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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나한테 고해성사하는 책이에요 (G. 방송인 김태균)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13회)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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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옆에 “하루하루를 즐기게 된 것이 다 라디오 덕분이다”라고 말하는, 전 국민의 유산균, 산문집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를 출간하신 김태균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1.11.11)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일주일 동안 라디오를 쉬면서 마음을 추스르며 절실하게 느낀 게 하나 있다. ‘인생이 참으로 허무하다’는 것. 당신 자신이 좋아하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른 채 자식들만을 위해서 살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는 살아온 시간 중에서 걱정 없이 행복하셨던 날이 며칠이나 있었을까? 살아 있는 동안에 행복할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 하루하루 내 자신의 행복을 내가 챙기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도 내 행복을 대신 챙겨주지 않는다. “오늘 하루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남은 하루 최선을 다해서 충분히 행복하세요.”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방송인 김태균의 산문집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16년 차 라디오 디제이, 27년 차 개그맨, 방송인 김태균의 시계인데요. 말하지 못한 콤플렉스와 강박 때문에 “웃을 때는 모르겠는데 가만히 있을 때는 무서워요”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를 악물고 살았다는 그는 50살이 된 지금에야 그냥 즐기겠다, 고 말합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를 출간한 김태균 ‘작가님’을 모시고, 유쾌하고 감동이 넘치는 이야기들을 나눠볼까 해요. 



<인터뷰 – 김태균 편>

오은 : 오늘은 작가님이라고 호칭을 하려고 합니다. 작가라는 호칭, 어떠세요? 

김태균 :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 좀 있어요. 어쩐지 차분해진다고 할까요. 저를 “개그맨 김태균 씨입니다”라고 소개해주시면 훨씬 활발하게 인사를 드리게 되는데요. 작가님이라고 소개를 해주시면 느낌이 좀 달라져요. 

오은 : 그게 태균 작가님 성정에 오히려 맞을 수 있는 것 같네요. 책을 읽어보니까 내성적이기도 하고, 조용한 성격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김태균 : 맞아요, 개그맨이라는 성향은 사실 제가 좋아하는 무대 때문에 생긴, 나중에 만들어진 생활 밀착형 성향인 거고요. 사실은 작가가 더 맞을 수 있어요. 말씀을 하셔서 지금 느꼈어요. 

오은 : 이 책은 나에게 선물하기 위해 썼다고 하셨어요. 책을 받아보고, ‘아, 내 선물 왔다’는 생각이 드셨나요?

김태균 : 보통 저는 제가 나온 방송이라든가 제가 나온 사진을 되게 못 봐요. 민망해서요. 그래서 모니터 같은 것도 잘 안 하거든요. 그런데 책은 다르더라고요. 오랜만에 글을 쓰기도 했고, 처음에는 들춰 보기가 설레는 동시에 민망하기도 했는데요. 보니까 술술 잘 읽히면서(웃음) 읽은 뒤 바로 한 번 더 읽고 그랬어요. 지금도 가끔 한 번씩 봐요. 이 책은 정말 나랑 대화하기 위해서 쓴 책이기 때문에 반갑고 좋아요. 그냥 읽어도 좋고, 또 읽어도 좋고요. 조금 민망한 얘기지만 그래요. 

오은 : 이제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개그맨, 라디오 디제이, 작가. 친구들과 롤링페이퍼를 하면 “너는 왜 이렇게 말이 없니?”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심하게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어린 시절이었다. 그런데 무대를 너무 좋아했다. 끼를 발견한 건 교회에서. 교회 행사 때, 무대에 나가 뮤지컬도 하고 사회도 봤는데 무대에 있을 때면 늘 신이 났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둘도 없는 친구였던 학창시절에 김태균의 꿈은 라디오 디제이였다. 

사실 개그맨을 꿈꾼 적은 한 번도 없다. 대학을 방송연예과에 진학한 후에도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고, 탤런트 시험에 응모했던 그였다. 개그와의 인연은 아주 우연한 기회로 시작되었다. 영화의 촬영 보조로 일하면서 오랫동안 산속에 머무르다 촬영을 마치고 내려와 우연히 TV를 시청하는데 <MBC> 공채 개그맨 모집 광고를 본 것이다. 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준비해, 도전했다. 최주봉 성대모사로 3분짜리 콩트를 짰고, 결과는 합격. 1994년, MBC 공채 5기 개그맨이 된 김태균의 첫 번째 무대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였다. 

개그맨이 되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개그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이후 과감하게 자신만의 무대를 개척한다. TV가 아닌 소극장에서, 최초로 음악과 개그를 접목해 '개그 콘서트'라는 단어를 만들어 활동했다. 좌석은 언제나 관객들로 만원이었다. 그리고 2006년 5월 1일, 이후 레전드가 될 라디오 방송 <컬투쇼>를 시작한다. <컬투쇼>는 방송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동시간대 라디오 청취율 1위, 1년 만에 전체 라디오 청취율 1위에 올랐다. 이후 11년 동안 부동의 톱의 자리를 지켰다. 

