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없는 글은 콘텐츠가 아니다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 박창선 저자 인터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어느 글을 써도 다 좋지만, 중요한 것은 청자입니다. 쓰고 싶은 글이든 써야하는 글이든 그걸 듣는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맞는지가 중요하죠. (2021.04.15)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는 제5회 브런치북 금상, 제7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하며 잘 키운 브런치 채널 하나로 몸값 10배 상승, 5개월 만에 3년간의 목표 수익을 달성한 저자의 검증된 콘텐츠 기획 가이드다. 브런치 운영을 통해 ‘글쓰는 디자이너’로 알려진 박창선 저자의 노하우를 토대로 업무적으로는 고객을 끌어모으고 개인적으로는 커리어를 확장시키는 텍스트 콘텐츠 기획의 기본기를 담고 있다.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를 쓰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디자인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언 5년차가 넘었지만, 초창기엔 1인기업으로 시작해 꽤나 고군분투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비전공으로 시작했던 디자인 일이라, 내세울 만한 게 없었죠. 포트폴리오도 부족했고, 다른 디자이너에 비해 실력이 월등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대신 20대 시절 영업과 판매업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많았는데, 이 경험들이 좀 더 기민한 감각들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결과물 자체도 중요했지만,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 제 강점이 된 거죠.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내기엔 글이 가장 적합했죠. 브런치에 이런 이야기들을 꾸준히 올리기 시작했고, 여러 글들이 사랑받으면서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번 책은 지난 5년간 2만명의 구독자를 모으고, 460만뷰가 넘는 누적조회수를 달성하며 어떻게 매출까지 올릴 수 있었는 지에 대한 회고이자, 반성이기도 합니다. 그간 실수도 많이 했고, 다양한 부침을 겪으며 느낀 점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과 시간들을 포함해 제 주변에 콘텐츠를 만드는 수많은 지인분들의 고민과 일상을 함께 담아보고 싶었어요.
업무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SNS 관련 부서가 아니어도 포스팅이나 카드뉴스 같은 텍스트 콘텐츠를 작성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는데요. ‘이걸 쓰면 되겠다’ 싶다가도 개인적인 글과는 달라 막막한 것 같아요. 효과적인 텍스트 콘텐츠 구성의 순번이 있을까요?
포스팅이나 카드뉴스는 주로 시리즈물로 올라가는 편입니다. 한 편만 올리고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볼 때 다음 회가 궁금해서 한 편을 더 본 적이 있을 거에요. 어떤 점이 우리를 다음 회로 이끌었을까요. 비법은 끊는 지점과 전체의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회차에 보여줄 작은 줄거리는 이번 회차 안에서 마무리가 되어야 해요. 이것은 콘텐츠에 깔끔함을 더합니다. 하지만 단서들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야 해요. 특히 마무리 문단은 후킹에 큰 역할을 하죠. 더 큰 이야기들이 다음 이야기에 도사리고 있고,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것임을 암시해줍니다. 때문에 포스팅이 10회차라고 하면 전체의 큰 주제와 흐름을 먼저 잡아줘야 해요. 그리고 10개의 작은 이야기로 나누어 이 주제를 강조해야 하죠. 단순히 설명으로만 진행되면 이런 구성이 어려워집니다.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해주듯 청자와 화자를 분명하게 설정해야 하죠.
유튜브 썸네일이나 카드뉴스 헤드카피처럼 온라인 콘텐츠를 발행할 때는 ‘제목’에 공을 들이게 되는데요. 눈에 띄려고 무리수를 두다가 외려 낚시성 제목으로 악플만 몇 개 달리고 끝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호기심과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제목 짓기의 기준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목은 두 가지 방식이 있어요. 본문을 함축하는 내용이거나, 일부를 강조하는 내용이거나. 보통 전자로 가면 제목은 두루뭉실해집니다. 재미가 없어지기도 하죠. 후자로 가면 너무 낚시성으로 흐를 수 있거나, 전체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제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무리수가 되는 거죠. 어떤 제목을 써야 조회수가 높다! 는 걸 공식화시킬 순 없어요. 이번 달과 저번 달의 흐름이 다르고 또 채널별로도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죠. 대신 내가 네이버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면, 최근 가장 잘 검색되는, 그리고 조회수가 높은 블로그 글들의 제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채널의 공식이란 게 존재하거든요. 다만 단순히 이 공식을 따라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태도예요. 우리가 알아내야 하는 건 ‘왜 여기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런 제목을 선호하는가?’ 를 알아내는 일입니다. 일단 이 채널의 사용자들이 어떤 특성이 지니고 있고, 어떤 감정으로 콘텐츠들을 소비하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죠.
