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섭 “추리소설은 나의 고향 같은 것”
『기억 서점』
장르에 여러 규칙이 있지만 무엇보다 저는 ‘뒤집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뒤집음은 반전과는 조금 달라요. 뒤집음이란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그러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21.10.26)
대학교수이자 고서적 수집가 ‘유명우’는 어느 날,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작은 책방 ‘기억 서점’을 열기로 한다. 그간 어렵게 수집해온 고서적을 판매하겠다는 것이었다. 서점은 예약제로만 운영되며, 책이 자신에게 왜 필요한지 잘 설득하기만 한다면 희귀한 책들을 무료로도 주겠다는 유명우의 말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나저나 유명우에게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유명우가 서점에서 기다리는 ‘그’는 과연 유명우가 던져 놓은 미끼를 물 것인가.
SF, 역사 소설, 청소년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써오며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 ‘NEW 크리에이터상’, ‘한국추리문학 대상’ 등을 수상한 정명섭 작가는 “추리소설이 나의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기억 서점』은 그런 그가 정말로 쓰고 싶었던 이야기. 흥미로운 점은 소설 속 서점의 실제 모델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니은서점’으로, 정명섭 작가는 “국내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꼭 써보고 싶었다”며 ‘니은서점’을 운영하는 노명우 교수에게 허락을 구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억’이라는 것에 지배당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이야기했다.
“『기억 서점』의 등장 인물 중에 기억에 지배당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우리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사실 사람은 과거에 발을 딛고 앞을 봐야 하지만 어떤 순간은 과거와 결별해야 할 때도 있거든요. 그런 무거운 기억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이 소설을 보시고 기억에 대한 무게를 좀 덜어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은퇴한 교수가 운영하는 서점이 배경인 추리소설이에요. 이 서점의 실제 모델이 ‘니은서점’이라고 밝히셨는데요.
저는 큰 서점도 좋아하지만 서점 전체가 한 눈에 보이는 작은 공간을 되게 좋아해요. 그 안에 마음에 드는 큐레이션이 되어 있는 색깔 있는 곳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니은서점’이 딱 그런 서점이었어요. 여력이 되면 진열되어 있는 책을 다 사고 싶을 정도로 큐레이션이 좋더라고요. 한편 제가 ‘니은서점’ 북토크 최다 출연자거든요.(웃음) 북토크 할 때 서점을 운영하시는 노명우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분이 칼을 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 거예요. 그게 2년 전이었어요.
칼이요?
장르에 여러 규칙이 있지만 무엇보다 저는 ‘뒤집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뒤집음은 반전과는 조금 달라요. 뒤집음이란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그러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도 ‘1번’이 그런 역할을 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해서 많이 놀랐잖아요. 그런 뒤집음을 좋아하는데요. 이러한 맥락에서 노명우 교수님 같은 분이 칼을 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그래서 북토크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을 드렸죠. “이 서점을 무대로 쓰고 싶은데 서점을 좀 망가뜨려도 괜찮냐”고요.(웃음) 교수님이 얼마든지 괜찮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쓸 수 있었어요. 당연히 허락이 없었으면 불가능했고요. 그래서 보시면 알겠지만 이름도 그렇고, 주인공 ‘유명우’와 외모도 노명우 교수님과 거의 비슷하게 그렸어요.
국내 독자들이 국내 작가의 작품을 볼 때 느끼는 남다른 밀착감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이 작품에도 실제 지명뿐만 아니라 실제 있었던 범죄자의 이름 등이 등장하죠.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실제 모델이 되는 서점과 인물이 있다는 것이 독자들에게 더 흥미로운 요소가 될 것 같아요.
추리 소설이나 범죄물은 굉장히 현실적이잖아요. 사람이 죽고, 다치고, 실종되고, 범죄가 일어나는데요. 배경이 항상 뉴욕, 로스앤젤레스예요. 사람 이름도 어려워서 이름을 따로 적어 놓거나 앞으로 넘어갔다 돌아와서 다시 읽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국내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꼭 써보고 싶었어요. 그런 열망이 아마 저를 추리 작가로 이끄는 하나의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라고도 생각해요.
