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문해력, 결정적인 시기는?
『공부머리 만드는 초등 문해력 수업』 김윤정 저자 인터뷰
초등 2학년 때까지 문해력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놓아야 하는 이유는 초등 3학년이 되면서부터 교과목도 많아지고 교과서에 등장하는 어휘들도 어려워지면서 문해력의 차이가 성적의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2021.09.15)
『공부머리 만드는 초등 문해력 수업』은 전 과목 성적을 좌우하는 학습 기초이자 미래 핵심 역량으로 떠오른 ‘문해력’을 집에서 엄마가 책 읽기로 키워줄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쉽고 자세하게 알려주는 가이드북이다. “초등 1학년 한 반에서 읽기 능력 격차가 많게는 5년 이상, 중학생 10명 중 9명은 교과서를 읽어도 그 뜻을 몰라…” ‘문해력 심각성’을 알린 이 뉴스는 대한민국 부모를 충격에 빠트렸다. 그러나 심각함만 알렸지, 그 해법은 없어서 부모들의 걱정은 더 가중되었다. 문해력이 뭔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한 부모들을 위해 지난 7년간 부모와 아이들에게 독서 교육을 해 온 저자가 자신의 육아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그 해법을 제시한다.
문해력을 키우는 데 영·유아기에는 말놀이, 유치/초등기에는 책 읽기가 가장 효과적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내 아이의 수준과 상황, 성향에 맞춘 개별화 교육이어야만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기에 공교육이나 사교육이 아닌 엄마표 교육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책에는 장황한 이론보다는 실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섬세하게 짚어주면 좋을 내용과 책을 읽은 후에 하면 좋을 활동들로 채워져 있다.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아주 즐거워하기 때문에 이 책을 따라 하다 보면 문해력은 물론 아이의 정서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부머리 만드는 초등 문해력 수업』 출간을 축하합니다. 작가님과 책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문해력’이라는 키워드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고민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데 문해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꾸준한 훈련을 통해 그 능력을 키워나가야 해요. 문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이 바로 ‘독서’인데, 제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독서 수업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우리 아이들은 독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독서의 질도 좋지 않은 편입니다.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그냥 독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독서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으며 문해력도 발달시키고 사고력도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었어요. 이 책에는 아이의 문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40권의 책들이 등장합니다. 각 책마다 아이의 관심을 유도하고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질문들을 담았기 때문에 엄마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문해력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부모님들이 많아요. 문해력이 왜 중요할까요?
문해력의 차이가 성적의 차이를 만든다는 분석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문해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지만, 사실 문해력은 우리가 가진 능력들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자 가장 핵심적인 능력입니다. 문해력이 바탕이 되어야 다른 능력들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문해력의 중요성에 강조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실질 문맹률, 즉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해석을 하지 못해 글을 읽고도 그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 75퍼센트가 된다고 해요. 아주 심각한 수준이지요.
똑같은 글을 읽어도 어떤 사람은 무슨 뜻인지 이해를 잘하는데, 어떤 사람은 이해를 잘 못하잖아요. 그것이 바로 문해력의 차이예요. 문해력이 발달한 사람은 정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석한 다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얼른 적용하여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앞서 나갈 수밖에 없지요.
국어 공부와 문해력은 다른가요? 교과 공부만으로는 키우기 어려울까요?
유네스코에서는 문해력에 대해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과 출판물을 사용하여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 소통,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라 글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유능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사람들과 또 이 세상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까지를 문해력의 영역으로 본 것입니다. 그러니까 국어 공부보다 훨씬 더 넓은 개념이에요.
문해력은 글을 읽고 해석하여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활동을 통해 발달하기 때문에 글자로 이루어져 있는 교과 공부 역시 문해력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다양한 어휘를 접하고 복잡한 문장을 접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겠지요. 그래서 문해력 발달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독서입니다.
만 4세~초등 2학년 시기를 강조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 뇌에서 읽기와 쓰기를 담당하는 부위가 바로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이에요. 베르니케 영역은 말을 듣고 이해하는 것을 담당하고 브로카 영역은 말하기와 글쓰기 같은 표현하는 것을 담당하지요. 그런데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만 4세 무렵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부터 문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훈련을 시작하면 좋아요.
적어도 초등 2학년 때까지 문해력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놓아야 하는 이유는 초등 3학년이 되면서부터 교과목도 많아지고 교과서에 등장하는 어휘들도 어려워지면서 문해력의 차이가 성적의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문해력이 높은 아이와 낮은 아이들 사이의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아이의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이 책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이 책에는 40권의 추천도서가 등장합니다. 제시한 책들을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서 적절한 질문과 피드백을 해주면 됩니다. 적절한 질문과 피드백이 책에 전부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책은 반드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어야 좋습니다. 엄마가 읽어줘도 되고 아이가 읽는 것을 엄마가 들어줘도 됩니다. 한 페이지씩 번갈아 읽어도 되고요.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독서는 당장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어 주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책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 시간을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둬야 합니다. 잘 읽고 잘 쓰려면 우리 뇌에 그것이 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해요. 그 시스템은 수없이 많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에 충분히 만끽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흥미를 키워줘야 합니다.
여기에서 다룬 40권의 책 외에 더 많은 책을 읽게 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많을 것 같아요. 다독이 정말 중요할까요?
책을 많이 읽으면 당연히 좋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읽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사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독서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어렸을 때부터 너무 다독을 강요받기 때문이에요. 엄마가 읽으라니까 그냥 눈으로 글자를 훑어보고 책을 덮는 거예요. 이런 독서는 절대로 문해력을 발달시킬 수 없고, 이런 식으로 글을 읽는 습관이 자리 잡으면 교과서를 포함한 모든 글을 읽을 때 그 습관이 고스란히 발현되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다독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 육아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에 대해 집착하는 잘못된 책 육아는 매우 우려하고 있어요. 그것이 오히려 아이들의 독서 습관을 망치는 지름길이 되니까요. 독서는 절대적으로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해야 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40권의 추천도서를 아이와 함께 읽다 보면, 앞으로 아이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이 잡히실 거예요. 그러면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즐거운 독서 시간을 만들어 나가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문해력을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다행스럽게도 문해력은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입니다. 우리가 글을 읽고 해석하는 활동을 멈추지 않는 한 나이에 상관없이 문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어요. 하지만 문해력 역시 결정적 시기는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만 4세 무렵부터 초등 2학년 때까지는 특히 더 신경을 써야 해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눈으로 글자만 훑고 지나가는 것은 가짜 독서입니다. 책의 내용(어휘 포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을 기억 안에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데까지 이어져야 진짜 독서를 한 것입니다. 만약 ‘우리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는데 왜 문해력이 부족한 걸까?’라는 의심이 든다면 그것은 여지없이 가짜 독서를 하고 있었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아이에게 진짜 독서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가짜 독서는 오히려 문해력을 망가뜨립니다. 진짜 독서만이 문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김윤정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소설을 전공했으며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다수의 책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현재는 작가이자 편집자, 아이중심독서교육연구소 ‘책나들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자녀교육서를 집필하며 보고 배운 육아 정보를 토대로 문득문득 솟구치는 아들의 중2병 증상을 잘 다독이며 알콩달콩 살고 있다. 《심심쟁이 아이를 위한 놀이의 반란》, 《독서록 전쟁》 등을 썼고, 《아들 키우기가 고민입니다》, 《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vs 아프게 하는 말》, 《장난감 육아의 비밀》을 정윤경 교수와 함께 썼다. 그밖에 《슈퍼 조기교육》, 《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 《공부 못하게 만드는 엄마 공부 잘하게 만드는 엄마》 등을 기획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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