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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스님’ 인현 “홀로 선 길이 곧 자신의 고향”

『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해 있다』 인현 스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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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첫걸음을 떼고 있었구나'를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습니다. 또 갈 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잃을 것도, 움켜쥘 것도 없습니다. (2021.10.28)

인현 스님

‘길 위의 스님’ 인현은 이 책에서 홀로 선 길이 곧 자신의 고향이라 선언한다. 길 위에서 고독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삶의 모양새를 어림잡았기에 그러했을까. 또 한평생 그 길을 그리워하겠노라 다짐한다. 그곳이 아직 닿지 못한, 가장 가까운 열반의 세계였기에 그러했을까.

바람 잘 날 없는 세상에서 부처의 마음은 더 환해지는 듯하다.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는 세상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난 저자의 조용한 읊조림은, 사위를 가라앉히는 바람 소리가 되어 마음의 평안을 되찾아준다. 외로움을 벗 삼은 자신을 만나게 해준다. 『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해 있다』를 읽다 보면 외로우나 괴롭지 않은 경지에 다다른 그의 발걸음을 뒤따르는 것이 세상의 풍파를 피하는 좋은 방법임을 쉬이 눈치챌 수 있다.



책을 통해 스님을 처음 만나게 된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제주 어촌 김녕 백련사에서 출가해서, 합천 해인사의 강원과 남원 실상사 화엄학림에서 공부했습니다. 이후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하동 쌍계사, 금정 범어사, 미얀마 마하시 명상센터 등에서 수행했습니다. 인연이 닿은 해인사, 법주사 승가대학에서 강의를 맡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제주 오름의 길목 선래왓 도량에서 정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책 제목에 ‘길’이 들어가고, 표지에도 ‘길 위의 스님’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길’이라는 키워드에 눈길이 가는데, 스님이 생각하는 ‘길’이라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요?

길은 나의 삼업三業, 즉 마음과 말과 행위를 상징합니다. 따라서 ‘길 위에 선다’는 것은 나의 삼업을 챙기는 수행입니다. 내가 지금 삶의 어디쯤 있는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수행자의 본분 자리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상징적이고 체험적인 의미를 ‘길 위에 선다’는 말에 담았습니다.

‘나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담은 도서가 속속히 출간되는 지금, 스님이 들려주시는 ‘나’에 관한 메시지는 불교 사상과 연관되면서 조금 다른 색깔을 띠는 것 같아요. 이에 관해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불교에 입문한다는 것은 밖으로 향한 나의 삼업, 구체적으로는 눈, 귀, 코, 입, 느낌, 의식 등 육체의 촉수를 안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이 여섯 문을 통해 세상을 만날 때 그 존재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마치 바람이 대숲을 만나면 댓바람이 되고, 솔숲을 만나면 솔바람이 되고, 봄을 만나면 봄바람, 가을 만나면 갈바람이 되듯이요. 결국 나는 바람처럼 인연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질 뿐,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나의 본래 모습을 매 순간 만나는 것이 나를 찾는 일입니다.

수행이란 이 여섯 가지 촉수의 모습을 관조해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이를 위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진정한 나를 지금, 이 순간에 만나 지금의 현실을 성찰하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참회하며 함께하는 인연들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내 안에 깨어 있는 붓다를 만나는 수행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지요.

제주의 ‘선래왓’이라는 절에서 정진을 이어가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이 ‘선래왓’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책 곳곳에 담겨 있는데, 미처 책에 수록되지 못한, 재미있는 일화가 더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얼마 전 선래왓에서 작은 골프 대회를 열었습니다. 코로나로 지치고 답답한 분들에게 삶의 여유를 찾게 하고픈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야외에서 치러지는 경기인데 비가 심하게 내렸습니다. 모두 실망한 눈치가 역력했습니다.

함께 의논한 끝에 윷놀이를 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급히 나뭇가지로 만들어서 시작되니 모두가 참여하며 즐길 수 있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흥이 오르자 오락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 나서 가위바위보 상품 뽑기, 신발 던지기 등을 제안하며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다행히 비도 그쳐 골프 경기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일정이 끝나니, 한목소리로 전체 일정 가운데 한 사람도 제외되는 이가 없었던 오전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 선래왓 식구들은 또 하나의 지혜를 얻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상황이 되지 않았다고 당황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원하는 상황이 오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만약 그때 상황을 탓하며 멈췄다면, 원하는 상황이 와도 꿈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의외의 상황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지혜를 얻을 수 있었고, 삶을 나누는 풍요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서 먼저 마음 근육을 풀어주는, 다독여주는 문장들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책 속에 담긴 따뜻한 문장들 가운데 힘든 시기를 지나는 독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한 줄을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나는 언제나 첫걸음을 떼고 있었구나’를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습니다. 또 갈 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잃을 것도, 움켜쥘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 올 때의 첫 마음으로 이 순간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매 순간 우리는 평화롭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누구나 수행이 필요하잖아요. 속세를 벗어나 매일매일 수행하고 정진하는 스님이 생각했을 때, 정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우리는 인생이란 길 위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수행이란 ‘내가 길 위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이 길은 누가 대신해서 걸어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길 위에서 만나는 상황들, 언덕을 오르내리고 비가 오고 햇볕이 따갑고 한 상황들은 모두 길을 걷는 자가 피할 수 없습니다. 그 고난을 받아들이고 견디노라면 인생의 맛을 느끼며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치 길을 걸으면 고단하더라도 어느덧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처럼요. 길 위의 인연들을 소중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면 삶이 소중해지게 됩니다.

좀처럼 평안해지지 않는 도시에 섞여 살다 보면, 스님이 말씀해주신 ‘길이 품은 수많은 속성’도 그저 납작해지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 부딪히느라 놓쳐버린 것이 많은 누군가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전해주세요.

길은 걷는 자의 것입니다. 내가 걸음을 멈추기 전까지는 길은 계속 이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면 길은 끝이 납니다. 도시를 나가보면 걸음이 빠릅니다. 걸음이 빠르면 호흡이 바쁘고, 호흡이 바쁘면 사유하지 않게 됩니다. 사유하지 않게 되면 나 자신과 대화하지 않게 됩니다. 어디를 가고 있는지, 왜 가는지, 어디가 아픈지, 힘들지는 않은지 자신에게 물어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길을 걸을 때는 나 자신의 호흡에 맞춰 내 속도로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심장 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게 됩니다. 삶의 길을 그리면서 길 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침내 길은 나의 것이 되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여기서 선래왓 식구들과 기도하는 한 대목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가슴이 평화롭기를, 머리가 지혜롭기를, 말과 행동이 자비롭기를, 그리하여 나와 그 인연들이 행복하기를 축원합니다.




*인현(오성)

어린 시절 제주 어촌 김녕 백련사에서 출가했다. 합천 해인사의 강원과 남원 실상사 화엄학림에서 경전을 공부했다.

이후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하동 쌍계사, 금정 범어사, 미얀마 마하시 명상 센터 등에서 수행했다. 인연이 닿아 해인사, 법주사 승가대학의 강의를 맡았다. 
현재 제주 오름의 길목 선래왓 도량에서 정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해 있다
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해 있다
인현 저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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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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