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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사진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김경훈의 두 번째 책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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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그 이야기 때문에 우리가 그 사진에서 눈을 뗄 수 없고, 한동안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때, 그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2021.03.09)


전작인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가 유명한 사진들을 통해 사진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책은 사진을 통해 사회적인 이슈들을 끄집어낸다.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흥미로운 때로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를 시작으로 사진에 담긴 의미와 사진 한 장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약 2년 만에 펴낸 신간입니다. 이번 책 제목을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로 지으셨는데, 전 작품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이란 제목은 많은 분들이 참 잘 지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밀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지은 게 아니고 제가 고른 것입니다. 원고를 끝내고 책 제목을 정할 때 저와 편집자분이 여러 가지 제목 후보를 만들었는데요. 편집자분께서 제안하신 제목 중에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이 마음에 꼭 들더라고요. 바로 제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제목에 그대로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책의 제목은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였는데요.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책입니다. 비슷한 점은 저번 책과 마찬가지로 ‘사진은 언어이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다’ 라는 주제를 가지고 쓴 책입니다. 다른 점은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가 ‘사진은 언어다’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사진의 역사를 돌이켜봤다면 이번에 나온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은 사진 한 장 한 장을 예로 들어서 제가 던졌던 화두에 대한 답을 찾아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을 낸 뒤에 강연 혹은 TV 출연 등을 통해서 독자분들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사진에 대한 관심, 특히 사진이 전달하는 이야기의 힘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신 것을 보면서 새삼 놀라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사진기자들이 했을 법했던 고민들을 많은 분들께서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책에서는 그러한 대중들의 관심에 맞추어 사진 한 장 한 장의 뒷이야기와 그 사진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를 오늘날 우리의 시각에서 되짚어 보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한 장의 사진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는 점이 참 인상 깊었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사용하기 쉽다’라는 것이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21세기의 디지털 이미지 기술과 인터넷이 결합되면서 사진을 찍고 사진으로 소통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셔터만 누르면 쉽게 찍을 수 있는 사진이기에 때론 본인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커다란 사회적 파장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은 예전보다 강해진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필요도 없고요. 좋은 카메라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찌 보면 가장 대중 친화적이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표현 도구는 사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진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저는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 사진기자 최초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자리까지 오시며 수많은 사진을 촬영하고 접하셨지만, 작가님이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은 어떤 사진인가요? 

이런 질문이 제일 답하기 난처한데요. 왜냐하면 인상 깊었던 사진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있는 사진들 중에는 루이스 하인의 사진을 꼽고 싶습니다. 20세기 초에는 미국에서 아동 노동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루이스 하인은 사진으로 아동 노동의 실상을 고발하고 사회를 변화시켰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단 한 장의 사진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루이스 하인은 10여 년에 걸쳐서 꾸준히 아동 노동의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대중에게 알렸습니다. 그가 남긴 사진을 통해서 미국 사회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혹은 보고도 외면했던 아동 노동의 문제점을 깨달았고, 마침내 미국에서는 아동 노동이 금지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루이스 하인은 오늘날 다큐멘터리 사진의 스타일을 정립한 선구자 중 한 명이고, 사진이 전달하는 메시지의 힘과 다큐멘터리 사진의 미학적 측면을 정립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루이스 하인은 ‘말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카메라를 메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이것이 제가 이 책을 통해 여러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Library of Congress  

©Library of Congress  

©Library of Congress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을 골라 보려고 몇 번 시도해 보았는데 불가능하더군요.(웃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제가 지금까지 내놓은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모두 나름의 이야기와 노력이 숨어 있기에 이 중 딱 한 장만 고른다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20년 넘게 사진기자 생활을 해 오면서 취재했던 사진들 중에서 뽑아 보자면 나름 애착이 가는 사진이 20-30장은 되는 것 같은데요. ‘중남미 캐러밴 모녀’처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진,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던 사진, 스포츠 사진, 풍경 사진 혹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사진 등 각양각색입니다. 저 역시 제 사진을 볼 때면 단순히 한 장의 사진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진을 찍기 위한 저의 노력, 그리고 사진 속 대상과 저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수많은 드라마가 고스란히 보이기에 딱 한 장을 뽑는 것이 힘든 것 같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사진첩을 보면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지 않을까요?

