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혁 “인공지능 시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인공지능 생존 수업』 조중혁 저자 인터뷰
인공지능이 하기 가장 어려운 일은 회사에서 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일을 만드는 일’과 ‘일을 해결하는 일’입니다. (2021.04.05)
인공지능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발전되어 있고 그 속도와 파급력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간의 존속성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점점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고, 언론에서도 어떤 일자리가 매해 얼마나 사라지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사라질 것인지 구체적인 데이터를 들며 이야기한다. 생각하는 기계는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 최근 들어 사람이 발전하는 속도보다 기계가 발전하는 속도가 더 빠르게 되었고, 이대로라면 몇십 년 내로 사람을 능가하는 기계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인공지능과 사람이 공존하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안녕하세요. 조중혁 작가님, 『인공지능 생존 수업』을 쓰시면서 무엇을 강조하고 싶으셨나요?
인공지능은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인공지능은 일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며 두려움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마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만능 기술이 아닐뿐더러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안 됩니다. 산에서 등반 도중에 산사태가 날 수 있다는 정보는 모르는 것보다는 분명히 낫습니다. 하지만 모든 산이 당장 무너져 모두가 죽을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생존에 별 도움이 되지 않겠죠. 정확하게 어떤 이유로 어디서부터 산사태가 생기고 언제부터 발생할 수 있는지, 또 어떤 식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을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직업이 사라진다고 하면 그냥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왜 사라지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이유를 알아야 현재를 예측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거품을 뺀 후 그 특징을 살펴보고 앞으로 어떻게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가장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아마 일자리 감소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작가님의 예측이나 생각이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확한 것은 모릅니다. 정확한 것은 사기꾼만 알고 있겠죠. 과거 1970년대 ATM이 등장했을 때 수많은 전문가는 이제 은행원의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돈이 부족했던 시기라 대출은 힘이 있거나 경제력이 검증된 사람만 받았을 수 있었으니까요. 즉 대기업이나 상환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주면 되는 것이었기에 대출 업무에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정기 예금 금리가 1%이지만 1965년에는 26%였습니다. 당연히 초등학생부터 여윳돈이 생기면 은행으로 찾아가던 시기였기 때문에 고객 유치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죠. 그런데 ATM의 등장은 은행원이 하고 있는 일을 빼앗아 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재앙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뒤 2000년대 초반까지 ATM은 각 은행이 동네마다 설치했지만 오히려 은행원의 수는 줄지 않고 늘었습니다. 물론 최근 은행원의 수가 줄기는 했지만 ATM 때문은 아니죠. 우려와는 반대로 일반인도 대출을 받는 세상이 되었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고객 서비스도 늘어났습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봐도 지금은 존재하지만 사라지는 일자리는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기존에 없지만 앞으로 생기는 일자리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듭니다. 확실한 것은 은행 내에서 창구 업무 외에 다양한 서비스 업무가 생긴 것처럼, 앞으로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교육하거나 훈련시키는 일자리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런 업무를 통해 연쇄적으로 생겨나는 일자리도 많아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창구 직원이라면 어떤 서비스로 자신을 특화시킬 수 있느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로 발전하였는지 궁금합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2년, 중국에 비해 1년 정도 발전이 늦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중국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인공지능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입니다. 중국은 14억이 넘는 인구에서 만들어내는 엄청난 데이터와 함께, 체제의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 등의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발전 속도가 미국을 위협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안면인식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이 미국을 넘어섰습니다. 미국 국가기술표준연 경진대회에서 2018년부터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중국 업체였으며 현재도 주요 대회에서 중국 업체가 1위를 차지합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얼굴 인식 기업인 ‘센스타임(sense time)’은 기업 가치가 6조 원이 넘습니다. 우리나라는 데이터의 양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도 부족합니다. 대기업도 인공지능 전문가를 뽑지 못해서 난리입니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공지능을 왜 개발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작가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서이고, 소비자는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서겠죠. 하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의 존엄성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단순히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의 편리함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죠. 저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서 조금 더 근원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조금 길게 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몇백 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의 공포, 병으로 인한 사망, 굶어 죽는 일이 흔한 일이었습니다. 늙어 죽는 것이 대단한 축복이었으니까요.