‘작가의 말’에 “추리소설이 내 정체성”이라고 밝히셨잖아요. 역사 소설, 청소년 소설 등 다양한 글쓰기를 하시면서도 추리소설에 이렇게 큰 애정을 갖고 계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렇다고 다른 장르가 별로라는 뜻은 아니고요. 다만 추리소설은 저의 고향 같은 것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것도 추리소설이고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를 했던 셈이죠. 출판사 선정부터 기획하는 것까지 모두 개인적인 의미가 컸어요. 다른 책도 비슷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감정이 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작품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정말 쓰고 싶었던 추리 소설을 쓸 때가 됐다, 라고 생각하셨을 때가 정확히 언제였어요?
그게 2019년이에요. 그 시점에 니은서점에 가서 여기 배경으로 추리소설을 써도 되느냐고 물었던 것 같아요.
올해만도 여러 권의 책이 나왔잖아요. ‘작가의 말’에 밝혔듯 지금까지 공저를 포함 130여 권의 책을 쓰셨고요. 엄청난 생산력인데요. 작가님은 초고를 엄청 빨리 쓰시는 편이라고요?
네,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요. 그래서 초고를 빨리 쓰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대신 퇴고는 천천히, 오래 합니다. 초고를 빨리 쓰려고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가 퇴고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마음이기도 하고요.
『기억 서점』의 경우는 초고를 얼마만에 완성하셨어요?
초고 자체는 두 달 조금 안 걸렸던 것 같아요. 그전에, 작품의 구상은 더 오래됐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니은서점’에서 노명우 교수님한테 이런 소설을 쓰겠다고 얘기한 게 2년 정도 됐으니까요.
기획과 구상, 자료 조사를 사전에 최대한 해두기 때문에 초고가 빨리 나오는 것이겠네요.
맞습니다. 취재를 꼼꼼하게, 오래 하는 편이에요. 자료 조사나 구상은 글을 쓰면서도 할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작품을 쓰다가 잠깐 쉴 때 현장을 간다든지 하면서 차곡차곡 이야기를 짜두고요. 어느 시점이 돼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시점이 되면 그때 초고 작업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쓰고 있어요.
『기억 서점』 같은 추리 소설의 경우에 반전도 꽤나 중요하잖아요. 작가님은 결말을 다 정해두고 진행을 하시나요?
때마다 다르긴 한데요. 『기억 서점』의 경우에는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한 것이에요. 그 장면이 먼저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살인마가 이 함정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또 이걸 만든 사람은 어떤 기분을 만들었을까 같은 생각을 가지고 거꾸로 역주행한 거죠.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캐릭터가 먼저 떠오르고요. 그 다음에 캐릭터에 맞는 사건이나 설정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제게는 모든 공간 자체가 소재가 되거든요. 예를 들어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 공간도 제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 때 중요한 모티브가 돼요. 제가 생각하는 어떤 등장인물이 이 캐릭터와 이 공간 안에 들어오면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할까, 라는 식의 생각들을 끊임없이 해보는 거죠. 그러다가 어느 지점들이 딱 마주칠 때가 있어요.
『기억 서점』에서 작가님이 가장 재미있게 쓴 장면을 꼽는다면요?