평양냉면, 할라피뇨, 누룽지, 피규어를 좋아한다. 아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이 가끔 부럽다. 2014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남기신 "인생 허무하도록 짧다. 즐기면서 살아라."라는 유언을 늘 가슴에 안고 산다.” 탤런트 시험에 도전하고, 대학가요제에도 출전하셨던 걸 보면 작가님은 일단 해보자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 나가시는 것 같아요. 보통은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시도조차 안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참 많은데요. 작가님은 그래도 해보자는 방식으로 살아왔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스스로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넓히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김태균 : 제가 뭘 잘하는지 잘 몰랐어요 사람들 다 그렇지 않나요? 잘 모르고 살잖아요. 그런데 제 내 안에 열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1학년 때 그 아까 얘기했던 그 무대에 섰던 그 기분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요. 그 무대에 올라가려면 어디를 가야 되지 생각하다가 서울예대 시험을 보게 됐고요. 대학에 가서도 어떻게든 내가 서고 싶은 무대에 빨리 가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닥치는 데 도전을 한 거죠. 그냥 하는 거예요. 그래서 대학가요제 시험 보고 창피도 당하고요. 탤런트 시험도 보고 떨어지고요. 그러다가 군대를 가게 됐는데요. 군 예술단 오디션에 합격해서 들어갔어요. 그때 저의 무대가 시작이 됐다고 보면 돼요. 그곳에서 개그도 하고 MC도 보고 뮤지컬도 했거든요. 그제야 무대에 대한 갈증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고, 제대 하자마자 개그맨 공채 광고를 보고는 해보자는 생각에 응모했는데 덜컥 된 거죠. 

오은 :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서 네 작가님께서 육성으로 직접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를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김태균 : 이 책은 진짜 제가 저를 만나기 위해서 쓴 글이에요. 5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솔직하지 못한 저에 대해 늘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솔직하고자 하는 저와 그렇지 않고 남들 앞에서 꾸미려고 하는 저와의 갈등이 50년 동안 이어진 거죠.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하고, 싫은 데 좋은 척하고요. 그래서 이제는 솔직한 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이 책은 그런 나한테 고백하는, 고해성사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너 이제 그만 그런 거 하고 나한테 덜 미안해하고 살아라, 라고 말하는 책이에요. 

오은 : 보이는 나와 진짜 나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사회에서 활동을 하기 위해서, 어떤 자리에서 나의 역할을 다 해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쓰고 행동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김태균 : 가면을 안 쓸 수도 있거든요. 내가 가면을 쓰든 안 쓰든 사람들은 관심이 없어요. 내가 가면을 쓴 건지 안 쓴 건지 사람들은 몰라요. 그냥 나 혼자만 그러고 있는 거죠. 나 혼자 강박의 가면을 쓰고 있는 거예요. 

오은 : 이 책의 글들을 쓰시면서 누군가 내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쓰셨잖아요. 

김태균 : 솔직하면 솔직할수록, 깊이 빠져들수록, 내가 나를 알아갈수록, 나에 대해서 고백할수록 따뜻한 손길이 더 느껴졌어요. 그냥 온전히 나를 다 보게 된 거죠. 그러면서 나와 대화를 참 많이 나눴고요. 따뜻하고 행복했어요. 

오은 : DJ는 듣는 일이잖아요. 16년 동안 듣기만 한 사람이 드디어 들려줄 수 있게 되었을 때의 어떤 마음이 있었을 것 같아요. 

김태균 : 내 얘기를 들려주는 게 사실은 어색해요. 네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즐겨라, 인생은 너무나 짧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대해 진짜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혼자 거울 보고 대화도 많이 해봤어요. 그러다 낙서하고, 끄적거리던 걸 참 좋아하던 나를 발견한 거고요. 글을 쓰는 게 참 좋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 혹시나 그 방법을 찾고 싶으신 분들께 글쓰기를 권하고 싶어요. 책을 내는 목적이 아니어도 그냥 글을 써보시면 진짜 너무 좋다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을 드릴게요.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태균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인데요.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했던 책이에요. 읽으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찾아내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권했잖아요. 그런데 아마 글 잘 안 써지실 거예요.(웃음) 솔직해지기 쉽지 않거든요. 그럴 때 이 책이 도움이 돼요. 그래도 쓰고, 저래도 쓰고, 계속 쓰라는 얘기가 담겨 있어서요. 이 책을 읽고 자극을 받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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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냥 즐기려고요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
김태균 저
몽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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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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