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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웰> 그렇게 거짓말은 가족의 행복이 된다

가족을 춤추게 하는 선의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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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라서 거짓말의 진심이 통할 때가 있다. 보통은 걱정을 덜어주려는 목적에서의 하얀 거짓말일 때가 많다. (2021.02.04)

영화 <페어웰>의 한 장면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라서 거짓말의 진심이 통할 때가 있다. 보통은 걱정을 덜어주려는 목적에서의 하얀 거짓말일 때가 많다. 어려서 부모와 함께 미국에 이민 와 지금은 독립한 빌리(아콰피나)는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사는 게 만만치 않다. 작가 지망생 처지라 뉴욕의 비싼 물가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는 빌리는 힘들지 않으냐는 엄마의 전화에 잘 지내고 있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한다. 부모의 짐을 덜어주려 일찍 독립한 것으로 보이는 빌리는 돈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엄마의 걱정에도 애써 필요하지 않다고 거짓말을 한다. 

통화가 조심스러운 부모님과 다르게 바다 건너 중국에 사는 할머니(자오 슈젠)와는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누는 사이다. 당장에 중국으로 날아가 할머니 품에서 어리광을 부리고 싶지만, 비행기 삵이 부담스러워 그럴 수도 없다. 그런데 할머니를 만날 일이 생겼다. 할머니가 암이다! 할머니는 모른다. 가족들은 할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릴 생각이 없다. 남은 시간 암에 대한 걱정 없이 평소처럼 보내기를 바라서다. 빌리의 생각은 다르다. “거짓말해도 되는 거예요?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페어웰>은 영화를 연출한 룰루 왕 감독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다. 할머니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가족들은 이 사실을 숨기려 했고 룰루 왕 감독도 선의의 거짓말에 동참했다. 그래서 실제에 기반한 작품들이 ‘사실에 기초한 영화입니다’라고 시작을 여는 것과 다르게 <페어웰>은 ‘실제 거짓말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라고 운을 띄운다. 처음부터 착한 거짓말이 품은 선의의 기운을 믿는다는 걸 확실히 한다. 지금이야 경험으로 착한 거짓말의 가치를 알고 있어도 룰루 왕 또한 극 중 빌리처럼 죽음과 관련한 거짓말의 유효성에 관해 의심을 한 적이 있다. 

남은 생의 결정권을 할머니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이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그렇게 해서 확인되는 끈적한 가족 관계의 사랑을 진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죽음이 가족에게 드리운 그림자가 짙다고 해도 거짓말을 동원하는 게 소용이 있을까. 그렇게 혼란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 티를 내는 빌리에게 부모님은 중국에 계신 할머니를 보기 위해 급조한 사촌 동생의 가짜 결혼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준다. 알겠다고 거짓말(?)을 한 후 없는 돈 긁어모아 중국의 할머니 댁을 찾은 빌리에게 가족이 보이는 반응이란, 사고 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그에 반응하지 않고 잠시 고민에 빠지는 빌리는 결국, 가족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할머니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거짓말하는 가족의 노력이 빌리 자신이 부모님을 안심시키려 했던 거짓말과 다르지 않아서다. 빌리 못지않게 거짓말에 서투른 아버지는 시종일관 낙담한 표정으로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는 걱정을 사고, 큰아버지는 축사한답시고 북받치는 슬픈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눈물을 흘려 가족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마음을 흔드는 데가 있어 선의의 거짓말이 가져올 끈끈한 가족애를 믿게 되는 것이다. 


영화 <페어웰> 공식 포스터

룰루 왕은 “실제 삶에서 일어난 스크루볼 코미디와도 같았지만, 그 웃음 안에 더 큰 질문들이 들어있었죠.”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페어웰>“사랑의 언어에 대한 작품”이라고 정의한다. 가족끼리 맺는 관계의 방식은 이상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사랑이 바탕이 된다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전해질 때가 있고 각자 표현하는 데 차이가 있어도 누구의 사랑이 더 커 보인다든가, 바래는 것은 아니다. 극 중 빌리에게 할머니가 전해주는 “중요한 건 네가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야”의 말처럼 어떨 때 거짓말도 큰 의미가 있다. 

중국에는 암에 걸리면 사람들을 죽게 하는 건 암이 아니라 두려움이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영화에도 여러 차례 언급되는 이 속담은 오랜 세월을 거쳐 축적된 삶의 공적 경험치라서 할머니도 모르지는 않았을 터다. 발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거짓말에 서툰 가족의 모습에서 할머니 또한 낌새를 눈치채지 않았을까. 내색하지 않은 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함께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확인하는 가족애의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은 할머니의 또 다른 선의의 거짓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된 거짓말은 가족을, 관객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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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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