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모두 뿌앵공동체가 필요하다
30대가 되었지만 아이처럼 울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멋대로 뿌앵공동체라고 생각하는 집단이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집단이 구성되기는 쉽지 않다. (2021.07.02)
최근 독서 모임에서 노후와 가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구성원이 대부분 1인 가구인 모임으로, 그날의 주제는 1인 가구의 노후 생활이었다. 대부분 신체적인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을 때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공포감이나 재정적으로 노후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암울한 관측을 내놓을 때, 누군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 참여 영역이 줄어들면 감정적으로 유대를 느낄 친구 관계가 없어질 거라는 불안을 이야기했다.
뿌앵공동체는 친구들끼리 만들어낸 말로, 누군가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표현한 의성어 '뿌앵'에서 따왔다. 누군가 사는 게 힘들고 지쳐서 '뿌애앵'하고 울고 싶을 때, '그랬어~ 그랬지이~' 하고 보듬어주는 모임을 뜻한다. 살면서 다들 힘든 이유가 제각각인데,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위로가 필요하다. 따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그저 내 감정적 상태만 공유하고 그 상태를 위로받는 것. 그리고 그 위로가 나에게 전해지는 것. 애인이나 배우자, 혈연 가족이 그 역할을 하면 좋겠지만 가족 외에도 정서적인 안전망을 깔아 놔야 사람이 안정을 찾는다.
카카오톡에는 단체방이 넘쳐나는데, 그중 내가 멋대로 뿌앵공동체라고 생각하는 집단이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집단이 구성되기는 쉽지 않다. 첫 번째로 사전에 서로가 무슨 일을 하고 주로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정보가 쌓여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다들 바쁘니 제시간에 적절한 위로와 공감, 지지를 표현하기가 어렵다. 내가 보지 못할 시간에는 누군가 적절히 반응할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방이어야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모임이 결성되는 일은 정말 어렵다. 게다가 이 공동체가 즐겁게 유지되려면 적절한 유머 감각과 목적도 필요하다. 사람이 모이면 감정이 소진될 수밖에 없다. 간간히 공동의 목적을 위해 꾸준히 이야기하면서도, 대화에서 오는 감정적 소진을 피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유쾌해야 한다.
우는 주체 역시 TPO에 맞게 이야기해야 한다. 시시콜콜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들은 내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라는 생각을 늘 되새기며 적절한 수준에서 정보를 드러내야 한다. 이때 울음은 귀여운 정도로, 작은 생채기 정도에 칭얼거릴 정도여야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적절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배우고 있다.
우에노 지즈코의 『독신의 오후』는 중년을 넘어선 독신 남성들에 대해 쓴 에세이다. 혼자 살 때 스스로 몸을 챙길 수 있는 '살림력'도 필요하지만, 인간관계를 지키는 방법과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생각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관계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뿌앵공동체는 영속하지 않는다. 지금은 활발하더라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이름은 귀엽지만 어느 관계보다 힘든 게 뿌앵공동체라고 나는 생각한다. 30대가 되었지만 아이처럼 울고 싶을 때가 있다. 40대도, 50대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늘 내 뿌앵을 받아줄 사람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누군가의 뿌앵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필요한 걸 꾸려내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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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지즈코> 저/<오경순> 역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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