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행복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동물과 기계에서 벗어나』 스가쓰케 마사노부
『동물과 기계에서 벗어나』를 쓰면서 생긴 일상생활의 변화는, 이전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다루는 시간을 줄인 것입니다. (2020.12.31)
변화하는 세상 속 소비의 행방을 그린 『물욕 없는 세계』, 격변기에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교양이란 무엇인지 탐구한 『앞으로의 교양』에 이어, 스가쓰케 마사노부의 시선이 향한 곳은 ‘AI 시대의 현재’다. 저자 스가쓰케 마사노부는 이를 살펴보기 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 러시아의 스콜코보, 중국의 선전深? 등 AI 개발의 메카를 찾아가 그곳의 전문가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그 증언과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AI 기술의 현재를 진단하고, 궁극적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AI 시대에 행복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물욕’에서 ‘교양’에 이어 AI까지, 작가님의 책은 늘 주제 선정이 탁월합니다. 현실 감각이 좋다고 할까요? 무엇을 쓸지는 어떻게 정하는지요?
실은 책의 주제를 계획적으로 정하진 않습니다. 다양한 우연의 만남이 커다란 주제로 이끄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스티브 잡스의 표현인 ‘conecting dots’(점과 점을 잇다)와 유사한 느낌인데, 앞서 흥미를 느꼈던 분야가 그것과 관계없어 보이는 지금 흥미를 느끼는 분야와 어느 순간 딱 하고 연결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 ‘아, 이건 책으로 쓸 수 있겠다’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또 저는 글을 통해 제 개인적 표현을 할 생각이 전혀 없고, ‘시대 의식’을 얼마나 편집자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늘 의식하며 글을 씁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선전, 러시아 스콜코보까지, 이번 책의 집필을 위해서 세계 각지의 AI 메카를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취재하면서 느낀, 이 지역들의 공통점이 있다면요? 반면 차이점 무엇이었나요?
공통점은, 기술 분야에 속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래신자’라는 점입니다. 기술을 통해 미래가 좋아진다고 믿고 있어요. 반면 저 같은 인문계 쪽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죠. 인간에게서 비롯되는 큰 문제의 대부분은 기술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보죠. 그것 또한 공통점입니다.
지역적 차이는 그렇게 없다는 게 솔직한 느낌입니다.
AI의 직업 대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AI에 의해 인간의 직업윤리에 변화가 일어날까요? 혹시 편집자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직업윤리는 바뀔 겁니다. 어쨌든 AI가 인간 노동의 상당한 부분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하니까요. 하지만 편집자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편집자처럼 생산성 나쁘고, 쓸모 없는 지식에 환호하며, 타인과 소통하는 걸 일로 삼는 직종은 AI의 특기인 효율성과 상극이기 때문에 AI가 대체하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편집자는 사회의 ‘잉여’를 흡수하고, 잉여를 내뱉는 존재인데, 이걸 AI가 이해하기는 힘들겠죠.
AI 알고리즘의 추천 기능이 정교해져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기계’의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필터버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나는 나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라는 ‘센스 오브 원더(sense of wonder)’를 즐겨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과 자연과 인간, 바로 옆에 있는 남친과 여친, 남편이나 아내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예요. 그 점을 즐길 줄 안다면 세상이 더 다양하고 풍성하게 다가올 겁니다.
이 책은 ‘AI 시대 속 행복의 행방’에 대해서 일관되게 묻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님은 이 책을 쓰면서 행복했나요? 혹시 가능하다면 앞으로 집필을 AI에게 맡길 생각은 없으신가요?
책을 쓰는 작업은 고통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마치 철인삼종경기를 하고 있는 선수 같은 느낌이에요. 어째서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데 다 쓴 뒤 책으로 내고 나면 “이 책에서 영감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하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생겨나요. 저는 미래에 있을 이 보답의 말만을 생각하며 책을 씁니다. AI에게 집필을 맡길 수만 있다면야 맡기고 싶지만, AI는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없으므로, 한 권의 책을 써냈을 때의 성취감을 표현하지도 못할 거예요. 이 성취감이야말로 독자에게 가장 가닿을 텐데 말이죠.
책에서 ‘AI의 발달로 노동 시간이 줄어들어 삶을 어떤 내용으로 채울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또 어떤 식으로 삶을 채우고 싶으신지요?
『동물과 기계에서 벗어나』를 쓰면서 생긴 일상생활의 변화는, 이전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다루는 시간을 줄인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인간을 현명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대신 책 읽는 시간을 늘리고 커피를 더 천천히 음미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를 확인하는 시간을 늘린 것이 가장 큰 변화 같군요.
당신의 책 『물욕 없는 세계』, 『앞으로의 교양』 그리고 이번 『동물과 기계에서 벗어나』의 공통점으로, 세 작품 모두 세상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로 담당 편집자로서 이 세 작품에 ‘변화 삼부작’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았는데, 어떠신지요? 더불어 지금 쓰고 있거나 앞으로 쓰실 주제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변화 삼부작’이라는 이름은 매우 적확합니다. 필자로서 무척 기쁘군요. 다음 주제를 구상하고 있긴 하지만,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수년 동안 조사하고 취재해서 집필하려고 생각 중이므로, 책으로 만들어졌을 때는 처음 주제에서 멀어져 있을 수도 있겠죠. 막연하게 생각하는 주제는 ‘앞으로의 사회에서 우리는 어디에 아이덴티티를 두고 살아가게 될까’ 하는 것입니다. “그건 그냥 개인이 알아서 정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관계성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나’라는 인격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것이니까요. 과연 글로벌화 AI화가 더 진행된 21세기에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스가쓰케 마사노부 편집자이자 크리에이티브 컴퍼니 ‘구텐베르크 오케스트라’의 대표 이사. 1964년 미야자키 현에서 태어났다. 호세이대학 경제학부 중퇴 후, 잡지계에 입문해 월간 『가도카와』, 『컷』, 『에스콰이어』 일본판 편집부를 거쳐서 독립했다. 『컴포지트』, 『인비테이션』, 『에코코로』 편집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웹, 광고, 전시까지 편집 영역을 넓혀서 도요타, 닛산, JT(일본담배산업), 미쓰이 부동산, 모리빌딩 주식회사, 소니뮤직등 기업의 컨설팅 및 플래닝도 담당하고 있다. 『아이디어 잉크アイデアインク』 시리즈, 아트 문고 시리즈 『배가본즈 스탠다트ヴァガボンズ·スタンダ-ト』를 편집했으며, 저서로는 『물욕 없는 세계』, 『앞으로의 교양』, 『편집의 즐거움』, 『도쿄의 편집東京の編集』, 『실속화하는 사회中身化する社會』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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