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이 맛에 드라마 보는 거죠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65회)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클로디아의 비밀』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2020.12.10)
드라마에 담긴 우리들의 이야기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번아웃 이야기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가출소설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클로디아의 비밀』을 준비했습니다.
정덕현 저 | 가나출판사
드라마와 관련해서 쓴 에세이예요. 저자는 정덕현 평론가인데요.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입니다. 초반에 그런 이야기를 해요. 우리가 ‘어제 그 드라마 봤어?’ 하면서 재밌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드라마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크게 웃었거나 울었거나, 그것도 결국에는 내 안의 뭔가를 보고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딸 서영이>를 쓴 소현경 작가는 추천사에 “모든 드라마는 통속적이다. 통속(通俗)이란 결국 세상과 통한다는 뜻이니까”라고 썼는데요. 정말 와 닿는 말이었어요. 드라마에는 일상과 굉장히 근접해 있는 인물과 감정이 나오잖아요. 통속적인 것이야말로 우리와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맛에 드라마 보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펼치면, 각 장마다 2~3장 정도의 짧은 글이 실려 있는데요. 한 면에는 저자가 인상적으로 봤던 드라마의 대사가 실려 있고요. 그와 관련된 저자 개인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자신이 이 대사에서 무엇을 왜 느꼈는지 이야기하려다 보니 과거에 겪은 일이나 경험한 감정에 대해 말하게 되는 거죠.
예를 들면 <디어 마이 프렌즈>와 관련해서 ‘사는 게 정말 아름다운가?’라는 이야기를 해요. 사실 인생이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우리가 어떻게든 그것을 의미 있는 것으로 그래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찬란하기도 했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그래서 인생이 아름다운 것 아닐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안주연 저 | 창비
책을 지은 안주연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입니다. 현재 마인드맨션의원 대표원장이라고 하고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번아웃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상당히 얇습니다. 번아웃에 빠진 사람도 ‘이 정도면 읽어볼 수 있겠다’ 싶을 정도의 두께를 가지고 있어요. 저자가 책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자신이 번아웃을 주제로 말할 때 자주 듣는 질문이었대요. ‘선생님, 제가 뭘 했다고 번아웃이 왔을까요?’,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이후에 저자가 이야기한 게, 자매품으로는 ‘제가 뭘 했다고 우울증일까요?’가 있다고 합니다. ‘번아웃일까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우울증일까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대개 번아웃은 두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지적인 활동을 너무 많이 해서 소진이 된 경우가 있고요. 다른 하나는 감정 노동으로 소진이 됐을 때라고 합니다. 이렇게 번아웃의 개념을 설명해주는 책이기도 하고요. 맨 처음에는 ‘직무소진척도’라는 체크리스트도 포함돼 있어요. 일을 하면서 소진된 게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를 심리학자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척도로써 제시한 거예요. 2015년에 이 척도를 가지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총점 90점에 평균이 40점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점수가 조금 높은 편이고요. 저자가 말하길 편의상 나누는 기준이고, 41점부터 번아웃이고 40점이면 번아웃이 아니고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점수가 높으면 번아웃일 위험성이 많이 있다는 것이고, 번아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오고 사람마다 다르게 오기 때문에 정확히는 자기 자신과 상담을 통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합니다.
번아웃이라는 개념은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개념이 나오기 시작한 건 2010년대부터라고 해요. 세계보건기구에서 매년 국제질병분류를 발표하는데, 예전에는 이것까지가 질병이라는 걸 세세하게 이야기했다면 2019년에는 질병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대량으로 정의했다고 해요. 여기에서 정의한 번아웃 증후군은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증후군’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빈도나 양과는 상관없이,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할지라도 내가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번아웃이 아닌 거고요. 조그마한 스트레스에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상태가 계속되면 번아웃 증후군일 수 있다는 거죠.
E.L. 코닉스버그 저/햇살과나무꾼 역 | 비룡소
1967년에 나온 책이고요. ‘뉴베리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은 지도 한참 전이에요. 1판 1쇄가 2000년도에 나왔고 제가 읽은 21쇄는 2005년에 나왔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습니까? 그 책들 중에 분명히 읽었는데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책도 있는데, 저는 이 책을 2005년에 읽었지만 읽은 순간 이후로 지금까지 아주 많은 부분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있고 ‘그래, 이 책 너무 재밌게 읽었지’라는 느낌도 생생하게 남아있어요. 정말 좋아하는 책이고요. 이 책을 다시 떠올리게 된 이유는 (<측면돌파>에서)김소영 작가님을 모시고 이야기할 테니까 어린이책을 한 권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또 하나는, 제가 올해 초에 코로나가 심각해지기 직전에 뉴욕 여행을 다녀왔는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야간 개장을 했을 때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이 책의 배경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입니다. 어린이 때 읽은 것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에요.
지난번에 우리가 (<측면돌파>에) 모셨던 조우리 작가님이 『오, 사랑』이라는 걸출한 가출 소설을 쓰셨지 않습니까? 이 책이 또한 가출 소설의 아주 유명한 고전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표지에 보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고 적혀있고요. 그 계단 아래에 악기 케이스 같은 걸 들고 있는 남매가 있는데요. 누나가 클로디아, 동생이 제이미예요. 클로디아는 맏이이고 아래로 세 남동생이 있는데, 그 중 둘째인 제이미를 가출 메이트로 선정한 것은 제이미가 돈을 잘 벌기 때문입니다(웃음). 제이미는 스쿨버스 안에서 카드놀이를 해서 돈을 벌거나 작은 심부름을 해서 벌거나, 돈을 꽤나 많이 갖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가출하기로 마음 먹은 클로디아가 제이미를 꼬십니다. 클로디아는 열두 살이고 제이미는 아홉 살이에요. 클로디아가 집을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맏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오는 차별 같은 것도 있었고, 또 하나는 그냥 자신의 삶에 대한 지겨움이었어요. ‘매일이 너무 비슷비슷해, 나는 이곳을 떠나서 모험을 떠날 거야’라고 생각을 한 거죠. 이 아이들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가출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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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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