지금까지 발행한 것 중에 이건 정말 크게 '터졌다' 하는 콘텐츠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수치상으론 넵병이 가장 높았지만, 애착 있는 글은 판교사투리예요. 판교에 있는 카카오 미팅을 다녀온 날 쓴 글이었어요.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시간이 좀 떠서 1시간 넘게 근처 스타벅스에서 일을 좀 하고 있었죠. 그 날따라 이어폰도 안 가져 와서 옆 자리, 앞 자리에서 하는 대화를 모두 들으며 일을 하고 있었어요. 왜 같은 단어도 계속 들으면 게슈탈트 붕괴가 올 때가 있잖아요. 어느 순간 특정 단어들이 낯설게 들리면서 신경에 자꾸 거슬리는 거에요. 다른 사람들이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서로 같은 단어를 쓰고 있기도 하고, 말투도 비슷하더라구요. 뭔가 흥미로웠어요. 사투리 같단 생각이 들었달까요. 카카오톡에 적어놓고 그 날 밤 카페에서 후루룩 쓴 글이었어요. 마침 비가 왔는데 우산이 없어서 집에도 못 가고 있었거든요. 혹시 그날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일찍 집에 갔을 거고…그랬다면 맥주 마시느라 아무 글도 쓰지 않았을 것 같아요. 뭔가 이런 타이밍과 상황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했어요.
책에서 ‘소비자 언어’에 대한 언급이 나와요. 소비해줬으면 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를 넣어주면 ‘육성지원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런 단어들을 찾아내는 방법이 있을까요?
음, 별도로 찾아낸다라고 하기보단 ‘인지한다’ 라고 하는 편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육성이란 건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입으로 내뱉고 있는 것이잖아요. 우리는 하루종일 말을 해요. 듣기도 하고. 이미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일 거에요. 우리가 글 앞에서 육성을 잊어버리는 건 ‘글은 이렇게 써야해!’ 라는 일종의 선입견이 작용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갑자기 진지해진다거나, 뭔가 어려운 용어를 써야할 것 같다거나, 긴장한다거나. 평소에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일수록 인지하기가 어려워요. 의식하고 쓰는 단어들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의식하는 순간 일상적인 단어들을 내뱉기 힘들어지죠. 이럴 땐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녹음해보거나,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해요. 게슈탈트 붕괴라는 용어를 아시죠? 익숙한 단어였는데 어느 순간 낯설어지는 경험들. 언어를 메타인지하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다채로운 단어들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른바 코로나 시대인 지금, 오프라인 마케팅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콘텐츠 메이커로서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콘텐츠 발행의 목표나 방식에 있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오히려 힘을 빼자는 게 목표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확실히 다양한 산업에 타격이 있었어요. 제가 운영하는 회사도 한동안 얼어붙어 있었죠. 이렇게 의뢰가 줄어들고 매출이 안 나오면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압박감이 강해집니다. 일에 관한 글을 더 쓰려고 하고, 클라이언트들이 혹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게 돼죠. 하지만 이럴수록 글이 무거워지고 재미가 없어지더라구요. 저는 남이 어떤 글을 쓰냐 보다 내가 어떤 글을 써왔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라면 당연히 브랜드의 철학과 성격을 나타내는 게 중요하겠죠. 발행목표나 방식의 변화보단 오히려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더 마인드컨트롤하는 중이랍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콘텐츠를 발행하시는 많은 분들이 겪는 딜레마가 있어요.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써야 하는 글의 간극이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어느 글을 써도 다 좋지만, 중요한 것은 청자입니다. 쓰고 싶은 글이든 써야하는 글이든 그걸 듣는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맞는지가 중요하죠. 엉뚱한 사람에게 말을 걸고 있으면 안되니까요. 듣는 사람이 우리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줄 지도 중요할 겁니다. 독자가 없는 글은 콘텐츠가 아니에요. 일기죠. 두번째는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무언가 터뜨리는 게 아니에요. 그건 이벤트일 뿐이죠. 이벤트가 목표가 되선 안되잖아요. 우리의 목표는 좋은 브랜드자산을 꾸준히 쌓아가는 일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작성하고 발행하며 브랜드의 자산을 탄탄하게 만드는 게 우리의 임무죠.
*박창선 글 쓰는 디자인 회사 애프터모멘트 대표. ‘대충 말해도 제대로 알아듣는 디자인 회사’라는 모토 아래 잘 읽히는 텍스트와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회사 소개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판매·영업직과 콜센터, 기획자 등 여러 업무 현장에서 20대를 보내며 사람 사이에서 대화하는 법을 몸으로 깨우쳤고, 비전공자로서 느지막이 시작한 디자인에 이러한 경험을 녹여냈다. 비전공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경쟁력은 무엇일지 고민 끝에 브런치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직장인들의 넵병’, ‘클라이언트 용어 정리’, ‘판교사투리’ 등의 콘텐츠로 화제를 모으며 구독자 2만 명, 누적 뷰 460만의 채널로 성장시켰다. 채널의 성장은 일로 연결되어 의뢰가 쇄도했고 채널 운영 전보다 10배 이상 몸값이 상승하는 효과까지 얻었다. 저자는 유명 브랜드는 물론 스타트업, 중소기업과 협업을 통해 실무자의 목적과 고객의 니즈 사이를 좁히는 메시지를 설계하는 작업을 지속하며 콘텐츠 기획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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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박창선> 저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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