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배우 문소리 “나를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
<월간 채널예스> 2021년 10월호 - 『세 발로 하는 산책』
이건 흉내 낼 수 없어요. 그렇게 살아야 나오는 눈빛이니까, 순간 닮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눈을 들여다보는 행위에서 무언가 큰 걸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021.10.01)
문소리의 눈빛을 기억한다. 현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와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모습. 노력하는 모습보다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문소리는 어릴 적 무척 내성적인 아이였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책 읽는 시간이 가장 편했던 아이, 언제나 또래 아이들보다 앞서서 책을 읽는 학생이었다. 중학생 때는 소설가를 꿈꾸다 고등학생 때는 국어교사로 장래희망이 바뀌었고 대학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하며 연극반 활동을 했다. 연극반 선배들은 그에게 두꺼운 철학책을 건네곤 했다. 지금까지 문소리는 책과 멀어진 일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 올해 그는 두 권의 책을 썼다. 영화 <세 자매>의 시나리오와 인터뷰를 담은 『세 자매 이야기』를 직접 기획했고, 반려견 ‘달마’를 주인공으로 엮은 그림동화 『세 발로 하는 산책』을 류영화, 강숙 작가와 함께 썼다. 두 권의 책 모두 혼자가 아닌 함께 쓴 책이다.
올해 겨울 팟캐스트 녹음 현장에서 뵈었죠. 그때 나눈 이야기도 좋았지만 더 인상적인 건 녹음 내내 스태프들과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는 모습이었어요. 좀 많이 놀랐어요. 여태껏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게스트는 없었거든요.
일하다 생긴 버릇 같아요. 원래 낯선 사람의 눈을 잘 못 보는 성격이었어요. 지금도 카메라 앞에서 흥이 나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에요. 나를 보여주는 일은 여전히 불편하고 낯선 사람은 힘들어요.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다 보니까 하나 깨달은 게 있어요. 스태프가 편안해져야 내가 편할 수 있다는 것. 카메라는 기계인데 기계가 뭐 불편하겠어요. 진짜 카메라는 스태프들의 눈이죠.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예전에 굉장히 큰 파티에서 양조위를 만난 적이 있어요. 정신 없는 와중에 둘이 눈이 마주쳤는데 그 눈빛이 굉장히 나를 존중하는 느낌이었어요. 양조위가 저를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한 생명을 원천적으로 존중하는 사람이었던 거죠. 이건 흉내 낼 수 없어요. 그렇게 살아야 나오는 눈빛이니까, 순간 닮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눈을 들여다보는 행위에서 무언가 큰 걸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올해만 두 권의 책을 썼어요. 한 권은 세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 이야기이고 다른 한 권은 세 여자가 쓴 책입니다.
정말 그렇네요. (웃음) 사실 『세 발로 하는 산책』은 가족 이야기라서 많이 망설였어요. 아주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라서 책까지 낼 만한 이야기인가 싶어 고민을 한참 했어요. 계속 저한테 질문했던 거 같아요. 책으로 묶여도 될 만한 이야기인가? 그런데 올케랑 친구랑 쿵짝쿵짝 책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아마 혼자 내라고 하면 못했을 거 같아요.
『세 발로 하는 산책』은 딸 ‘연두’와 조카 ‘수영’을 위한 그림동화 <달마 이야기>에서 출발한 이야기예요.
6년도 넘은 것 같아요. 지금은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즈음이었어요. 저희 집 달마가 진돗개라 덩치가 크니까 아이들이 좋아하다가도 무서워하더라고요. 달마와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던 와중에 아이들이 “오징어는 다리가 열 개, 문어는 여덟 개, 개는 네 개, 사람은 두 개인데 왜 달마는 다리가 세 개냐?”고 묻더라고요. 이 말을 들은 올케는 A4 용지를 여러 장 붙이더니 달마가 세 개의 다리를 갖게 된 지난 시간을 그림동화로 만들었어요. 아이들은 틈만 나면 달마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라댔어요. 우리 집에서는 참 좋아하는 이야기인데 다른 아이들에게도 읽어주면 어떨까 싶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달마의 노년 이야기를 추가했어요.
