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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대한 의리

놓지 않으면 잘 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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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게 된 무엇이 나에게 번지는 과정 속에는 더 잘 하고 싶어서, 더 잘 알고 싶어서 열심히 설렘을 오랫동안 갈고 닦은 내가 있다. (2021.06.18)


무언가를 좋아하면 의리 같은 게 생기는 습성이 있다. 금방 빠졌다가 싫증 나는 단순한 기호 수준이 아니라 정이 생겨 마음 한구석에 그것의 씨앗이 싹 트는 정도까지. 한번 싹이 튼 감정은 촘촘히 뿌리를 내려 천천히 자라나고, 튼튼한 나무가 되어버린 좋아하는 것들은 생각날 때마다 그 아래로 가 나를 쉴 수 있도록 한다. 그 나무를 찾는 빈도가 잦을수록, 더 오래될수록 그것은 나의 일상을 차지하게 된다. 그렇게 좋아하게 된 무엇이 나에게 번지는 과정 속에는 더 잘 하고 싶어서, 더 잘 알고 싶어서 열심히 설렘을 오랫동안 갈고 닦은 내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을 못 이긴다는 말은 그래서 당연할 수밖에 없다. 타고난 재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좋아하면 꾸준히 하게 되고, 그 꾸준함에 들인 시간과 고민은 몸 어딘가에 뿌리를 내려 점점 잘하게 될 것이다. 느리더라도 자꾸 들여다 보고 놓지만 않는다면 그것 역시 나에 대한 의리를 발휘할 거라고 믿는다. 믿다 보면 내겐 정말 좋아하는 것이 힘이 되어 잘하게 된다.



꾸준함이야말로 타고난 재능과 다르게 후천적으로 선택하고 노력해서 갈고 닦은 미덕임을. 생활인이 평범한 하루하루를 영위하며 가닿을 수 있는 아름다운 경지이자 자랑스러운 성취임을.

재능 있는 사람은 빛나지만 굳센 사람만이 그늘 속에서도 계속 기회를 일구어 나간다. 직업인으로서의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신비는 매일의 반복 속에 있다. 꾸준히 일하며 우리는 꾸준히 다시 태어난다.

-황선우, 『멋있으면 다 언니』 중


내가 지키고 있는 의리는 꽤 많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고 있지 않아도 항상 할 거리가 넘쳐나고 바쁜지도 모르겠다. 다니고 있는 체육관과 헬스장에선 관장님과 트레이너 선생님을 잘 만난 덕분에 운동도 더욱 즐겁고 몸도 좋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니 운동할 시간은 꼭 빼 둔다. 또 언젠가 소개한 적 있던 ‘나의 정원’을 점심 시간에 주기적으로 들러 초록의 힘을 받는다. 음식을 좋아해서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지만, 건강을 생각해 하루에 한 끼는 샐러드를 먹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꽤 잘 지키고 있다. 틈틈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덕질도 놓치지 않는다. 그들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놓치면 안 된다는 이상한 의무감도 함께. 따릉이 정기권을 결제했으니 날씨 좋은 날에는 자전거에도 올라야 한다. 오랫동안 몸 담아 온 시조를 들여다보고 쓰는 일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애정하는 나의 사람들과의 관계도 놓치지 말아야 하니 분기에 한 번이라도 얼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심심할 수가 없다. 하루하루를 꽉 채워 살고 싶다는 욕심이 큰 것은 지키고 싶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무언가에 미쳐서 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낀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좋아하는 무엇이라도 만들어 주고 싶은 오지랖이 발동하기도 한다. ‘퇴근 후에는 뭐 해?’라는 물음에 쫑알거리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과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냥 밥 먹고 쉬다 자는 거지’라는 답을 하는 사람과는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다. 만나서 하는 이야기라곤 자신의 힘듦에 대한 토로나 뒷담화만 늘어놓는다면 그와는 점차 거리를 두게 된다. 자신이 즐길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만큼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건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장담할 수 있다. 내 시간과 공을 들인 무언가에서 성취를 맛보게 되면 다른 것들도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어지게 될 거라는 걸. 그 하나로 인해 자신이 알고 있던 틀에서 훨씬 벗어난 사람이 될 거라는 걸. 


당장 뭔가를 이뤄내지 않더라도 그 경험들은 자신 안에 남아 있다가 언젠가는 도움이 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해봤다는 뿌듯함을 갖고 미련 없이 삶의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 자신감이란 그렇게 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보다 무엇이든 새롭게 받아들이고 성장하겠다는 포용력에 가깝다.

-황선우, 『멋있으면 다 언니』 중


후에 아이를 갖게 된다면, 잘하는 것이 많은 아이보다 좋아하는 게 많은 아이로 기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1등이 되는 것보다 잘하고 싶은 게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꾸준하게 좋아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언젠가는 잘하게 될 테니까. 도중에 놓지만 않으면 된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꽤 괜찮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것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일상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다. 즐기다 보면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런 자신이 대견해 새로운 것에도 점차 도전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취미, 해 보고 싶었으나 늦은 것 같아 시도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늦지 않았으니 내게 싹 틔울 수 있을 시간을 들여보면 좋겠다. 그 뿌리가 내게 얼마나 깊게 내릴지는 감히 예측할 수 없으니까. 좋아하는 것과 의리를 쌓는 일은 나를 충분히 바꿀 수 있으므로.



멋있으면 다 언니
멋있으면 다 언니
황선우 저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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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나영(도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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