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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묻어감의 시너지로 탄생한 책 (G. 슬릭, 이랑)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203회) 『괄호가 많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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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작가님은) 책을 많이 내셨으니까 '나는 조금 묻어가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런데 (이랑 작가님께) 들어보면 저한테 계속 묻어가시려고 했다고… (2021.09.02)


아주 오랜만에 쓰는 편지가 이랑님께 쓰는 편지라 다행입니다. 제가 쓴 첫 편지의 내용이 어떻든 이랑님의 답장은 아주 멋질 거고, 저는 또 그 답장의 멋짐을 어떻게든 잇고 싶어하느라 최선을 다해 재밌어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의 인트로가 영 별로여도 실망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힙합 출신이라 보통 훅hook에서 잘 터뜨립니다. (2020년 8월 24일 슬릭 드림)

요즘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일 가운데, 편지 쓰는 일을 가장 좋아합니다. 편지의 특성일까요. 일이면서 일이 아닌 것 같은 착각에 빠져 글을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중략) 대재난 시대에 살고 있는 두 여성 예술가가 앞으로 어떤 편지를 주고받을지 무척 기대됩니다. 직접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신기한 일이네요. (2020년 8월 28일 이랑 드림)

슬릭X이랑의 책 『괄호가 많은 편지』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슬릭, 이랑 작가>

오늘은 두 분의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요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괄.많.편’의 주인공들이시죠. “아무도 죽이지 않는 노랫말”을 쓰는 국힙 원탑 슬릭, 그리고 작가이자 예술 노동자이자 보험설계사이지만 왠지 쇼호스트 같은 이랑. 두 작가님 모셨습니다.

김하나 : 이랑 작가님은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이랑 : 저는 앨범 내느라고 정신없이 바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김하나 : 3집이 진짜 따끈따끈하게 나왔습니다. 비주얼도 너무 멋있던데요?

이랑 : 원래는 피지컬 앨범을 동시 발매할 예정이어서 오늘 <책읽아웃>에 오니까 실물로 하나 님한테 선물 드리려고 기대하면서 빨리빨리 만들려고 했는데 아직도 인쇄중입니다.

김하나 : 피지컬은 정말 그렇습니다. 그거를 만드는 공정이라는 것은 항상 밀리기 마련인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 발매하는 것은 (일정이) 미뤄지거나 그런 일은 없나요?

슬릭 : 웬만하면 그렇죠. 온라인 공개는 그냥 시간 맞춰서.

이랑 : 일단 음원만 있으면 되니까.

김하나 : 일단 저는 음원을 다 들었습니다. 아주 잘 들었습니다.

이랑 : 감사합니다. 

김하나 : 『괄호가 많은 편지』 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서간문집이라고 할 수 있죠. 두 분이 편지를 주고받은 책인데요. 이 ‘총총 시리즈’가 문학동네에서 나온 시리즈인데, 이제 두 권이 나왔죠. 이슬아X남궁인 작가님의 책이 한 권 있고, 그리고 슬릭X이랑 님의 책, 이렇게 두 권이 나와 있는데. 각각의 편지 메이트를 매칭하는 게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이랑 : 그건 출판사 기획팀이 알 것 같아요.

김하나 : 아, 그러면 약간 통보를 받으셨군요.

이랑 : 저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슬릭 : 어떻게 보면 제안이죠. 이렇게 하시겠습니까, 하고.

김하나 : 물론, 제가 너무 세게 말했지만, 제안이겠죠. (웃음) 그러면 제안을 받았을 때 슬릭 님은 어떠셨어요? 

슬릭 : 저는 『괄호가 많은 편지』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바로 직전에 이랑님 에세이의 추천사를 맡은 적이 있어요. 사실 그 전에도 너무너무 좋아했지만 내가 제일 먼저 신간을 읽는다는 게 너무 짱이잖아요. (웃음) 그 에세이가 좋아서, 그리고 (이랑 작가님은) 책을 많이 내셨으니까 ‘나는 조금 묻어가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왜냐하면 저는 이렇게 글로써 다른 분들한테 인사를 드린 게 처음이니까. 그런데 (이랑 작가님께) 들어보면 저한테 계속 묻어가시려고 했다고...

