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범인이 인간인 이유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김백민 저자 인터뷰
과학자들이 말하는 참담한 미래를 100% 믿어야 할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죄책감 대신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위한 해결책을 찾고 싶은 사람이면 지금부터 이 책과 함께 지구를 지키는 ‘착한 공부’를 시작해보자.(2021.07.08)
기후위기가 사회적, 국제적 이슈다. 각국에서 입을 모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얘기한다.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기후위기에서 ‘기후재난’, 또는 ‘기후재앙’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묻고 싶다.
“그래서 기후위기가 왜, 얼마나 위험한가? 여러분은 그 진짜 의미와 답을 과학적 팩트에 근거해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가?”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 1℃가 오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012% 증가했다고 한다. ‘1℃와 0.012%.’ 숫자만 놓고 보면 정말 미미한 수치가 아닌가. 과연 이 숫자가 품고 있는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사실 인류 개입 이전에도 지구는 이미 큰 폭의 기후변화를 자연적으로 겪어왔다. 그렇다면 이제 확실히 알아야 할 때다. 인류 개입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자연적인 기후변화가 어떻게 다른지, 무엇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45억 년 지구 온도의 역사부터 미래의 에너지 혁명에 이르기까지 이 흐름을 관통한 속 시원한 책이 나왔다.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기후학자의 시선에서 독자들에게 과학적 팩트를 날리는 이 책의 저자 김백민 교수를 만났다.
기후위기.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참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런 시점에 출간된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가 타 기후위기 도서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어떤 책인지, 어떻게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요즘 기후변화에 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계 도처에서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이상기후 소식들이 이제는 그리 놀랍지도 않을 정도이고, 기후위기의 실상과 충격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는 책들 또한 끊이지 않고 출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기후위기가 어떻게, 누구에 의해 비롯되었는지, 또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등 기후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 보는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분명히 기후변화 이슈 속 깊은 이야기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후과학을 본업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45억 년을 관통하는 지구 기후변화의 역사를 과학적으로 집필해주셨습니다. 사실 인류 개입 이전에도 지구 온도는 심하게 출렁거린 것으로 책에서 확인이 되는데요, 그렇다면 산업화 이후 인류의 개입이 기후위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요?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겨우 1℃밖에 지구 온도가 증가하지 않았는데 반해, 45억 년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구의 온도는 인류의 개입 이전에 이미 여러 차례 수십 도를 오르락내리락 하였습니다. 이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 사실만 놓고 보면 인류의 개입이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러한 설명에는 커다란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변화의 속도입니다. 우리 인류는 고작 200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지구의 온도를 1℃ 넘게 상승시켰고, 이는 과거의 자연적인 기후변화의 속도와 비교하면 최소 20배 이상 빠른 어마어마한 상승 속도입니다. 즉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변화의 폭이 아니라 바로 변화의 속도에 있었던 것입니다. 책에서는 독자들이 이 변화의 속도를 명확하게 느끼고 인식할 수 있도록 과거와 산업혁명 이후의 기후변화를 상세히 비교하였습니다.
코로나 이후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다고 하신 부분이 인상 깊습니다. 이 부분이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은데요, 좀 더 자세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류가 매년 배출하는 탄소량을 쉽게 말해 100이라 가정하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탄소 배출량은 약 93 정도였습니다. 고작 7% 정도 줄어든 셈이지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결국 인류가 얼마나 탄소에 중독되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고, 얼마나 이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나만 말씀드리면, 코로나 이후 택배나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먹지요? 택배 포장이나 배달 음식 용기는 주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석유 화학제품을 사용해 만든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플라스틱을 만들려면 공장이 가동되어야 하고 여기서 또 많은 탄소가 배출됩니다. 이외에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상당히 많은 곳에서 우리는 탄소를 소비하고 탄소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코로나19가 증명한 셈입니다.
책에서 말씀하신 티핑포인트 개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포인트가 연쇄적으로 작용할 경우 정말 영화 <투모로우>처럼 상상 이상의 기후변화가 찾아올 수도 있는 걸까요?
과거 지구 기후 변화의 역사에서 기후가 급변한 티핑포인트는 분명히 존재하였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 영화 <투모로우> 같은 급격한 기후변화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영화 <투모로우>는 흥미를 위해 지나치게 기후변화 양상을 과장해서 표현한 측면은 있습니다. 문제는 현대 과학의 수준으로는 심각한 기후변화의 티핑포인트가 언제 나타날지 예견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책에서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우리가 적어도 2℃ 이내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주범이 ‘인간’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회의론자의 주장을 반박할 과학적 증거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회의론자들은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전인 중세시대 지구가 지금보다 더 뜨거웠으니, 산업혁명 이후의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이 논쟁은 꽤나 격렬했는데요. 기후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과학자들이 이제는 비교적 정확하게 과거 지구의 온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 수 있게 되면서 논란이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2020년 세계 최고의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중세시대 유럽 지역은 상당히 따뜻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는 국지적인 현상이었고, 전 지구적으로 볼 때에는 중세시대 때보다 지금의 지구가 훨씬 뜨겁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즉 과학적으로는 “중세시대 지구가 지금보다 더 뜨거웠다”는 논란이 종식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회의론자들이 펼치는 많은 주장들이 있습니다. 태양 활동이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라든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는 자연적인 온도 상승에 따른 것이라든가 하는 주장들입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주장들이 사실이 아닌 이유를 상세히 설명합니다.
마지막장에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럼 국가 차원에서 기후위기에 대처할 실효성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솔루션도 하나 추천 부탁드립니다.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지만, 저는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국가 정책이 너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에만 맞춰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전 세계적 탄소 감축 트렌드는 기후위기 극복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개별 국가의 에너지 안보는 각국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국가별 탄소 감축 목표치를 정하는 일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너무 가파른 탄소 감축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탄소 감축은 분명히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슬기롭게 기후와 에너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느냐’입니다. 책에서 강조했던 부분은 국가 차원의 에너지 인프라 확충이었습니다.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무턱대고 늘리는 것은 고속도로가 깔리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차 대수를 크게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라 봅니다. 지역의 기상 상황에 따라 생산 효율이 요동치는 신재생에너지를 안정적인 공급원으로 바꾸어 주는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의 확충과 수소 연료전지 등 저장 인프라 기술 확대, 개인이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분산형 전력 네트워크 등 에너지 효율을 위한 기반 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의 경우,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탄소 감축 노력을 감시하고 압박을 가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SNS 등을 통해 친환경 기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유튜브나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이들 기업에 대한 분명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출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특히 어떤 사람들에게 이 책이 발견되었으면 좋겠는지,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사람들이 있다면 누구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너무 많은 기후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시는 분들께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 특히 청소년 여러분들이 많이 읽어 주시면 정말 큰 보람일 것 같습니다. 책에서 밝혔듯이 청소년들은 지금 이 시대 기후변화 담론의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입니다. 저는 이들에게 기후과학자 입장에서 바라본 기후변화의 실체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최대한 균형 잡힌 시각에서 말입니다. 이 책이 이들을 위한 유용한 지식의 보물창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백민 극지전문가이자 기후과학자. 2014년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가 북극과 큰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 책임연구원을 맡아 남극과 북극의 기후변화를 재현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캐나다 연안과 그린란드에 있는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상을 목격한 이후, 녹은 빙하가 전 세계에 일으킬 나비효과를 경고해왔다. 기후위기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럼에도 결국 인류가 기후위기를 넘어설 답을 찾아내리라는 밝은 전망을 내놓는다. 과학자의 자리에서 지구와 인류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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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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