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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영 “합정과 망원, 7년 살면 뭐가 보이냐고요”

『합정과 망원 사이』 유이영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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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과 망원이 가진 독특한 지역성이 소위 ‘얘기 된다’고 생각해 이를 전하고자 하는 기자적 관점도 적지 않았어요. 이를 기록해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 온라인에 동네 얘기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그 글이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받아 책으로 엮게 됐습니다. (2021.07.15)


생활의 해방과 독립을 꿈꾸는 동네 산책자 직장인의 에세이 『합정과 망원 사이』. 합정과 망원 일대는 각종 편의·문화시설이 갖춰져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며, 트렌드를 직간접적으로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늘 역시 존재한다. 신문기자로 9년간 활동 중인 저자 유이영이 마포구에서 보낸 지난 7년의 독립생활을 그렸다. 30대 전문직 여성으로서, 1인 생활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뿌리내린 시간이 유쾌하게 담겼다. 이웃과 함께 한강을 달리고 주말 저녁에 모여 글을 쓰고 동네 곳곳의 숨은 정취를 발견하며 삶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 시류를 섬세하게 짚어내는 저자의 관찰력이 돋보이는 생활 밀착 에세이로 독립을 꿈꾸는 2030, 마을 커뮤니티 기획자,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가 주최한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원작 [합정과 망원 사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동네 얘기를 책으로 엮게 되셨나요?

합정과 망원 어딘가에 살던 유이영입니다. 신문사에서 9년째 일하고 있어요. 주로 평일에 기사 쓰고 주말에 기사 아닌 모든 글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사실 동네를 다룬 원고를 쓰기 전에는 내가 발붙인 지역에 그렇게 큰 애정이 있진 않았어요. 서울 출신이 아니기에, 늘 어딘가에 정박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2년 전 동네 이웃과 교류하게 되면서 곳곳에 추억 묻은 장소들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당시로선 기사로 소화하지 못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크면서도, 합정과 망원이 가진 독특한 지역성이 소위 ‘얘기 된다’고 생각해 이를 전하고자 하는 기자적 관점도 적지 않았어요. 이를 기록해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 온라인에 동네 얘기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그 글이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받아 책으로 엮게 됐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합정과 망원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다양성에 대한 수용도가 대체로 높다고 느껴요. 합정과 망원 일대에는 퀴어 프렌들리 맥줏집이나 애견 동반 카페, 비건 식당, 리필 스테이션처럼 이 시대의 변해가는 가치들을 반영한 상점들이 많은데요. 저는 반려견도 없고 비건도 아니지만, 이런 가게들이 많다는 건 그 지역의 개방성을 보여주기 좋은 지표라고 생각해요. 비건 간판이 즐비한 거리를 매일같이 지나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그게 자연스럽게 생활양식에 묻어나는 듯도 하고요.

무엇보다 결혼하지 않은 30대 여성으로서 정체성이 특별나게 취급되지 않아요. 1인 가구 생활양식이 주류가 되는 몇 안 되는 동네 중 하나이고, 그것만으로도 삶의 많은 피로감이 덜어집니다. 이건 사실 이 동네의 굉장히 독특한 문화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있는 독자들에게도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강한 독립을 위해 1인 생활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대개 독립이라고 하면 경제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는데 정서적 기반을 잘 닦는 일도 중요해 보여요. 저는 혼자 살기 위해 이웃과 교류하며 정서적 자산을 쌓아간다는 친구를 지켜보며(책에서는 ‘디디’로 등장합니다) 그 필요성을 절감했거든요.

저는 비빌 언덕이 많을수록 더 건강한 독립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내 안의 독립을 꿈꿀수록 사람들과 연결돼야 해요. 혼자서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게 요즘 여성들에 요구되는 독립처럼 비춰지곤 하는데 크게 동의하지 않아요. 과연 인간은 오롯이 홀로 설 수 있는 존재인지 확신이 없거든요. 

