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지금 읽으면 더 좋을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11회) 『엄마들』, 『나나』, 『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1.10.28)
불현듯(오은) : 얼마 전 <책읽아웃>이 4주년이었죠. 4년은 왠지 무게감이 상당해요. 제게 이 기간은 말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몸에 심는 과정 같았어요.
캘리 : 시작할 때는 진짜 4년 뒤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들어주시는 분들, 사랑을 표현해 주시는 분들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라 그분들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프랑소와 엄 : 일을 하면서도 가장 저답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책읽아웃> 녹음할 때인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를 프엄 님께서 정해주셨어요. ‘지금 읽으면 더 좋을 책’입니다.
마영신 글·그림 | 휴머니스트
2015년 출간된 만화인데요. 최근 반가운 소식이 있었어요. 이 책이 ‘하비상 2021년 최고의 국제 도서’를 수상했다는 소식이었죠. 저는 이 책을 출간 당시에 봤었는데 이번 소식을 듣고 반가워서 다시 꺼내봤어요. 그리고 또 한 번 깜짝 놀란 것은 출간 6년이 지난 작품이 전혀 낡지 않게 느껴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먼저 표지가 너무 좋지 않나요? 두 중년 여성이 싸우고 있는 순간을 그린 장면인데요. 이 장면이 만화의 초반에 등장해요. 12쪽 정도에 나오는데, 저는 이 만화를 통틀어서 가장 희열이 넘치는 장면으로 꼽고 싶어요. 싸움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주인공인 ‘이소연’ 씨의 이야기로 소개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소연 씨의 본명은 ‘이순심’이에요.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서 막내를 낳은 뒤 스스로 이름을 지어서 소연으로 살고 있어요. 남편과는 이혼을 했는데요. 이 스토리가 몹시 답답합니다. 20살 때 이소연 씨 엄마가 억지로 선을 보게 한 거죠. 너무 선 보기가 싫었는데 가니까 남자가 잘생겼어요.(웃음) 그래서 두 번째 데이트까지 하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오니까 통금 시간에 걸린 거죠. 둘은 여관에 갑니다. 임신을 하죠. 그래도 아이 셋 낳고, 집도 사고, 돈 모으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남편이 노름에 빠져요. 빚을 갚느라고 이소연 씨가 친구가 운영하는 단란주점에서 야간 시간에 주방 일을 하게 됩니다. 일을 하다가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고요. 6년 정도 연애를 했는데 알고 보니 남편도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결국 이소연 씨는 남편과 이혼을 합니다.
이소연 씨의 현재 남자친구는 ‘종석’이라는 사람이에요. 나이트에서 웨이터 일을 하는 사람이고, 아주 불안정한 남자입니다. 술도 너무 많이 먹고, 양다리도 걸쳐요. 표지에 있는 이 싸움은 이소연과 종석 씨의 다른 여자친구인 꽃집 여자가 야밤에 만나서 ‘맞짱’을 뜨는 장면이에요. 이 작품에는 이렇게 캐릭터 강한 중년의 여성들이 등장하고요. 여기 나오는 엄마들은 욕도 하고, 거칠고, 실수도 많이 하고, 욕망하면서 계속 연애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그 엄마라는 존재를 한 명의 결함 있는 사람으로 온전하게 그려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희영 저 | 창비
영혼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늘 우리랑 함께 다니는 어떤 것이잖아요. 어쩐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되고, 늘 거기 있을 거라는 안도감 때문에 잘 들여다보지 않는 것 같은데요. 이건 영혼에게 할 도리를 못하는 것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였어요. 그때 우연히 이 책을 만났습니다. 이희영 작가님은 『페인트』란 작품으로 잘 아실 텐데요. 『페인트』의 설정은 입양될 아이가 자신의 부모를 인터뷰해서 직접 고르는 것이잖아요. 한 번 비트는 설정을 참 잘 쓰는 작가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나』도 마찬가지예요. 이 작품은 영혼과 육체가 분리가 되었을 때를 상정하고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해요. 18살 ‘한수리’ 와 17살 ‘은류’입니다. 또 한 명, ‘선령’이라는 캐릭터가 있는데요. 영혼을 사냥하는 사람이에요. 어떤 사고가 일어나고요. 한수리와 은류는 그 사고의 충격으로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어버려요. 선령이 이들에게 각각 다가가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일주일 내로 육체를 되찾지 못하면 너희는 저승에 가야한다”고요. 영혼이 그냥 육체로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쉽게 생각을 했는데요. 영혼이 튕겨져 나왔다는 건 육체가 영혼을 거부했거나 영혼이 육체와 더 이상 함께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에는 그걸 ‘결계’라고 표현하는데요. 육체에 들어가고 싶지만 영혼이 결계를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오는 거죠.
