊은 생각에 잠기지만 조심스러운 태도 때문에 당사자들은 그 생각을 짐작해 볼 수조차 없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우리는 나무들에게 배운 대로 주춤주춤 서로에게서 물러난다. 꼭대기의 수줍음처럼.” 꼭대기의 수줍음이란, 나무의 맨 위 가지들이 서로 간격을 유지하며 자라는 것을 일컫는 현상으로, 덕분에 아래의 풀들까지 햇빛을 볼 수 있다. ‘꼭대기의 수줍음’이라는 아름다운 어감, 그리고 시인의 태도와 꼭 닮은 의미. 다른 제목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  정기현(민음사)



『법정의 얼굴들』

박주영 저 | 모로



판사님 덕분에 법정에 들어가본 적이 있다. 창 하나 없는 법정은 한낮의 여름 날씨가 무색할 만큼 어둡고 싸늘했다. 원고를 읽는 동안 볕 하나 없는 차가운 법정에 들어찬 얼굴들을 상상했다. 생후 71일 윤수의 얼굴은 폭력의 증거로서 법정 벽면에 떴을 것이고, 자살을 시도한 청년들은 얼굴을 숙인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법정의 얼굴들’이라는 제목을 붙인 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세상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는 선명한 얼굴들을 떠올려주길 바라서였다. 사건 너머 구체적인 얼굴들을 마주할 때에야, 우리는 함께 울 수 있을 것이다.  조은혜(모로)



몸이 나를 위로한다
몸이 나를 위로한다
남희경 저
생각속의집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정아은 저
문예출판사
모녀의 세계
모녀의 세계
김지윤 저
은행나무
꼭대기의 수줍음
꼭대기의 수줍음
유계영 저
민음사
법정의 얼굴들
법정의 얼굴들
박주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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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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