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근 “2021년, 다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 신정근 교수 인터뷰
사람을 사귀다 보면 상대를 닮아갑니다. 동조 현상이 일어나는 거죠. 책을 보는 것도 사람을 사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책을 보고 읽으면서 닮아갑니다. (2020.12.24)
2020년은 역사에 남을 한 해일 것이다. 유례없는 전염병과 그로 인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겨워졌다. 그럴 때는 과거의 지혜로 눈길을 돌려보면 어떨까? 20만 부 판매된 베스트셀러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저자, 성균관대 신정근 교수가 2021년에 꼭 읽어야 할 고전으로 《대학》 강독을 권한다. 《대학》은 동아시아의 ‘리더십 교과서’로 손꼽힌 책으로, 특히 위기와 변화 앞에서도 굳건히 버티어내는 대인(大人), 즉 ‘큰사람’이 되는 법을 일러준다. 산전수전의 역사 속에서도 수천 년간 동아시아 리더들의 서고에 굳건히 꽂혀 있던 이 책을 통해 다가올 2021년을 헤쳐나갈 용기와 희망을 가져보면 어떨까?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의 저자 신정근 교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대학》은 조선의 왕들이 읽던 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어떤 역할을 한 책인가요?
《대학》은 조선시대 왕뿐만이 아니라 사대부들이 탐독한 책입니다. 《대학》은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 인성, 사람을 바꾸고 단련시키는 배움의 핵심을 간명하게 전달하는 책으로 예부터 널리 읽혔습니다.
책의 서문에서 현재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변화를 조선 후기에 경험한 '서세동점(서양의 세력이 점차 동쪽으로 옮겨짐)'에 빗대었습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역 규모에서 전 세계 10위에 가까울 정도로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직 세계의 변화를 선도하거나 변화의 기준을 제시하는 지위에 있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보니 우리나라를 둘러싼 변화의 흐름은 우리가 새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등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조선 후기의 서세동점 상황과 닮았다고 할 수 있죠. 조선 후기, 과거의 우리는 근대화의 지각생이 되었지만, 지금은 또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는 특정 누군가의 이야기만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을 통해 '얇은 자아'에서 '두터운 자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씀하신 점이 인상적입니다. 두터운 자아를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대학에서 말하는 '대인(大人)'과 같은 의미일까요?
네, 같은 의미입니다. 《대학》에서는 자기 중심을 굳게 지키고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를 일컬어 ‘대인’이라고 합니다. 두터운 자아를 지니면 대인이 될 수가 있죠. 오늘날 위기와 중독이 사회적 화두가 되는 만큼 자기 중심을 잡고 두터운 자아를 형성하는 일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들의 평가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자존감에 상처를 받기 쉽습니다.
동양고전을 연구하면서 삶 또는 철학의 변화가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사람을 사귀다 보면 상대를 닮아갑니다. 동조 현상이 일어나는 거죠. 책을 보는 것도 사람을 사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책을 보고 읽으면서 닮아갑니다. 정확히 말하면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거죠. 고전과 삶 사이의 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줄여나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분들도 이 책을 통해 《대학》을 닮아가는 체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논어》(『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와 《중용》(『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에 이어 《대학》까지. 《대학》은 시리즈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마음으로 집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대학》의 원문을 충실하게 해설하면서도 과거의 맥락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오늘날에 필요한 리더십 등 사회 현상과 긴밀하게 연관 지을 수 있는 맥락으로 고전의 원문을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여전히 서양고전에 비해 동양고전은 접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베스트셀러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으로 동양고전 강독 열풍을 일으킨 교수님께서, 독자들에게 어떤 강독법을 권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소리 내서 천천히 읽는 ‘성독’이 좋습니다. 성독은 한 번에 한 글씨를 읽는 아날로그 방식입니다. 책을 진하게 그리고 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반면 눈으로 보고 훑으면 빨리 읽을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은 하루에 한 수의 표제어씩 천천히 《대학》을 곱씹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학》 한 수 소개 부탁드립니다.
진실한 마음은 반드시 겉으로 드러난다는 뜻의 ‘성중형외誠中形外’입니다. 비록 오해가 있을지라도 결국 진실하다면 소통과 이해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2021년, 모든 일이 표리부동이 아닌 표리일체 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신정근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교수이자 유학대학장·유학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양고전을 누구나 쉽게 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도록 힘써온 저자는 20만 부 판매된 베스트셀러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으로 대한민국에 동양고전 강독 열풍을 일으켰다. 또한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동양철학 인생과 맞짱 뜨다』 『불혹과 유혹 사이』 『인생교과서 공자』 등을 집필했고, 각종 미디어와 기업·공공기관 등의 강연을 통해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며 동양고전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한 치 앞이 예측되지 않는 변화의 시대, 저자는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할 무기로 『대학』 강독을 권한다. 매일 『대학』 한 수를 읽어나가며 내 안의 탁월함을 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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