20여 년이라는 오랜 시간 사진기자를 하시면서, 사진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된 부분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사진'의 기준이 있을까요? 

저도 예전에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예쁜 사진, 예술적인 사진, 시각적인 임팩트가 강렬한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취재 현장에서 남들이 저보다 더 좋은 사진을 찍으면 질투하기도 하고, 나는 왜 이렇게 사진을 못 찍을까 하고 자책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진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언어이고,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니 사진 찍기가 참 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그 이야기 때문에 우리가 그 사진에서 눈을 뗄 수 없고, 한동안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때, 그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퓰리처상을 받으신 ‘중남미 캐러밴 모녀’ 사진이 가짜라고 의심받았던 에피소드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진은 알게 모르게 보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도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셨는데요. 인터넷과 매체를 통해 하루에도 수백 장의 사진을 접하는 우리들이 사진을 볼 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한다’, ‘사진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 사진의 속성을 생각할 때 우리는 아직도 오래된 이 두 가지 이야기에 익숙한 것 같습니다. 과거 사진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성’이었을 것입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Seeing is Believing)’란 말처럼 사진의 기록성은 사진이 보여 주는 정보에 대한 신뢰를 이야기합니다. 과거에는 사진에 정보와 이야기를 담은 뒤 이를 대다수의 대중에게 보여 주는 것은 사진기자와 전문 사진가로 한정되어 있었으며, 우리가 매일 보던 사진의 수는 오늘날과 비교할 때 매우 적었습니다. 또한 포토샵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리터칭 소프트웨어가 일상화되기 전에는 그럴듯한 합성 사진을 만드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나요? 초등학생들도 포토샵을 능숙하게 다루고, 이미지 홍수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하루에도 수많은 사진을 보며 살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모두 믿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을까요? 또한 사진에 기록되어 있는 ‘객관적’인 사실을 우리는 과연 ‘객관적’인 눈으로 보고 있을까요? 사진의 역할이 단순한 기록의 도구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사진이 보여 주는 이야기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남들과 언어로 소통할 때 끊임없이 의식의 사고 체계를 가동하여 그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그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가늠하려고 하는 것처럼 사진 역시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해석하고 이해하고 판단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으신가요?

저는 저의 직업이 사진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가능하다면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기 어려운 힘없는 사람들과 커뮤니티가 많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제가 하는 일이 이러한 목소리를 공정하게 기록하여 세상에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세상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이면서도 공정하게, 그리고 여기에 사진의 미학적 가치를 더 하여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사진에 담고 싶습니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오늘날 우리 모두가 사진기자의 역할을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누구나 쉽게 초점과 노출이 완벽하게 맞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그 사진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공유할 수 있는데요.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값비싼 카메라 장비와 숙련된 경험을 가진 언론 매체에서 일하는 사진기자들만이 할 수 있던 일을 이제는 많은 분들이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 속에 이야기를 담고, 사진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사진으로 소통하는 오늘날에는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과 마찬가지로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을 읽으시는 독자분들도 사진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고 손가락으로 셔터를 눌러 찍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볼 때 사진 속 이야기를 읽어 내려고 하고, 사진을 촬영할 때는 사진 속에 이야기를 담아서 셔터를 눌러 보시면 어떨까요.




*김경훈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런던 커뮤니케이션 대학London College of Communication에서 보도 사진을 공부했다. 1999년 일간스포츠에서 사진 기자로 첫발을 내디뎠고, 2002년부터 현재까지 로이터 통신에서 근무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서울, 도쿄, 베이징 지국에서 근무했으며, 동남아 쓰나미 참사,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유출, 평양 아리랑 축전, 세월호 참사, 중남미 캐러밴 행렬, 북미 정상회담 등과 같은 국제적인 뉴스를 취재했다. 2019년 퓰리처상, 2020년 세계보도사진전 수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보도 사진상을 수상했으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과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가 있다.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김경훈 저
시공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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