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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함께여서 힘들어도, 함께여서 힘이 된다
배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의 자매 이야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배우가 <세자매>에 함께 출연한 것을 두고 ‘센 언니 케미’로 수식하는 문구와 평가들이 압도적이다. 정말로 이 세 명이 뭉치면 이들 앞에 세상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을 것만 같다. (2021.01.21)
(* 영화의 결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배우가 <세자매>에 함께 출연한 것을 두고 ‘센 언니 케미’로 수식하는 문구와 평가들이 압도적이다. 정말로 이 세 명이 뭉치면 이들 앞에 세상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을 것만 같다. 영화 속 실상은 함께였을 때 겪은 세상이 무서워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같은 자성을 띠고 서로를 밀어내듯 흩어져 데면데면히 지내고 있다. 각자의 방어 기제를 가지고 겨우 세상을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셋째 미옥(장윤주)은 자칭 쓰레기다. 직업은 작가인데 글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남편과 아들이 있어도 있거나 말거나 별 신경도 쓰지 않는다. 남편이 집 안에 숨겨둔 소주를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 취할 때까지 마시고 행패를 부려 그 주변이 쓰레기장(?)으로 변하기 일쑤다.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이 풀리면 좋으련만 앙금으로 남은 감정이 있는지 둘째 미연(문소리)에게 연락해 말인지, 방귀인지 모를 소리를 장시간 늘어놓는다.
미연은 동생을 위하는 척 핸드폰 너머의 미옥 목소리를 듣고 있어도 자상한 언니라는 걸 알리려는 목적에서다. 미연은 자신과 주변에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렇지 않다는 투다. 정말로 그러기를 바라서 언니로, 동생으로, 부인으로, 엄마로, 교회 신자로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해도 그 때문에 쌓이는 스트레스가 크다. 오로지 주님의 은총을 바라며 교회에 나가 기도하고, 헌금하고, 잘 살게 해달라 무릎 꿇어 빌 뿐이다.
그나마 연락은 하는 동생들과 다르게 첫째 희숙(김선영)은 철저히 혼자다. 그 자신이 미연과 미옥과 거리를 두고 살고 있다. 미안해서다. 미안해하지 말라고 해도 희숙은 습관처럼 고개를 숙이고 눈길을 피하기에 급급하다. 하나 있는 딸에게 위안을 받고 싶어도 딸의 성격 또한 만만치 않아서 엄마를 무슨 개똥으로 아는지 방안에 틀어박혀 내외하거나 경우에 없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 희숙은 그 또한 자신의 잘못인 거 같아 미안하다.
도대체 왜들 이러고 사나 싶다. 호감이라고는, 심지어 동정심이라고는 하나 생기지 않는 이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 한가득이어도 이 영화의 카메라가 밀착해 비추는 인물의 구도에서 빠져나갈 구석이 없어 보인다. 미옥의 무례함과 미연의 가식과 희숙의 비상식적 자기 비하를 그대로 견뎌내야 한다. 이들에게서 카메라가 일정 거리를 두고 빠질 때가 있기는 한데 미옥과 미연이 폭력적이거나 희숙이 굴욕적인 상황을 당할 때다.
이때 가깝게 있던 카메라가 이들에게 떨어져 어느 정도 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정서란 더는 견디기 힘들어 세 자매를 피해 어서 이 자리를 뜨고 싶다는 뒷걸음의 의미다. 관객의 시점을 대신하는 카메라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희숙과 미연과 미옥이 보이는 안하무인 격이고, 파괴적이고, 가학적인 말과 행동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존재해서다.
이들은 어려서 술만 마시면 난폭해지는 아버지 때문에 안전해야 할 집안에서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다. 겨우 벗어나 도움을 요청하면 가부장의 절대 권력에 동조하는 엄마와 이웃 주민 때문에 보호받지 못한 채 폭력에 노출된 성장기를 보냈다. 미연은 제발 맞지 않게 해달라 하느님께 기도하며 종교에 의지했고, 미옥은 가치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폭력을 체화했다. 이들과 달리 이름의 돌림자를 따르지 않은 배경이 있는 희숙은 자신 때문에 동생들이 맞은 건 아닌지 죄책감 때문에 평생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았다.
사실 희숙과 미연과 미옥에게는 막내 남동생이 있다. ‘세 자매’가 아니라 ‘네 남매’이어야 하지만, 자매가 제목에 강조된 이유가 있다.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 속마음을 숨긴 채 아버지를 피하는 줄만 알았던 세 자매가 가부장의 폭력을 잊지 않고 보이는 최종적인 형태의 태도 때문이다.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세 자매가 준비한 건 선물이 아니라 사과 요구다. <세자매>를 연출한 이승원 감독은 주제에 대해 밝히기를, “가족 간의 관계에서 진정한 사과는 많은 걸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폭력에 맞선 폭력의 응징은 폭력의 재생산이자 대물림이다. 세 자매의 사과 요구와 다르게 막냇동생의 아버지를 향한 대응 방식은 모욕과 조롱의 폭력이다. 이래서는 네 남매가 겪었던 아픔을 종식하기는커녕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 희숙과 미연과 미옥이 사과를 요구함으로써 원하는 바는 변화다. 그동안 이 가족 내에 존재하던 권력 관계를 허물어 모두가 나란히 서기를 바라는 수평 관계로의 이동이다. 그럴 때 형식만 가족으로 묶여 마음은 떨어져 지내는 게 아니라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 통하는 진정한 가족 관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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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요즘에는 동생 허남준이 거기에 대해 그림도 그려준다. 영화를 영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