이랑 : 맞아요. (웃음)

김하나 : 이런 걸 보통 시너지라고 부릅니다. 묻어감의 시너지. (웃음) ‘나 혼자는 안 될 것 같지만 어떻게 좀 비비면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두 분이 의기투합하시게 된 거네요.

이랑 : 제가 제안 받았을 때는 그때 슬릭이 엄청나게 인기 몰이를 하고 있을 타이밍이었거든요. ‘이거는 로또다’라고 생각하면서 (웃음) ‘이건 무조건 갑니다, 그리고 표기 순서는 슬릭부터 무조건 해주시고 모든 걸 다 슬릭 먼저 써주세요’라고 했죠. 

김하나 : <굿걸> 나오고 얼마 안 지났을 때 제안을 받으셨던 거군요. 그러니까 작년이었네요.

이랑 : 네, <굿걸> 끝나고 거의 금방이죠. 

김하나 : 일단 호명을 좀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책에도 보면 서로를 어떻게 호명할 것인가, 그리고 서로가 아니라도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또둑이, 인생이, 주니치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이랑 씨는 ‘이랑이라고 하면 늘 좀 혼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랑이 씨라고 부르는 게 어떤가’라고 하셨고, 슬릭 씨는 ‘랑이님, 랑랑님, 랑쌤’ 이러면서 호명이 계속 바뀌게 되고. 그리고 이랑 씨의 경우에는 ‘슬릭 선생님’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물론 그 얘기를 들으면 너무너무 싫어하시니까 그 호칭은 쓰지 않고 슬릭이라고 하겠다는 얘기도 있고, 본명인 ‘령화’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뻔뻔스럽게도 슬릭 씨가 이름을 짓는 날을 가상으로 쓰기까지 하셨잖아요. 그래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 요즘은 서로를 어떻게 부르시나요?

슬릭 : 저는 똑같이 ‘이랑 님’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요.

이랑 : 슬릭은 그냥 ‘쌤, 쌤’ 이렇게. 누구한테나.

슬릭 : 저는 호칭을 통일했어요. 모든 사람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좀 친해지면 ‘쌤’이 되는 건데. 그렇게 다 통일 했더니 삶이 너무 편해졌어요. 너무 단순해지고.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그 말이 존경을 담고 있다고 우리가 늘 배워왔잖아요. 그래서 저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그런 분들에게 ‘쌤, 선생님’ 이렇게 부를 때 좀 쾌감이 있어요. 내가 선생님이라고 불러서 우리 관계가 조금이라도 동등해지거나, 어떤 위계질서를 떠나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순간이 많이 온다고 생각을 해서요.

이랑 : 저는 그냥 ‘슬릭’ 이렇게 부르는데 슬릭은 저를 ‘쌤’이라고 부르니까 약간 기분이 묘하긴 해요. 위계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슬릭 : 그런데 슬릭은 누가 들어도 예명이잖아요. 그래서 이랑 님처럼 ‘슬릭’ 이렇게 부르는 사람 진짜 많아요. 그리고 그게 너무 편해요. 그런데 제가 다른 분들한테 ‘이랑’, ‘하나’ 이렇게 부르기가 애매해요. (웃음) 쉽지 않죠.

김하나 : 맨 앞에 서문이 있기는 하지만, 제일 첫 편지를 쓸 때가 아직 기억이 나실 것 같아요. 그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슬릭 : ‘누가 먼저 시작할까요’라고 했을 때 제가 마음속으로 ‘제발, 내가 두 번째... 내가 두 번째...’ 하고 있었는데 ‘슬릭 님이 먼저 쓰시죠’ 해서 제가 그냥 ‘네’라고 말해버린 거죠. 

김하나 :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신 건 아니었어요? 호칭 생각하기 싫으신 것처럼?

슬릭 : 아니요. (웃음) 그렇다기보다는 첫 단추부터 징징이가 되면 안 되니까 ‘할 수 있어’ 이렇게 하고 시작했는데... 많이 고쳤고요. 저는 정말 부담스러웠던 게, 만약에 제 파트너가 되시는 분이 저랑 똑같이 글을 쓰신 지 얼마 안 되셨거나 글을 써서 팔아본 경험이 없으셨던 분이라면 내가 쓴 글이 좀 별로여도 ‘나만 못 쓰는 거 아니니까’ 이런 생각이 들 텐데, 상대가 너무 엄청난 사람이라서 되게 각잡고 엄청 열심히 첫 편지를 썼어요.