책을 두고 ‘서투른 반려인간의 부끄러운 고백’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처음 달마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요. 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는 건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달마가 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게 됐을 때 참 많이 울었어요. 큰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다시 집으로 왔는데 의사 선생님이 ‘달마를 다치기 전과 똑같이 대해주라’고 당부하셨어요. 다리가 하나 없어졌다고 우리가 달마를 불쌍해하면 달마가 그걸 느끼고 더 슬퍼한다고, 그러니까 먼저 슬퍼하지 말고 예전과 똑같은 눈으로 달마를 봐주면 잘 이겨낼 거라고요.
지금 달마는 어떻게 지내나요?
달마는 올해 열다섯 살이 됐어요. 나이가 많은 개라 거의 반나절을 누워 있지만 여전히 식성은 좋고 눈빛도 괜찮아요.
보리가 달마를 챙기는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처음 달마가 뒤뚱거리며 집에 왔을 때 보리가 갑자기 달마를 공격했어요. 그전까지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는데요. 차고 위 명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몇 번인가 투닥거렸는데 언제부터인가 사이가 다시 좋아졌어요. 보리는 달마가 자기 뒤를 따라오는지 꼭 확인하고 달마가 오지 않으면 엘리베이터도 안 타요. 달마가 오는 걸 본 다음에 자기도 출발하고요. 이런 달마와 보리를 볼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동물도 이러는데 인간은 왜 이럴까, 싶을 때도 있고. 책을 쓰면서 달마 덕분에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 그림동화의 맺음말이 “달마는 우리에게 깨달음입니다.(138쪽)”였죠.
정말 그래요. 아무리 책을 보고 공부를 해도 한 생명과 함께하는 것보다 더 큰 깨달음을 주는 건 없어요. 예전에는 사람이 중요하고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구가 꼭 인간의 것이 아니에요. 인간보다 지구에서 훨씬 더 오래 있었던 나무가 있고 동물이 있으니까요. 이 존재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건 너무 당연한 개념이에요. 달마와 보리 덕분에 동물권에 점차 관심을 갖게 됐고 이제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며 채식을 지향하는 생활을 하고 있어요. 아주 가끔 닭고기를 먹을 때가 있지만 붉은 고기는 먹지 않아요. 인간과 동물, 자연환경을 위해 플라스틱을 줄이고 고기 소비도 줄이면서 축소주의자가 되고 있어요.
세 발로 산책하는 달마와 함께 있을 때, 어떤 생각을 많이 하셨나요?
영화 <오아시스>를 찍었을 때가 생각났어요. 6개월 동안 휠체어 생활을 했거든요. ‘공주’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만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컷이 나도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모니터를 봤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스태프가 조명을 가린다고 “공주 좀 치워 줘”라고 연출부에게 말하더라고요. 그때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하루 종일 휠체어에 앉아 있으니까 거리에서 촬영할 때도 간판들이 시선에 안 맞아 올려 보느라고 뒷목이 너무 아픈 거예요. 모든 상황이 위협적이고. 달마도 다리를 잃고 나서 불편함이 참 많았을 거예요. 우리가 장애를 바라보는 마음이 좀더 깊어지면 좋겠어요. 장애를 다름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세 발로 하는 산책』의 추천사를 임순례 감독과 김태리 배우가 써주셨어요. 이 책의 인세는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곰 생츄어리(sanctuary, 보호시설) 건립’에 기부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책에도 등장하지만 임순례 감독님은 개를 엄청나게 사랑해서 영화 촬영 때문에 지방을 가면 그 동네 개들을 다 살피고 매일같이 물을 주고 밥을 준 다음에 촬영장에 오세요. 달마, 보리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저는 감독님께 전화를 걸어 상담하고요. 감독님과 만나면 영화 이야기를 한 적이 별로 없어요. 늘 개 이야기를 해요. (웃음) 이번 책도 미리 보여드리면서 달마 이야기로 책을 내니까 돈을 조금 벌게 되면 카라에 기부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곰 생크추어리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가 최근에 죽음의 위기에 처한 사육곰 열다섯 마리를 구조했거든요. 곰들이 생명을 위협당하는 수준의 환경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말씀하셔서, 이 책의 인세를 기부하기로 했어요. 달마가 곰을 도우면 좋죠.
