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딸이 만든 엄마의 첫 시집
『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 김정숙 시인 인터뷰
첫 시집을 출간한 사실 자체에는 담담하면서도 문보영 시인의 추천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2021.07.09)
10 년 동안 문학 편집자로 일했던 딸은 1인출판사를 시작해, 첫 책으로 오랫동안 시를 써왔던 엄마의 시집을 출간했다. 1인출판사 ‘책나물’에서 출간된 김정숙 첫 시집 『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 얘기다. 딸과 엄마의 첫 프로젝트엔 시집 『책기둥』과 에세이 『일기시대』를 쓴 문보영 시인이 “슬픔과 웃음은 서로를 힘껏 껴안고 있다. 쓰러진 삶을 부드럽게 위로하는 이 책에 오래도록 기대고 싶어진다.”고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2020년 직지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올여름 첫 시집을 출간한 김정숙 시인을 만났다.
수십 년 동안 시를 써왔는데, 첫 책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린 듯합니다. 마침내 첫 시집을 출간했는데, 소감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오래전부터 시를 써온 터라 그 분량은 일찌감치 시집 여러 권을 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언젠가 마땅한 출판사가 연결되면 출간하려고 했지요. 올해 책나물에서 이 시집을 낸 것이 운명처럼 여겨집니다. 너무 늦었다거나 너무 이르다거나 하는 생각 없이 맞춤한 때에 출간한 것 같아요.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어릴 때부터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가요? 어린 시절에 대해 들려주세요.
아주 어릴 때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같은 반에 소년한국일보 구독하는 애가 있었는데, 다들 어떻게든 그 애의 환심을 사서 서로 만화를 보려고 했습니다. 저도 연습장에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곤 했는데 솜씨가 없어서인지 소년을 그려도 소녀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만화가의 꿈은 스러졌습니다.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문예반 담당이셨는데 제가 쓴 <장날>이란 운문을 칭찬하셨고 그때 시인이 될 싹이 드러난 것 같아요. 중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방학엔 오빠나 언니가 읽던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당시 한국역사소설전집이나 세계문학전집을 읽다 보니 소설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친한 친구도 커서 넌 소설가가 될 거라고, 되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풀꽃의 노래>란 시를 쓰고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어요. ‘명록’이란 이름의 문예반에 가입해 시화전도 열면서 소설가보다는 시인의 길로 좀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수필로 백일장에서 수상한 적도 많지만 수필이나 소설을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애착을 느꼈던 활동이 시 쓰기였고요.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시인이 된 것은 자발적이고 자연적인 발로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평소 시를 언제, 어떻게 쓰시는지 말씀해주세요.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시의 씨앗을 발견하면 발상을 기록합니다. 꿈 속에서 책을 펼쳐 읽다가 생각이 난 것을 깨어나서 바로 적어두기도 하고요. 그러한 발견이나 발상을 한 줄, 한 줄 발전시키다 보면 시가 됩니다. 몇 년 동안 시의 한 구절도 되지 못하고 하나의 발상으로만 남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어디선가 불러주는 것을 받아쓰기라도 하듯 쉽게 시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착상과 발상 노트 작성은 평상시에 수시로 하고, 시 쓰기는 주로 새벽 시간대에 많이 합니다. 퇴고도 새벽에 이루어집니다. 초고부터 최종 정리하기까지, 단계별로 퇴고한 작품을 출력한 다음 철해서 계속하여 살펴봅니다.
이 시집을 출간한 출판사의 대표이자 담당 편집자가 딸이었는데,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믿고 맡길 수 있어서 마음이 내내 편했습니다. 딸로서도 편집자로서도 믿음직했으니까요. 첫 시집이라는 마음에 두근거림은 잠시였지요. 수많은 시들 중에서 첫 시집에 넣을 시들을 고르고 배치하고 퇴고하는 과정은 제게도 제법 시간과 공력이 드는 일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길잡이를 따라 제게도 흡족한 시집을 만들어주어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작가가 좋은 편집자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이런 뜻의 구절을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제가 큰 행운을 만났군요.
2017년 시집 『책기둥』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최근 에세이 『일기시대』를 출간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문보영 시인이 추천사를 써주었는데, 어떤 인연이 있었던 건가요?
문보영 시인님을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습니다. 문보영 시인의 『책기둥』 시집은 몇 번이고 읽고 아끼는 시집이에요. 추천사를 받은 것은 순전히 책나물 편집자의 아이디어이자 공로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에게서 추천사를 받아서 기쁘고 즐겁고 좋은 느낌이 가슴에 가득해요. 첫 시집을 출간한 사실 자체에는 담담하면서도 문보영 시인의 추천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시집을 어떤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지요?
누구든지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가닿아서 작은 위로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계속하여 시를 쓰고 시집도 낼 거고요. 제 마음속 밝음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과 함께 마구마구 웃고 싶어요.
*김정숙(시인)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났다. 2020년 「숲의 잠상」으로 직지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는 수십 년간 시를 써온 그녀의 첫 시집이다. 편집자 딸이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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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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