토머스 모어(Thomas More)는 인간이 신에게 벗어나 스스로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저서 『유토피아』에서 인간의 이성과 덕성을 통해 세상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도 유토피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힘들게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노예제도를 인정했습니다. 여기에 힌트가 있습니다. 우리 대신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방법이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가장 유명한 상은 ‘뢰브너상(Loebner Prize)’입니다. 이 상을 만들고 운영하는 뢰브너 박사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유토피아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의 가장 큰 한계점이나 인간만이 갖는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미래에 인공지능은 사람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지적능력을 가질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석학도 있지만 아직은 기술적인 사실이나 가능성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보니 그때쯤이면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하지 않을까?’라고 추측하는 수준인 것입니다. 세계 3대 인공지능 전문가 중 한 명인 앤드류 응(Andrew Ng) 박사처럼 직접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위협한다는 주장에 대해 ‘벌써부터 화성의 인구 과잉 상태를 우려하는 것과 같다.’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인공지능을 만들 때 물리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또한 대화로 상대를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을뿐더러 융합적인 사고를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상황을 파악하고 융통성을 발휘하는 일은 어려운 도전입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이 하기 가장 어려운 일은 회사에서 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일을 만드는 일’과 ‘일을 해결하는 일’입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이나 공부법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돈키호테 이야기를 해 볼까요? 돈키호테는 전 세계 사람이 모두 알고 있는 몇 개 안 되는 고전 중에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가장 큰 이유는 작품성도 있겠지만, 당시에 엄청난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시 시대 상황과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돈키호테가 나오기 이전 시기만 해도 기사(Knight)는 체스에서 퀸(qeen)과 함께 나오는 몇 개 안 되는 기물 중 하나일 정도로 유럽 중세에서는 상류층이자 기득권층이었습니다. 하지만, 돈키호테가 출간된 17세기는 본격적으로 전쟁에서 총을 가지고 싸우기 시작한 시기와 겹칩니다. 갑옷을 입고, 긴 창을 들고 말을 타며 돌격하던 기사들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시기입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사회적 지위와 부가 위협받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사들은 돈키호테처럼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관습을 답습하거나 그것이 안 되면 이상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을 풍자한 돈키호테가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겠죠. 지금 우리의 상황이 창을 가지고 싸우는 것을 고민하던 돈키호테 시대의 기사들이 갑자기 총이라는 것을 만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알려고 하는 태도]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알고 있는 것이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연속성이 있는 업무는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중요하고 유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무는 경력자가 유리하고 기업에서 경력자를 선호하는 것이죠. 하지만, 기존과 단절되는 완전 새로운 일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불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이 방해물이 되어 앞으로 나가는데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것입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그런 것처럼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을 경우나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분야에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젊은 사람이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와 다른 단절된 세상이 갑자기 열리며 계단식으로 변형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지식으로 채울 준비를 하는 사람이 가장 유리한 사람입니다.
이런 시대에 주목받는 가장 대표적인 공부 방식은 혼합 공부법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건축학, 심리학, 물리학, 사회학 등을 따로 정해진 수업을 들으면서 코스를 따라가지만 ‘행복한 집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공부를 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서 건축학, 심리학, 물리학, 사회학 등의 수업을 혼합해 들으며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정답이 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입니다. 그 외 디퍼 러닝(deeper learning)이라는 교육법 등 인공지능 시대에 좋은 공부법 등이 있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인공지능에 대해서 막연한 환상은 무모하고, 반대로 무시하는 일은 위험합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장단점을 명확하게 알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에 대해 ‘열린 부분’과 ‘닫힌 부분’을 찾아야 합니다. 인공지능에 의해 세상이 변하는 것은 위기입니다. 위기는 해로움이나 손실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위기와 기회를 줄여서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며 위험에 빠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공지능으로 수없이 생겨나는 일자리에서 기회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막연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회를 누가 빠르게 잡느냐이기 때문에 준비하면서 기회를 엿보면 됩니다. 준비를 하고 도전을 하는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걱정만 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걱정하지 말고 인공지능에 대해 정확하게 안 후 미래를 위해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인공지능 시대에 기회를 잡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중혁 국내 최초의 인터넷 전문 모임이었던 ‘나우누리 인터넷 스터디포럼’의 대표 운영자 출신이다. 1996년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Internet〉에 칼럼을 기고하며 IT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국내 최대 프로젝트였던 서울시청www.seoul.go.kr 포털 사이트의 초기 메인 기획자로 일했다. 이 포털 사이트는 UN에서 선정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이동통신사 본사에서 기획전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자문위원 및 평가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정책자문위원, 경기도 4차산업혁명위원, 경기도 인공지능 분과 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이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올해의 우수교양도서 2013’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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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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