유명우 교수가 방송에 나오는 『기억 서점』의 도입 장면인데요. 유명우 교수에게는 15년 동안 기다려왔던 순간이 시작되는 첫 번째 발걸음이잖아요. 그런 점들이 묘사되는 장면이라 중요했어요. 사실 그 장면이 잘 쓰였기 때문에 다음까지 잘 쓸 수 있어요. 만약 그 장면이 안 풀렸다면 어려웠을 것 같거든요. 저는 글 쓰면서 희열을 그렇게 많이 느껴본 적은 없지만 그 장면을 쓰고 나서는 굉장히 안도감이 있었어요. 이 다음에 잘 써지겠구나, 잘 붙었다, 하고요.(웃음)
은행 금고 같은 두툼한 문이 열리자 긴 터널 같은 통로가 보였다. 통로 위쪽의 형광등이 나갔는지 어두컴컴했다. 그걸 본 유명우 교수는 옛날 생각이 나서 흠칫 놀랐다. 그 바람에 뒤따라오던 FD가 휠체어 바퀴를 걷어차고 말았다. 놀란 FD가 사과하는 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차린 유명우 교수는 얼굴을 찡그린 FD에게 사과하고는 어둠에 휩싸인 통로로 들어섰다. 이를 악문 채.
_(11-12쪽)
말씀하신 그 장면에서 출연 직전, 어두운 스튜디오 뒷부분을 지나면서 인물의 심리, 이전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기시감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는 감정까지 한꺼번에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중요하게 읽히기도 했어요.
제가 실제로 경험을 하기도 한 장면이에요. 스튜디오 안에 들어가려면 좁고 긴 통로를 지나가야 되거든요. 그러면서도 저기 스튜디오 안이 어떤 상황인지는 잘 모르잖아요. 게다가 빨리 시간에 맞춰서 들어가야 하고, 그러려면 분장부터 의상까지 모든 과정이 기계적으로 돌아가죠. 그래서 약간 부속품이 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더구나 유명우 교수는 휠체어를 타고 가야 되잖아요. 휠체어를 타고 가면서 느끼는 감정은 좀 다를 거거든요. 시선의 높이가 다르니까요. 뭔가를 시작해야 되는 순간인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복잡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15년 전 자신이 다리를 다쳤던 기억을 떠올리게도 하니까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독자들이 납득을 해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죠. 이 부분이 잘 써진 게 저도 안심이 많이 됐어요.
몰입감을 위해서 작가님이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있다면 뭘까요?
장르 소설 같은 경우는 가독성이 특히 중요하죠. 저는 가독성의 핵심을 동선이라고 봐요. 예를 들어 어떤 공간에 들어와서 문을 열고, 앞에 놓인 장식품을 보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피아노 사이와 진열대 사이를 지나고, 소파에 가방을 놓고, 이 자리에 앉았다, 라는 서술을 하면 좀 다르죠. 그냥 문 열고 들어와서 의자에 앉았다, 라고 하면 흥미가 떨어지잖아요. 독자들에게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주면 긴장감 또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할 때 훨씬 몰입이 쉬워져요. 이런 식으로 독자가 상상할 수 있도록 장면을 현실감 있게 만드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죠. 제가 독자였을 때도 그 점이 어떤 작품이 재미가 있는지, 혹은 재미가 없는지를 결정했던 것 같아요.
『프로의 장르 글쓰기 특강』에서 습작과 자료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잖아요. 취재는 어떤 방식으로 하세요?
할 수 있는 한 현장에는 꼭 가보려고 노력하고요. 필요하면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는 경우가 많아요. 책이 완성되는 과정 전체를 100으로 본다면 저는 자료 조사, 인터뷰가 60 이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구나 다 몽상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요.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뼈를 붙일 수 있는 건 현실이기 때문이에요. 특히 추리 소설로 대표되는 장르물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나 공상이라고 해도 현실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억 서점』에서도 계속 실제 지명을 언급하잖아요. 그러면 이 서점이 진짜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서점처럼 느껴져요. 그러면 독자는 좀 더 몰입할 수 있죠. 그것이 저는 자료 조사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한편, 취재한 내용이 작품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 같아요. 취재한 자료들은 어느 정도나 작품에 반영되나요?
