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모를 결핍과 아픔을 지닌 사람들에게
『결핍의 위로』 장일 저자 인터뷰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을 굳이 말하려고 하지 않아요. 오히려 SNS에는 각종 자랑으로 도배된 플렉스 문화가 지배하고 있죠. 그러나 정직하게 들여다보면 결핍은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예요. (2021.11.03)
『결핍의 위로』 장일 저자가 하루아침에 감당하게 된 일들의 목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신체의 연약함에서 비롯된 일들은 삶의 곳곳에 침투해 일상을 어그러뜨렸다. 청년 시절 군에서 강제전역을 해야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려 할 때 붙잡을 수 없었고,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하나뿐인 딸과 양껏 놀아주지 못했다. 한때는 진지하게 개그맨을 꿈꿨던 사람이 자신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몸을 갖게 된 이후의 날들과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 이야기, 약함을 받아들이자 일어난 삶의 변화를 담은 책을 낸 저자를 지면으로 만나봤다.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다지만 작가님이 겪어 오신, 지금도 겪고 있는 결핍은 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17년째 희귀난치성 질환을 갖고 계신 건데요. 가장 힘들었던 때와 가장 힘이 나던 순간의 기억을 나눠주세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미래에 대한 절망을 경험할 때이지요. 학창시절부터 소원하던 꿈이 증발해버리고 연애와 결혼에도 빨간불이 켜질 때는 정말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멘붕이 왔었죠. 청춘의 날개가 꺾여 추락하는 기분은 어떤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것 같아요. 반면 가장 힘이 났던 순간은 주변 사람들이 전해준 온기를 느낄 때였습니다. 스스로를 인생의 실패자라고 여기고 있을 때 주위에서 전해준 온기가 차갑게 언 마음을 녹여주었던 것 같아요.
아픔이 없었다면 책을 쓰기보다 개그맨이 되어 TV나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에서 주로 뵈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숨기고 싶을 수도 있는 아픔으로 책을 쓰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을 굳이 말하려고 하지 않아요. 오히려 SNS에는 각종 자랑으로 도배된 플렉스 문화가 지배하고 있죠. 그러나 정직하게 들여다보면 결핍은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예요. 저도 숨기고 싶은 아픔을 말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결핍을 말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게 다가오지만 결핍의 또다른 이름이 가능성과 희망이기에 그 이야기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어요.
「무엇을 먹을까」 챕터에서 “남이 먹는 음식 소리까지 탐닉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몸이 내는 소리에는 별로 귀 기울이지 않는다”며 먹방이 대세인 시대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셨는데요. ‘오늘 뭐 먹지?’에서 ‘요즘 내가 뭘 먹지?’로 우리의 질문을 바꿔보자는 말씀에 뜨끔했습니다. ‘요즘 내가 뭘 먹지?’에 대해 좀 더 말씀해주세요.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상에는 너무나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합니다. 요즘에는 1인 가구의 증가로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레토르 식품의 수요가 커지고 있죠. 각종 배달 어플도 할인쿠폰을 미끼로 매일 우리의 혀를 유혹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간편함과 맞바꾼 건강에 있습니다. 필요 이상의 과식과 폭식으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요. 그래서 ‘오늘 뭐 먹지?’에서 ‘요즘 내가 뭘 먹지?’로 질문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은 목사가 되어 목회를 하고 계신데요. 목회를 하면서 아프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경험들을 하게 되실 것 같아요.
목사의 주된 사역은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와 가르침을 준비하는 데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 안에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분들을 만나 격려하기도 하죠. 특별히 교회 안에는 질병의 문제로 아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각종 암, 장애, 난치성 질환을 앓고 계시는 분들을 만나면 아무래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대하게 됩니다. 그럴 때는 막연한 위로보다는 말 한마디를 건네고 잠깐의 기도를 드리더라도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려고 애쓰고 있네요. 때론 말없이 그저 곁을 내어주는 행동이 더 위로가 될 때도 있고요.
긍정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멘토에 대한 글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좋은 멘토를 만나려면 그리고 좋은 멘토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멘토의 필요성에 대한 호불호는 여전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멘토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멘토를 만나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아요. 멘토의 조건을 하버드, 실리콘밸리와 같은 스펙 중심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지근거리에서 무한 격려와 긍정의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사람 중심으로 찾는 것이죠. 누구에게는 이 멘토가 부모님이나 선배 혹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죠.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진실한 소통과 조건 없는 우정을 나누다보면 훗날 본인도 좋은 멘토로 성장하지 않을까요?
신앙 에세이가 아닌 일반 에세이로 출간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조금 있으신 걸로 압니다. 이 책이 일반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요즘 기독교의 평판이 워낙 바닥인지라 신앙 에세이라고 하면 먼저 거부감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에요. 저 또한 충분히 이해하고요. 그래서 기독교 신앙의 색채는 있으나 일반 독자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경계의 글쓰기를 시도해봤어요. 실제로 타종교를 갖고 있거나 종교가 없는 분들도 위로가 닿았다며 후기를 보내주고 계시네요. 부족하지만 이 책이 인생의 흐린 날을 지나고 있는 분들에게 위로의 우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결핍’이 ‘위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의 마지막 장에서 결핍 사회 대한민국의 모습을 다뤘어요. 외적으론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에 열광하고 내적으론 중독이나 키덜트 문화에 빠져드는 현상을 보며 젊은 세대가 느끼는 결핍지수가 높다는 점을 보았어요. 그렇기에 구멍 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과의 비교나 자책이 아닌 따스한 격려와 위로인 것 같아요.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이 험난한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동지애가 불끈 솟아나지 않을까요?
*장일 학창시절부터 빼어난 입담으로 유재석, 신동엽과 같은 개그맨을 꿈꾸었다. 군 복무 중 희귀난치성 질환인 크론병을 진단받고 투병 중에 목회자의 소명을 발견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신학의 문을 두드렸기에 정형화된 목회가 아닌 본질이 궁금했다. 올해로 17년째 결핍과 동거하며 일상과 신앙, 시대와 성경을 묵상하며 길어올린 글을 묶어 인생의 흐린 날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가벼운 힐링을 넘어 기독교적 위로를 전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광신대학교에서 개혁주의 신학을,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에서 복음주의 성경학을 전공했다. 현재 프란시스 쉐퍼에 의해 시작된 국제장로회(International Presbyterian Church) 소속 목회자이며, 2018년부터 하나님 나라 제자도를 비전으로 팔로우교회를 섬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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