배우이자 제작자, 프로듀서로 참여한 영화 <세 자매>가 올해 1월에 개봉했고, 봄부터 여름까지는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를 찍었고 지금은 넷플릭스 시리즈 <서울대작전> 촬영을 하고 있어요. 코로나 시대에 이렇게 바쁘게 살 수 있는 건 행복이지 않나 싶어요.
계속 작품을 할 수 있는 게 복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국 영화 시장과 극장 상황이 너무 힘드니까 걱정이 되고, 그 와중에 일할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에요.
<미치지 않고서야>에서는 인사팀장 역을 맡았어요. 오랜만에 출연한 TV 드라마인데 역시나 호평을 받았습니다.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는 인사팀장이 그렇게 미움 받는 캐릭터인 줄 몰랐어요.(웃음)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칼을 휘두르는 직책이더라고요. 확 치우쳐 있는 악역은 아닌데 조금 어렵더라고요. 이 사람도 회사에서 맡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거잖아요.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품고.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어요. ‘사람 사는 게 다 그렇구나’라는 생각도 했고.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워낙 같이 연기한 배우들이 다 좋았어요. 현장 분위기도 좋고 저한테는 여러 모로 기억에 많이 남을 작품이에요.
2018년에 출간된 한일 문화인 대담집 『부디 계속해주세요』에 참여하셨을 때 “저는 지금도 굉장히 큰 파티에 갈 때도 있고 큰 행사에 뭐 드레스를 질질 끌고 갈 때도 있지만, 제가 평범하게 산 일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제가 연기를 앞으로 하는 데에도 굉장히 탄탄한 베이스가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라고 이야기하셨어요. 문소리의 정체성을 보여준 답이 아니었을까 싶어 오래 기억에 남아요.
저는 영화로 데뷔하기 전에는 정말 평범하게 살았어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대학에 들어와서 평범하지 않을 만큼 너무 많은 경험을 했어요. 극단에도 있었고 휴학도 하고 복학도 하고 운동권 선배들을 따라다니기도 했고 국악반에서 가야금을 2년간 배우기도 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평범하게 열심히 살았던 때예요. 그러다 영화를 하게 됐는데 사람들이 “네 연기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했어요. 대체 뭐가 다르지? 생각해봤는데 학창시절까지 살아왔던 시간들이 달랐던 거 같아요. 스물다섯 살까지 보내온 시간이 달랐기 때문에 내 아이덴티티를 갖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직업인으로서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만 평균이 어디 있겠어요? 다만 특별함보다는 평범함을 지향하려고 해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특별하게 보일 거예요. 사람들 앞에 서는 배우니까요. 하지만 평범함을 지향하려고 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건, 인간 문소리뿐만 아니라 배우 문소리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는 무척 내성적인 아이였다고 들었어요.
정말 그랬어요. 사람들과 섞이는 걸 잘 못해서 책을 읽을 때가 마음이 가장 편한 시간이었어요. 힘든 순간에도 책으로부터 위로를 많이 얻었고 이야기를 읽는 걸 좋아했어요. 돌이켜보면 책과 가까웠던 시간들이 시나리오를 읽는 배우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줬어요. 지금도 마음이 가장 편한 순간은 아무 생각 없이 책을 보는 시간이에요. 굉장히 내성적이고 약한 사람이었는데 책에 많이 기대서 단단해질 수 있었어요.
요즘은 어떤 책을 읽나요?
