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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해롤드 래미스를 기리며
돌아온 서스펜스 액션 어드벤처
원년 멤버와 라이징 멤버, 피를 나눈 가족과 가족 같은 동료, 성과 세대와 인종과 이승과 저승 등 모든 경계를 넘어선 초월과 연대의 가족애가, 아들이 쓴 시나리오를 본 이반 라이트먼이 그랬듯 눈시울을 뜨겁게 적신다. (2021.11.25)
슈퍼히어로가 극장가에서 인기 장르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현재와 다르게 1980년대는 미지의 존재와 모험과 공포가 결합한 ‘서스펜스 액션 어드벤처’의 시대였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인간 친화적인 외계인이 등장하는 <E.T.>(1982)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리처드 도너의 <구니스>(1985)는 <기묘한 이야기>(2016~ )가 오마주 한 어드벤처물의 원조가 되었다. 그리고 이반 라이트먼의 <고스트 버스터즈>(1984)는 유령 잡는 대원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성공하면서 속편과 리메이크에 이어 리부트까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작품이 되었다.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이 시리즈가 지닌 초월의 힘이 일종의 ‘연대’에 있음을 보여주는 신작이다. 트레버(핀 울프헤드)와 피비(맥케나 그레이스) 남매는 할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시골집으로 이사 온다. 대낮에도 빛이 잘 들지 않아 유령의 집과도 흡사한 이 집에 들어오면서 남매는 이상한 일을 겪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신호를 따라 트레버는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자동차 ‘엑토-1’을 발견하고, 피비는 양성자 광선의 ‘프로튼 팩’을 발견한다. 과연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궁금하던 차 피비는 유령 ‘먹깨비’를 발견한다.
트레버가 엑토-1을 몰고 피비가 프로튼 팩을 발사해 먹깨비를 포획하는 데 성공한 남매는 이들 무기가 37년 전 뉴욕에 출몰한 유령을 물리쳤던 고스트 버스터즈 멤버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당시의 유령들이 이곳 시골 마을에 나타났다! 과자 봉지를 뚫고 ‘마시멜로 맨’들이 하나둘 나타나 동네 월마트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뿔 달린 사악한 유령 ‘테러 독’이 부활을 꿈꾸는 고저 왕국을 지키겠다고 마을을 위협에 빠뜨린다. 트레버와 피비, 그리고 피비의 친구 팟캐스트(로건 킴)와 트레버와 썸을 타는 럭키(클레스터 오코너)가 ‘라이징’ 고스트 버스터즈가 되어 이에 맞선다.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의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은 <툴리>(2018) <인 디 에어>(2010) <주노>(2008) 등의 연출자로 유명하다. 이들 작품은 인생의 위기를 맞은 주인공을 내세워 극복하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며 삶의 긍정성을 부각한 저예산의 작품이었다. 블록버스터와 거리가 있는 작품을 만들었던 제이슨 라이트먼이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의 메가폰을 잡은 건 <고스트 버스터즈>가 특별한 의미를 담은 작품이라서다. 제이슨 라이트먼의 아버지는 이반 라이트먼이고, 이반 라이트먼은 <고스트 버스터즈>와 <고스트 버스터즈 2>(1989)를 연출한 감독이다.
이반 라이트먼과 제이슨 라이트먼은 이번 작품에서 부자(父子) 관계를 초월해 각각 제작자와 감독으로 호흡을 맞췄다. “농장에서 프로톤 팩을 찾은 열두 살 소녀가 떠올랐다. 이 소녀가 이곤 스펭글러의 손녀로 나오면 어떨까?’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아들 제이슨 라이트먼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공유하자 이반 라이트먼은 감정이 흔들렸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는 울고 말았다. 스케일이 큰 영화로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생각, 세상을 구원한다는 보다 큰 콘셉트로 가족애를 구현한다는 설정이 감동적이었다.”
이반 라이트먼이 언급한 ‘가족애’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에서 핏줄의 의미를 넘어 결이 다양하다. 라이트먼 부자의 협업은 이미 언급했고, 극 중 원년 멤버의 손녀와 손자가 임무를 물려받는다는 설정의 이번 영화는 ‘고스트 버스터즈’를 매개로 세대와 세대가 손을 잡고 연대의 역사를 이어간다는 보다 확장된 통합의 개념으로 나아간다. 팬이라면 피비가 쓴 둥근 안경의 형태를 통해 이들 남매가 원년 고스트 버스터즈 멤버 중 이곤 스팽글러의 손자와 손녀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이곤 스팽글러 역의 해롤드 래미스는 2014년 7월 희귀 혈관질환으로 사망했다. 해롤드 래미스는 이골 스팽글러 연기는 물론 각본가로도 참여해 <고스트 버스터즈>가 세상에 나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이슨 라이트먼이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해롤드 래미스의 사망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고스트 버스터즈>의 리부트이면서 해롤드 래미스를 기리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래서 극 중 유령은 고스트 버스터즈 멤버들이 포획해야 하는 빌런의 역할 뿐 아니라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초월한 존재이기도 하다.
국내 제목과 다르게 원작의 부제는 사후의 생명을 뜻하는 ‘애프터라이프 Afterlife’이다. 해롤드 래미스는 더는 영화에 출연할 수 없지만, 사후의 세계에서 어떤 형태가 됐든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와 함께하지 않을까, 라는 의도가 담긴 원제처럼 이 영화의 결말은 주인공들이 악한 유령을 물리치고 맞이하는 해피엔딩과는 다른 차원의 감동을 선사한다. 원년 멤버와 라이징 멤버, 피를 나눈 가족과 가족 같은 동료, 성과 세대와 인종과 이승과 저승 등 모든 경계를 넘어선 초월과 연대의 가족애가, 아들이 쓴 시나리오를 본 이반 라이트먼이 그랬듯 눈시울을 뜨겁게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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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요즘에는 동생 허남준이 거기에 대해 그림도 그려준다. 영화를 영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