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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길어 올린 여유로움, 2PM 준호
꾸준히 갈고 닦은 준호의 매력
지금 무대 위에서 여유롭게 노래하고 춤을 추는 그의 눈빛은 1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길어 올린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고, 그의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 여유로움에 반하지 않기란 어려울 것이다. (2021.07.07)
2021년 7월 2일 현재, 보이그룹 2PM을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하면 가장 먼저 ‘2PM 준호’가 추천 검색어로 떠 있다.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관찰할 수 있다. 2PM의 이번 신곡 ‘해야 해’에 이어 ‘hands up’, ‘must’, ‘우리집’ 바로 다음으로 뜨는 추천 검색어가 ‘준호’다. 검색어 순위로 멤버들 중 누가 팬들에게 더 인기가 많고 적은 지 확실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아챌 수 있는 사인은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대중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람이 준호라는 사실이다.
2008년 싱글 <Hottest time of the day>로 데뷔한 2PM은 올해로 데뷔 15년을 바라보는 연차가 되었다. 그동안 2PM 멤버들은 함께 마흔 장을 훌쩍 넘는 정규, 싱글, EP를 발매했다. 그리고 이들의 데뷔곡인 ‘10점 만점에 10점’은 2PM이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는 아이돌 그룹인지 확실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근육질의 팔, 탄탄하게 자리 잡은 가슴과 허벅지 등 신체의 부분부분을 노출하거나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소재의 옷으로 감싸면서 아크로바틱으로 시선을 끄는 팀. 이후 2PM은 ‘Heartbeat’라는 곡으로 좀 더 멤버들을 조직적으로 활용한 안무를 선보였고, 그 사이에서 준호는 짙은 아이라인을 하고 과격할 정도로 힘을 실은 동작들을 통해 팀으로서의 2PM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멤버로 자리하고 있었다. 때때로 어려운 동작을 구사하다 다치고, 다시 나으면 그 동작을 새로 하기를 반복하면서 성실하게 그 자리에 머무르던 멤버. 준호의 이야기는 그저 그렇게, 운동신경이 남다른 한 보이그룹 멤버의 역사로만 이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2PM 멤버들이 본격적으로 개인 활동에 돌입하면서 준호는 자신의 솔로 앨범에 자작곡을 싣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국내외에서 솔로 콘서트와 팬미팅을 개최했고, 그 사이에 드라마와 영화에 얼굴을 비췄다. 잘생긴 얼굴을 자랑하는 대신, 섬세하게 얼굴 근육을 활용하면서 준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이야기의 골격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어느 날에는 철없고 장난스러운 스무 살의 눈빛을 비췄다가, 또 다른 날에는 약 올리는 상대방을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노려보았고, 그 다음 날에는 정직하고 올곧은 사람의 진중한 눈빛을 화면 앞에 꺼내놓았다. 솔로 앨범을 비롯해 2PM의 앨범에 실릴 자작곡들을 만들면서 조금씩 풀어나가던 이야기의 타래가 배우 활동을 하면서 절묘하게 이어졌고, 드디어 그가 연기하는 작품의 골격뿐만 아니라 이준호라는 가수이자 배우의 역사가 단단한 틀을 갖춰가며 완성되어갔다.
보이그룹의 멤버가 솔로 음반 활동을 하고, 연기자 활동을 하면서 넥스트 스텝으로 나아가다 어나더 레벨이 되는 과정. 이 과정은 K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막상 그만한 성취를 얻은 사람을 따져보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이 과정을 착실하게 밟아온 이준호라는 사람의 현재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 지금 이 순간 그가 얻은 ‘검색어 1위’라는 타이틀보다, 유명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를 통해 얻은 ‘우리집 준호’라는 유명한 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수이자 배우 이준호가 스쳐 지나가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점이다.
5년 만에 일곱 번째 정규 앨범 <MUST>를 통해 2PM이라는 이름 아래 돌아온 준호는 아크로바틱에 몰입해 온 몸이 부서질 듯 춤을 추던 그 시절의 준호와는 분명 다른 사람이다. 이제 그는 수많은 디스코그래피와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면서, 성실하게, 하지만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올곧게 걸어온 길 위에 서 있다. 지금 무대 위에서 여유롭게 노래하고 춤을 추는 그의 눈빛은 1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길어 올린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고, 그의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 여유로움에 반하지 않기란 어려울 것이다. “왜 이제야 준호의 매력을 알게 됐는지 모르겠다. 억울하다”며 뒤늦게 팬이 된 사람들의 농담 섞인 진담에 역시 농담을 섞어 답을 하자면 이렇다. 그러게요. 왜 그렇게 늦게 아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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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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