‘만족할 때’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어떤 특정한 주제로 쓰겠다 하면 ‘이 정도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 그 장소를 가보고, 인터뷰하고, 자료를 찾으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는데요. 어떤 건 며칠 조사로 될 때도 있고, 어떤 건 해를 넘길 때도 있죠. 그건 알 수 없어요. 다만 이러한 사전 작업을 충분히 하지 않고 쓰기 시작하면 나중에 책이 만족스럽지가 않더라고요. 사실 역사물 같은 경우는 논문을 굉장히 많이 읽는데요. 논문 전체가 하나도 반영 안 될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걸 억울하게 생각하면 안 되죠. 이 부분이 가장 위험한 부분인데요. 내가 이렇게까지 했으니까 보상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들을 사람이니까 당연히 하게 되거든요. 그걸 뛰어넘어야 해요.
『기억 서점』에는 여성 대상의 범죄, 어린이 대상의 범죄가 등장해요. 이런 에피소드를 작품에 반영할 때 조심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관심이 있어서 조사를 좀 했었어요. 그 와중에 피해자 가족 분들이 시위를 하고 계시는 걸 찾아가서 봤는데요. 그 더운 여름에 시위하시는 모습과 시위를 끝내고 말씀하시던 모습을 보고 이 사건에 관해 조사한 내용을 다 버렸어요. 어쩌면 제 글이 당사자한테 고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창작의 자유에 대한 많은 얘기를 하지만 저는 그게 개인의 감정보다 우선할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도 작가이기 이전에 개인이니까 그런 부분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실존 인물이 아닌 사람들로 하고 있고요. 나머지 인물들도 특정 인물이 연상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특정인을 연상시킬 수 있다면 꼭 그 사람에게 사전에 허락을 받고요.
지금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민감하게 보여주지만 특정 범죄를 연상시키는 것은 절대 안 하려고 한다는 말씀이군요.
네, 활자라는 게 한 번 나오면 지우기가 굉장히 어려우니까요. 한편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범죄 통계를 볼 수 있는데요. 두 가지에 크게 놀라실 거예요. 우선 한국에 범죄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는 점이에요. 특히 살인은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줘서 그렇지 외국에 비해서 많지 않은 편인데요. 두 번째 놀라실 지점이 살인 사건과 강력 사건의 가해자 상당 부분은 가족과 아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또 피해자는 대부분 노인, 여성, 어린이죠. 특히 어린이가 그래요. 매년 아이들이 입학해야 하는데 안 오는 아이들이 있어서 조사를 해보면 한 해에 꼭 몇 명씩은 몇 년 전에 사망했거나 실종된 사례들이에요. 그리고 대부분은 부모에 의해서 사망한 경우죠. 그러니까 한국 사회가 안정적이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 굉장히 잔혹한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고요. 그 사실에 대한 얘기들을 『기억 서점』에서 해보고 싶었습니다.
유명우 교수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지는데요. 다음 이야기가 나올까요?
보시면 유명우 교수는 과거의 그 기억에서 벗어나요. 다음에 똑같은 캐릭터로 또 이야기를 쓰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때는 좀 다른 얘기가 나올 거예요. 유명우는 과거를 털어버렸으니까요.
다음 작품도 준비하고 계시죠?
시공사와 계약한 책 역시 공간에 관한 거예요. 역시 추리물이고요. 존재했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실존하지 않는 공간이라 자료가 극히 부족해요. 당시 찍은 사진 몇 장이 전부거든요. 건물 자체는 없어졌고, ‘안에 들어갔더니 뭐가 있었더라’라는 증언 정도만 가지고 있어서요. 완전히 다시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어요.
『기억 서점』이나 차기작 모두 어떤 공간의 빈 틈에 이야기를 채우는 거네요. 이런 작업을 즐기시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무척 좋아했는데요. 역사에 대한 관심도 실은 건물이나 탑 같은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지금은 사라진, 또는 남들이 편안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을 변주시키는 걸 재미있어 하는 것 같은데요. 서점도 그렇죠. 죽음과는 아주 거리가 먼 공간 중에 하나잖아요. 원래 있는 걸 뒤집는 작업을 좋아하는 데다 일단 그 공간에 대해서 제가 호기심을 느껴야만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요. 가급적 실제 존재했던 공간을 가지고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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