그래서 은류와 한수리 영혼은 곁에서 자신들의 육체를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인 것 같아요. 영혼이 육체를 바라볼 때 어떤 거리가 생기잖아요. 바로 이 거리감 자체가 우리가 정말 가지고 있어야 될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나의 삶을 살기 때문에 나를 잘 모를 수 있어요. 내가 정말 어떤 것을 원하는지, 내가 누구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정확히는 모를 수 있는데요.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와서 바라보면 자신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거죠. 어쩌면 여러분들 중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분들이 있을 거예요. 혹은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면서 한없이 무기력해진 분도 계실 거고요. 어느 순간 목표가 사라져버린 분도 계실 텐데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이럴 때 가장 위태로운 건 다름 아닌 영혼이니까요.
김영화, 김호성, 나경희, 송병기 저 | 시사IN북(시사인북)
지금, 죽음이나 돌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분들이 읽으면 너무 좋을 책이에요. 이 책은 제가 올해 읽은 책 중 TOP5 안에 들 책이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소개를 시작할게요. 부제가 ‘원하는 대로 죽을 수 없는 복잡 다단한 죽음의 풍경과 당대 삶의 조건을 비추는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호스피스 의사, 의료 인류학자, 기자가 내놓은 죽음 사용 설명서’입니다. 저는 죽음에 대해서는 편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픈 사람이나 아픈 사람을 곁에 둔 사람들을 보면 저와 아주 친하지 않아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제가 너무 힘들고 그랬어요. 마침 요즘 출판계에서 질병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들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그래서 따라 읽고 있다가 이 책을 만났어요.
이 책은 2020년 가을과 겨울에 ‘죽음의 미래’라는 이름으로 <시사인>에서 5회 걸쳐서 연재된 기사에서 출발한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영화, 나경희 기자와 호스피스 병원에서 말기암 환자를 돌보고 있는 김호성 님, 그리고 의료인류학자인 송병희 님이고요. 저자 분들이 각각 쓰신 원고도 있고, 여러 사람들의 대담 실은 꼭지도 있습니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의 조한진희 작가님,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라서』라는 책을 쓰신 권혁란 작가님도 인터뷰에 참여를 하셨거든요. 그중, 권혁란 작가님이 하신 말들이 유독 와 닿았는데요. 세상에 어떻게 다르게 살 것인지를 얘기하는 책은 많다, 마흔에는 어떻게 살겠다, 인생은 예순에 시작된다 등 나이별로 삶의 무늬를 이야기하는 책이 많은데 이제는 우리가 다르게 죽기로 했다, 같은 잘 죽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면서 삶 못지않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밝고 진지하게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적고 있습니다.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 중 압도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것은 균형이 잡혀 있는 책이라는 점이었어요. 취재 내용뿐 아니라 당사자들의 인터뷰,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시는 분들, 간호사, 돌봄 노동자 등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총출동하는 책이거든요. 이 문제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물음표를 계속해서 주는 책이었고요. 책이 예쁘게 만들어졌잖아요. 여기에도 우리한테 이 이야기들이 너무 필요하고, 무엇보다 밝게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추천기사
관련태그: 채널예스, 예스24, 책읽아웃, 어떤책임, 오은의옹기종기, 엄마들, 나나, 죽는게참어렵습니다
읽고 씁니다.
11,700원(10% + 5%)
11,700원(10% + 5%)
13,500원(10% + 5%)
<이희영> 저9,100원(0% + 5%)
▶ 추천사 전문 ‘몸을 빠져나온 영혼들의 방황’, 이런 신선한 설정엔 늘 단번에 사로잡힌다. 몸과 마음 둘 중 하나는 안 아픈 사람이 없는 현실 속에서 특히나 마음의 빈자리를 마주했던 사람이라면 흠뻑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이야기다. ―민규동 영화감독 “영혼이 없다”는 유행어를 그저 재치 있다고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