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호 “누구나 출근길에서 이런 고민하지 않나요?”
『어쩌다 보니, 주식』 이학호 저자 인터뷰
주식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한번쯤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저는 있습니다. (2021.09.28)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막연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미래에 대한 경제적인 두려움일 것이다. 하지만 차곡차곡 월급을 모아 집도 사고, 노후를 대비하려는 꿈은 애당초 순진하다 못해 뭘 모르는 소리 취급을 듣는 세상이다. 그래서 주식 이야기가 나오면 뜨겁다 못해, 항상 끓어 넘친다.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먹고 살아야 하는 지겨운 반복의 고리를 끊어내고, 불안한 미래를 구해야 하니까.
『어쩌다 보니, 주식』은 대안 없는 현실에서 또 다른 묘수를 찾기 위해 주식을 시작한 평범한 직장인의 주식투자 에세이다. 출근길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이걸 팔아, 말아!”를 고민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과장됨 없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다른 주식 책들과는 다르다. 주식을 시작하게 하는 사회와 사람들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 왜 주식을 하게 되었는지, 어쩌면 죽을 때까지 놓지 못할 길고 긴 랠리를 시작하기에 앞서 주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이학호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쩌다 보니, 주식』은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주식 에세이입니다. 주식투자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에 대한 기술적이며 기본적인 분석이 담긴 책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2021년을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 주식 투자를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진솔하게 기록한 책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저의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것이 에세이가 전해줄 수 있는 깊은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주식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졸업, 취업, 결혼, 육아. 세대는 시대를 타고 이어질 뿐, 삶의 형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런 인생의 주기를 보냈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했습니다.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완벽한 착각이었죠.
월급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결혼 역시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모면할까 생각하는 중에 주식이 제 인생의 돌파구였습니다. 신입사원이던 시절, 저에게 일을 알려주셨던 선배가 주식 투자로 성공하신 분이셨던 것이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요즘은 정말 많은 분들이 주식을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지금 마흔 세 살의 직장인이며,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저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그때와 지금은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2000년대는 IMF 외환위기 이후에 찾아온 노동의 유연화로 일자리가 불안했습니다. 그 불안을 등에 업고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살았던 선배들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부동산과 주식이라는 자산에 기대어 투자를 했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으로는 오늘을 살아가기에 너무 벅찹니다. 집을 살 수 있을까요? 노후는 보장되는가요? 그렇다는 대답하기에 머쓱합니다. 그러한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절박함으로 사람들은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주식 책들은 전략과 방법, 종목, 이슈 등 기술적인 이야기를 전하는데, 이 책은 주식하는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코로나 이전에 대한민국 도서 시장의 주요 키워드는 ‘힐링’이었던 것 같아요. 뭘 해도 안 되었거든요. 2006년도 재테크 도서들이 강타했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2011년 유럽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 주식 모두 인기가 사라졌습니다. 뭘 해도 안 되는 시기였거든요. 그러다가 코로나가 온 겁니다. 그리고 도서시장에 재테크 책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주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책들과 정보가 있는데, ‘사람들의 주식투자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저는 그것이 주식투자의 딜레마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투자는 어떤지 한번 돌아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입니다. 어딘가에 오류가 분명 있을 겁니다. 책이 잘못 되었는지? 내가 잘못 독해한 것은 아닌지? 그렇게 주식시장은 자기 색깔을 가지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개장을 합니다.
코로나가 이 땅에만 전염병처럼 돌고 도는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한다는 뉴스는 없습니다. 그들은 기관화 장세라고 하여, 월급의 40퍼센트 정도를 세금으로 걷어서 그것을 정부가 운용합니다. 그렇게 의식주를 국민에게 해결해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민 개개인이 주식투자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부동산 갭투자로 돈을 벌 이유도 없습니다. 그렇게 보편적이고 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저는 부럽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거든요. 아무도 이런 불평등을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의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죠. 저의 이야기가 결국에는 주식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한번쯤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저는 있습니다. 아무튼, 주식투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시기를 바래봅니다.
독자 리뷰 중에서 ‘주식이란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되는지 알게 되었다’라는 말이 눈에 띄었는데, 그 독자님의 마음을 주식하는 사람으로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해보면 압니다. 주식을 매수해서 보유하는 순간부터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거든요. 수익의 욕망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주식투자는 상대적인 수익률을 추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보유한 종목이 상승하지 않는데, 다른 종목이 상승하는 것을 볼 때에 내 마음은 혼란스럽습니다. 욕망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이 욕망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지가 결국에는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돈을 감정적으로 다르지 말라는 격언이 있잖아요. 백문이불여일견! 해보면 압니다. 내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투자를 하는지. 그래서 주식이란 친구를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책에서 "주식을 너무 잘하려 하지 마세요"라고 하셨어요. 참 재미있으면서도 이상하게 들리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
역시나 해보면 압니다. 돈을 벌면 번대로, 돈을 잃으면 잃은 대로 주식투자는 점점 커집니다. 마음도 커지고, 투자금도 커지게 되어 있습니다. 잘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 생깁니다. 내 생각과 반대로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에 냉정하고 차분해져야 합니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은 물에 빠질 때에 허우적거립니다. 숨을 쉬고 싶어서, 살고 싶어서 그래요. 그런데 생존수영이라도 배운 사람은 다릅니다. 몸에 힘을 뺍니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 또는 주식투자에 도전하는 직장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주식투자의 유일한 목적은 결국 돈을 버는 것이 아닐까요. 오직 수익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 목적에 충실한 투자가 되셨으면 합니다. 코로나의 위기는 분명히 기회였고, 동시에 그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도 솔직한 생각입니다. 위기는 어떤 얼굴로 언제 찾아올지 모릅니다. 그 위기를 어떻게 인내하고 극복하는지가 결국 독자님의 주식투자 목적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관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산투자해라! 분할매수해라! 꾸준히 장기투자해라! 너무 식상한 조언처럼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더 좋은 방법을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이 방법을 이어갈 뿐입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정상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한 투자의 길에 저의 책도 하나의 도움이 이야기로 읽혀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학호 기계와 경영을 공부하고, 신문사에서 엔지니어로 16년째 일하고 있다. 귀여운 두 아이의 아빠이며, 사랑스러운 아내의 남편이기도 하다. ‘졸업, 취업, 결혼, 육아’ 이것보다 나를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매 순간 열심히 살았던 나를 사랑한다. 어쩌다 네이버 주식 카페 [자식에게 물려주는 종목]의 방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함께 성장인문학연구원'에서 매주 금요일 「아빠가 되는 중」으로 육아 이야기를 메일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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