김하나 : 이랑 씨는 첫 편지를 받았을 때 기억나시나요?

이랑 : 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김하나 : 너무 많은 일을 하고 계셔서 그래요. 너무 과로를 하고 계셔서 그래요.

이랑 : 맞아요. 요즘에 특히 과로가 많아서 뇌가 과부하 걸린 지 조금 됐어요.

슬릭 : 이 편지도 제가 이랑 님을 처음 뵙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해요. 

김하나 : 맞습니다, 저도 기억이 나요.

슬릭 : 진짜 너무 웃겼던 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팔았던 사람이 이랑이라는 사람이고 그리고 나랑 편지를 쓴 사람이 바로 그 이랑이라는 게 잘 매치가 안 됐다가, 편지를 쓰려니까 그게 매치가 된 거예요.

김하나 : 그러면 (『괄호가 많은 편지』를) 하기로 해놓고서야 알게 되신 거예요? 소오름이었겠네요?

슬릭 : 약간 소오름이죠. 

이랑 : 그제야 연결된 거예요?

슬릭 : 그렇죠. 왜냐하면 『아무튼, 식물』의 이랑 선생님도 계시잖아요. 

김하나 : 임이랑 선생님이 계시죠. 

이랑 : 그 분한테 들어오는 행사가 제 메일로 온 적이 있어서... (웃음) 안타까웠어요.

김하나 : (웃음) 안타까웠어요?

슬릭 : (웃음) 그래서 하셨나요? 

이랑 : 그런데 식물 행사라서... (웃음)

슬릭 : 그래서 되게 그 (첫만남)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고. 제가 그때 ‘한대음(한국대중음악상)’에 갔을 때 ‘힙이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서 ‘나도 힙해지고 싶다’에 정말 집착하던 시절이에요. 왜냐하면 힙합하는 사람들은 정말 안 힙하거든요. 나는 약간 앞서가고 싶은데, 감성적으로 앞서가고 싶은 거예요. 더 생각할 줄 알고 더 많은 것에 있어서 더 넓은 범위로 생각하는 것. 그런데 힙합씬에는 그런 것에 관심 있는 사람이 별로 없고, 그런 기조가 ‘왜 저래?’ 이런 느낌이어서. 

이랑 : 뭔가를 볼 때 그렇다는 거죠? 새로운 걸 봤을 때. 

김하나 : 랩 같은 걸 들어도 진지충이라고 욕을 한다거나 ‘내가 세’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힙하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슬릭 씨는 그게 힙해 보이지 않았고. 또 책의 표현에 따르면 ‘이 세속적인 힙합씬 안에서 나는 고고한 리릭시스트가 되고 싶은 포부가 있었다’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때 이랑 씨가...

슬릭 : 완전 힙의 끝판왕!

김하나 : 힙의 끝판왕이 나타난 거죠. 그 분에게 첫 편지를 쓰신 거고, 하지만 그 편지는 기억은 잘 안 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웃음)

슬릭 : (웃음) 뭐, 다 기억할 수 있나요.

김하나 : 첫 편지를 받은 뒤에 이랑 씨도 첫 편지를 써야 되잖아요. 그때는 기억이 나시나요?

이랑 : 네, 기억이 납니다.

김하나 : 이랑 씨는 너무 많은 일을 엑셀 파일 정리하듯이 착착착 하시잖아요. 그래서 과로의 아이콘이 되시는데, 그때도 수많은 일중에 하나였겠죠? 처음에는.

이랑 : 그렇죠. 많은 일들 중에 하나였고. 저는 다른 작가님하고 서간문을 주고받던 참이어서 엄청 새로운 일은 아니었는데, 슬릭이랑 한다는 게 새로운 일이었고요. 그리고 제가 먼저 호칭에 대해서 썼는데, 이 문제가 저한테 되게 중요했기 때문에 호칭을 가지고 첫 편지를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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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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