아는 분들이 보내주는 책을 읽고 있어요. 배우 송선미 씨가 보내준 『어쩌면 너의 이야기』도 보고 있고 아동권리활동가로 일하다 육아휴직을 하고 출산한 아내를 위해 밥을 짓는 이야기를 담은 『아내를 위한 식탁』도 읽고, 앤 드루얀이 쓴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도 읽으려고 해요. 예전에 『코스모스』를 읽다가 요만큼 남겨 놓고 아직까지 완독을 못해서요. 얼른 『코스모스』부터 다 읽으려고요.
1999년 영화 <박하사탕>으로 데뷔하셨으니 배우로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어요. 요즘 주로 하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그냥 재미난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떤 뚜렷한 성과를 내자는 생각보다 내가 굉장히 재밌다고 느끼는 순간, 평화롭다고 느끼는 순간을 자주 만끽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번 책도 그래요. 올케랑 친구랑 이 그림은 빼자, 이 글은 넣자고 의논하며 깔깔대는 시간이 너무 좋았으니까요. 영화가 됐든 책이 됐든 이 재밌는 순간이 너무 소중한데, 결과를 보느라 이 시간들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있어요. 최근에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요. 젊었을 때는 삶이라는 걸 떠올렸을 때 죽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든요. 일하느라 바빴고 아이 키우느라 바빴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죽음을 조금 생각하게 됐어요.
『세 자매 이야기』를 무척 재밌게 봤어요. 김선영, 장윤주 배우와의 인터뷰도 좋았고 현장 스케치의 짧은 글도 기억에 남아요.
영화 개봉 훨씬 전부터 생각했던 책이에요. 출판사 섭외부터 책의 구성, 필자 섭외, 내용도 모두 직접 기획했어요. 제가 이 영화의 프로듀서이기도 했으니까 모든 현장에 계속 있었거든요. 그래서 찍어놓은 사진이 많았어요. 개봉한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추억이 많은 영화예요.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출연하셨을 때 “좀 질리는 스타일인데?”라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고 하셨어요. (웃음) 저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일을 하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에요. 가끔 열심히 하다가 ‘나 너무 재미없는 인간이 돼가고 있는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 인간은 싫은데 말이에요. 배우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아는 게 참 중요해요. 어떤 상태를 만드는 것보다 어떤 상태인지를 알고 있는 게 중요하죠.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어떤 인간이 되어 있는데,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아는 게 연기할 때도 도움이 돼요.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하지만, 나를 알아가는 게 참 어렵구나 싶어요.
영화 제작, 감독, 프로듀서를 경험해본 것이 연기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많은 영향을 미쳤겠지만, 몇 마디 글이나 말로 설명할 순 없을 거 같아요. 사람은 무척 복잡한 존재니까요. 저는 프로듀서로서 또 감독으로서 그 당시 좋은 사람들과 재미나게 열심히 작업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그걸로 족해요.
지금까지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이 있다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매일이 어떤 선택의 연속이었지만, 결국 그게 좋은 선택인지 나쁜 선택인지 알기가 어려워요. 어떤 선택이든 제가 결정한 것이라면, 간혹 제 선택이 아니더라도 저는 그 선택을, 제 삶을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면서 그 과정을 더 재밌게 만들어보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만약 또 한 권의 책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가 될까요?
사실 올케랑 기획한 게 하나 있어요. 이건 정말 유아용 책인데, 남편인 장준환 감독이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랑 정말 잘 놀아줬어요. 촬영 때문에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은데도 아이랑 관계가 정말 좋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 애들이 아빠랑 노는 걸 보는데 아빠를 ‘빠바베리비’라고 불러요. 이게 무슨 캐릭터인가? 찾아봤는데 그런 게 없어요. 자기들끼리 지은 거예요. 하루는 우주로 떠나서 거품으로 ‘빠바베리비’를 공격하고 어떤 날은 괴물을 잡고 바나나별에서 미끄러지고 또 미끄럼방지 앱을 설치하고 우주 지도를 그려 놓고.(웃음) 이런 이야기를 아이용 책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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