물론 경제적 독립은 매우 중요합니다. 퇴사가 시대정신처럼 다뤄지지만, 일에서 의미를 찾기 어려운 시기에는 내가 나를 먹여 살린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의미 있다는 인식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내가 나를 벌어먹인다는 사실만으로 지켜지는 자존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대 일대에서 7년여를 사는 동안 작가님에게 일어난 변화가 궁금합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왔고요. 이사는 두 번 했지요. 홍대 클럽 거리 한복판에 살다가, 연트럴파크(연남동 센트럴파크) 앞으로, 그리고 책의 배경이 된 합정과 망원 사이로 옮겨 왔어요. 전월세 계약 주기에 맞춰 2년 단위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떠밀려 온 셈인데요. 공교롭게 홍대 문화가 확장되는 흐름에 맞춰 살 집을 옮겨 왔네요. 처음에 홍대 앞에 이사 왔을 때만 해도 트렌디한 식당과 카페를 찾아 즐기는 재미만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을 같이 즐기고 내 생활 방식을 지지하는 친구들이 옆에 많이 생겼어요. 그러고 보니 서울에 내린 뿌리가 점점 깊어져 왔네요. 

책에 나온 합정과 망원의 장소들 중 특히 좋아하는 곳은요?

한강이요. 한동안 일터에서 부당한 미움을 흡수하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었어요. 설명할 수 없는 굴욕감을 견딜 수 없을 땐 밤에 한강을 찾아 지칠 때까지 달렸죠. 무기력을 뚫고 몸을 일으켜 일단 양화대교까지만 나가면 한 시간 뒤에 반드시 기분이 나아졌어요. 숨찰 때까지 몰아붙여야 겨우 숨 쉴 수 있었던 시기, 여러 감정들을 한강 어딘가에 묻어놓고 왔었기에 애틋함이 큽니다.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빨래방도 좋아하고요, 영화 <벌새>에 나왔던 수십 년 된 병원에서도 따뜻한 위로를 받았어요. 합정과 망원 주변을 도는 쌀국수 트럭에서 야근 후 먹었던 쌀국수 맛도 잊기 힘드네요. 

기자로도 일하고 있는데 글쓰기와 어떻게 병행하며 살고 있나요?

평일에는 기사 쓸 때 빼고는 노트북을 열지 않는다는 저만의 확고한 원칙이 있어요. 다만 생각나는 글감은 그때그때 메모장에 적어두거나, 책에 쓸 문장은 펜으로 적습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토요일에 읽고 쓰기를 압축적으로 하는 편이에요(신문이 월요일 아침에 나오기 때문에 신문기자는 종종 일요일에도 일에 묶여 있답니다). 

결국 기사를 쓰는 일과 책 쓰는 일이 서로를 돕고 있더군요. 책 원고를 쓰면서는 기사 분량에 압도되지 않는 맷집이 길러졌고, 기사를 쓰면서는 다양한 사람들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책 주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30대 여성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는 뭘 해도 욕먹는 시기를 지나고 있지 않나 생각할 때가 있어요. 결혼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이기적이라고 하고, 하면 하는 대로 애 낳으면 잘 키우라고, 안 낳으면 빨리 낳으라고 온 사회가 손가락질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요. 그럭저럭 괜찮게 살고 있다 느껴도 아니라고 끼어드는 이들도 많아 무력감이 들기도 하죠. 그렇기에 저는 불안함은 내 탓이 아니라고 여기는 편입니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더라도 결국 비슷한 세대, 비슷한 성별의 우리는 비슷한 고충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하면 덜 외롭더라고요. 충분히 자유롭게 살지 못한다는 괴로움을 느끼고 계시다면 저의 이야기가 조금 유쾌한 위안으로 가닿았으면 합니다.



*유이영

신문기자로 9년째 일하는 중이다. 사회부, 여론독자부, 주말뉴스부, 사회정책부를 거쳐 경제부에 있다. 7년간 서울 마포구에서 서교동, 연남동, 합정동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프로 혼살러’ 이웃들과 한강을 달리고, 좋은 책을 돌려보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삶의 뿌리가 깊어졌다. 토박이들의 넉넉한 이야기와 2년짜리 방에 사는 젊은 1인 생활자들의 일상이 겹치는 동네에 대한 애정이 크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시공간을 기록해두고 싶어 온라인에 동네 얘기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글쓰기와 달리기 주말 모임 ‘쓰고 달리고’를 꾸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이 있다.



합정과 망원 사이
합정과 망원 사이
유이영 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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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과 망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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