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같은 인생에서 행복을 찾는 법
『이 미로의 끝은 행복일 거야』 나란 저자 인터뷰
“헤매면 좀 어때, 이 미로의 끝은 분명 행복일 거야”라는 소개처럼 지금 헤매는 중인 모든 친구(어른들)에게 다정한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2021.11.03)
인생은 미로 같아서 우리는 가끔, 길을 헤매기도 하고 목적지를 잃기도 한다. 그런 수수께끼 같은 곳에서 한 번에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 생각하거나 무작정 걷거나,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러니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책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하나씩 있는 인생 미로에서 자신의 길을 찾게 되는 날이 분명 올 테니. 아직 출구를 찾지 못했더라도 그 자체를 모험으로 즐겨보는 건 어떨까? 늦은 때란 없고 내 인생은 언제나 변함없이 내가 아름다운 시간이다.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 나란 저자에게서 미로 같은 인생의 힌트를 찾아보자.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 미로의 끝은 행복일 거야』라는 제목에 눈길이 먼저 가는데요. 이번 책은 어떤 계기로 집필하시게 되었나요?
안녕하세요 나란 입니다. 전작에서 서점 생활자로 지내며 읽고 고르며 권하는 기쁨과 슬픔에 대해 썼는데요. 이번 책에서는 프리랜서 생활자가 된 이후 미로 같은 일상에서 마주한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고심의 순간들을 담았습니다. “헤매면 좀 어때, 이 미로의 끝은 분명 행복일 거야”라는 소개처럼 지금 헤매는 중인 모든 친구(어른들)에게 다정한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미로의 끝은 행복일 거야』에서 작가님이 생각하는 ‘미로’는 어떤 곳인가요?
제게 미로는 ‘낯선 곳’이에요.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일 수도 있고, 내 의지가 아닌 남을 따라 무작정 따라간 곳일 수도 있고요. 아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목적지가 아닌 곳 모두 낯선 곳이죠. 그럴 때 우리는 마치 낯선 사람을 만난 것처럼 웅크리게 되잖아요. 나도 모르게 작아지는 것 같고 방어적으로 변하고. 인생에서 종종 그런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지점들이 미로처럼 느껴졌어요.
그렇다면 ‘미로’를 탈출했던 작가님만의 방법은 어떤 게 있었나요?
‘탓’을 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무슨 일이든 ‘내 탓’을 많이 했는데 언제부턴가 ‘네 탓’도 자주 하게 됐어요. 책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자라는 동안 어른들은 ‘환경을 탓하지 말고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이런저런 탓을 하면서 체득한 소질들이 나를 지켜주었다. _(45쪽)
춥고 더운 옥탑 방을 탓하며 회사와 카페에서 버티는 법을, 부당한 업무 환경을 탓하며 남들보다 조금 일찍 다음 커리어를 찾아 나섰다. _(46쪽)
미로 속에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에게 맞는 방식을 고심하면서 다양하게 탈출을 시도했어요. 그 과정에 글쓰기도 있었고요. 물론 저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사랑해주는 이들로부터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대기업, 스타트업, 독립 잡지 발행, 문학 팟캐스트 진행까지 나란 작가님만의 특별한 이력에도 눈길이 갑니다. 여러 성격의 사회를 경험하셨는데, 과정 속에서 느낀 점이나 배운 점이 있으시다면요?
이직과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쉽게 내뱉곤 해요. “어디든 돈 많이 주면 장땡이다 거기서 거기야”라고요. 하지만 제 몸이 통과한 경험들은 전부 달랐어요. 제 몸도 삶도 하나이지만 그렇다고 평생 동안 하나의 모습, 한 가지 자아로만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현실적으로 부딪히다 보면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직·간접 경험들을 통해 내 몸에 맞는 행복을 찾고 싶어요.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언제나 그 자체 때문에 선택한다.”라고 말했어요. 우리가 미로의 모습을 한 삶에서 행복을 선택하는 건 다른 무엇을 위해서도 아닌 행복 그 자체를 위해서 아닐까요. 매번 새로운 갈림길 앞에 서겠지만 우리의 선택은 언제나 행복 그 자체를 향해 나아갈 테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지금 끝이 있는 미로 속에 서 있는 거죠.
직장인을 거쳐 프리랜서에 오기까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아요. 책 속에 담지는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살면서 내가 나를 객관화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런데 자기객관화 과정 없이는 이직도, 퇴사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거든요. 우리는 늘 높은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사니까요. 그래서 저는 책이나 드라마에서 유독 마음이 가거나 저와 닮은 것 같은 인물이 나오면 유심히 봐요. 거기에 저를 대입하면서 조금씩 객관화를 해보는 거죠. 그런 점에서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를 본방 사수해가며 열심히 봤어요. 하루는 드라마를 보다가 ‘낮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런 일기를 썼죠.
“열심히 일했는데 이정도 결과뿐이라면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어요”라는 대사처럼 앞으로 십 년은 가만히 낮은 가능성에 한번 기대를 걸어보는 게 어떨까.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그냥 가만히 있어 보기. 가만히 있는데 예상치 못한 성과가 생길지도 모르잖아(실은 그래 왔잖아). 어차피 이상한 세상인데 한 번쯤 낮은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보자. 그것을 마땅한 명분 삼아 지내보자.
그리고 그 후로 정말 희한하게도 ‘낮은 가능성’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강연이라든지, 출간 제안 같은 것들이요. 삶에는 애쓰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걸 프리랜서로 지내면서 배우고 있어요.
작가님이 이 책 안에서 꼽는 베스트 문장과 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에세이를 왜 쓰냐면요」라는 꼭지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대화를 잃어버린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넬 거다. 내 안의 회복을 위해, 타인의 특별함을 발견하고 기록하기 위해. 그게 결국 내가 에세이를 쓰는 이유다. _(199쪽)
전작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에서 에세이에 대한 고찰을 하면서 ‘사람들이 대화를 잃어버려서 인 것 같다’라고 썼는데 그 문장에 공감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대화를 잃어버렸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글을 썼어요. 그 과정에서 ‘에세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죠. 그 후로 ‘에세이’라는 주제를 탐구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꼭 봐야 하는 이유를 하나 꼽아주신다면?
실제로 ‘미로’의 기원에는 행복과 맞닿는 지점이 있어요. 그리스 신화에서 미로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만든 것으로부터 기원해요. 왕은 괴물이 있는 미로에 9년에 한 번씩 인간을 보내는데, 괴물의 희생양이 될 거라는 두려움에 겁먹은 사람들은 쉽게 길을 잃고 방향을 상실하게 되죠. 그러나 단 한 사람, 괴물을 죽이고 미로를 빠져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던 테세우스는 결국 살아남아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사랑하는 이의 곁으로 돌아가요.
저는 그가 이 미로의 끝이 죽음이 아닌 행복이라고 믿은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언제 출구를 찾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있다고 믿는 것’. 미로 같은 인생의 행복은, 긍정적 믿음. 거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란 서점에서, 그리고 일상 속에서 만난 책들과 연을 맺고 사는 사람. 맞닿아 있는 자리에서 홀로 서는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다. 미로 속이지만, 계속해서 성장하는 우리를 위해 다양한 기획으로 모험을 펼쳐 나가는 꿈을 꾼다. 에세이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을 썼고, 로컬 독립 매거진《LOPLE》등을 만들었으며 문학 팟캐스트 '술김에 책 읽는 여자 둘'을 진행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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