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예스24 뉴미디어팀이 이주의 신간을 추천합니다. 서점 직원들의 선택을 눈여겨 읽어주세요. |
심윤경 저 | 문학동네
신분사회와 식민지 시대, 독립운동과 한국전쟁을 몸으로 기억하는 이들과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섞여 살아가던 1966년. 악명높은 친일파가 남긴 아름다운 저택을 둘러싸고 다시 한번 일신의 영광을 이루고자 하는 친일파의 막내딸 원섭과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태어나 유엔 산하 한국통일부흥위원회(언커크UNCURK)에서 통역 비서로 일하는 해동의 삶이 충돌한다. 벽수산장과 언커크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뻔뻔하며 당당하기까지 한 적과 그에 대한 미움과 부당한 현실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소시민이라는 설정은 정해진 끝이 있어 더 팽팽하게 내달린다. 이야기의 끝에서 해동은 자신을 괴롭게 한 벽수산장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사라지지 않는 어떤 힘을 끝내 인정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영원할 것만 같던 적이나 그 유산이 아닌, 흔들리며 고민하는 평범한 이들의 삶이라는 것을 말하는 하는 소설. (박숙경)
홍연식 글그림 | 사계절
2012년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홍연식의 『불편하고 행복하게』 개정판, 사계절만화가열전 14번째 작품이다.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만화는 그림을 그리는 두 부부가 서울을 떠나 경기도의 마당 딸린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대학을 휴학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만화를 그리는 남편과 미술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림책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아내. 두 사람은 소소한 기쁨을 주는 낯선 시골 생활에 적응하는 한편, 불안한 마음도 내비친다. 자발적 고립을 선택했지만 지독하게 고독한 시골 생활. 과연 부부는 이 시기를 잘 극복했을까? 귀농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만화다. (엄지혜)
콜슨 화이트헤드 저/김승욱 역 | 은행나무
할머니 밑에서 자란 엘우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음반을 닳도록 들으며 하나의 원칙에 마음이 기울었다. "크고 작은 힘 앞에서 너는 꼿꼿이 일어서 너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39쪽) 1960년대를 배경으로 대학교 입학을 목표로 꿈을 향해 나아가던 엘우드가 운명의 장난으로 니클 감화원으로 들어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종차별이라는 악행은 1960년대가 아닌 지금도 만연하다. 올해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검은 바탕의 사진과 #BlackoutTuesday 해시태그가 함께 게재되는 등 대대적인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물결을 이뤘다. 차별로 얼룩진 미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진보할 미래를 담은 소설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 아닐지. (박지애)
김이듬 저 | 열림원
시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마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는 마음. 그런 고요함으로 ‘남은 생의 첫날’을 채우면 어떨까? 소설 『남은 생의 첫날』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김이듬 시인의 산문집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는 그런 고요한 기분을 주는 책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시인의 일상은 눈물과 웃음, 회한으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일상을 써 내려가는 마음, 스쳐 지나간 일에 시를 덧붙이는 마음은 어딘지 모를 고요함이 있다. 함께 견디는 온기가 필요한 연말, 이 책을 펼쳐 시인이 불을 밝혀 놓은 ‘책방 이듬’으로 가자.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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