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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평등한 민주주의는 경제적 번영을 보장하지 않는다

『10% 적은 민주주의』 가렛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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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권자들로부터 조금만 더 떨어져 있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큰 이익이 가져올 수 있다는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통계적 사례들을 모두 모아놓은 책을 써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2020.12.02)


『10% 적은 민주주의』 의 저자 가렛 존스는 포퓰리즘을 비롯해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이라는 민주주의의 문제의 원인을 유권자들이 정부에 관여하는 민주주의의 정도가 다소 지나친 데에서 찾는다. 예일대학교 경제학자 레이 페어는 미국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데 대선이 있는 해의 경제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국가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문제에서 미국 유권자의 기억은 채 1년도 소급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근시안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일반 유권자 모두에게 100%의 평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데에는 너무나 많은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영합하는 정치인이 선출될 수 있는 위험도 따른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100퍼센트 평등한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편익보다 더 크다고 주장하며, 전문가의 역할을 보장·강화하고 지식을 갖춘 유권자에게 조금 더 많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통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10% 적은 민주주의』라는 제목이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처럼 느껴집니다. 머리말에도 쓰셨던 것처럼 이 책의 내용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으셨는데,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10퍼센트 적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민주주의라고 여기며 존중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사실 비민주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에게서 독립된 판사들, 여론조사에 따르기보다는 그들 자신의 판단에 따르는 정치인들, 그리고 장기적 시각으로 정책을 세우는 중앙은행의 관료들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가 유권자들로부터 조금만 더 떨어져 있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큰 이익이 가져올 수 있다는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통계적 사례들을 모두 모아놓은 책을 써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정치인들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상원에서 경제정책 고문 겸 법률 보좌관로 근무하시면서 직접 경험한 내용이 있으면 들려주십시오.

제가 미국 의회에서 일하면서 보았던 상원의원 한 명이 생각납니다. 그 의원은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상원의원의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은 그의 지역구 유권자들의 성향과 맞지 않았습니다. 미국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인데, 그 상원의원은 임기의 처음 4년 동안에는 의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투표했습니다. 그러나 재선 운동을 준비하는 임기 마지막의 2년 동안에는 지역구 유권자들의 성향에 맞추어 투표하기 위해 아주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성공한 모든 정치인들은 지역구 유권자들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것이 단지 선거운동 과정에서 주민들과 악수하고 아기들의 볼에 뽀뽀를 하며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선거가 다가왔을 때 실제로 그들은 의회에서 장기적인 국가의 이익보다는 유권자들에게 영합하는 투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책 《10% 적은 민주주의》에서는 정치인들의 그런 행동이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긴 임기가 더 용감한 정치인을 만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긴 임기를 가진 정치인들이 대부분의 임기 동안 특정 집단, 예를 들어 정치 자금 기부자에게 영합한 다음 선거가 가까워졌을 때만 유권자에게 관심을 돌릴 수도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많은 유권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문제에 대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정치자금 기부자들이 국가나 사회의 이익에 해가 되는 상황에서만 그들의 영향력에 대해 걱정하면 되는 겁니다. 만약 선거기부금이 정치인에게 A라는 회사 대신에 B라는 회사에 정부 계약을 내주도록 강요한다면, 누가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적어도 미국에서는 정치 자금의 기부자들이 큰 선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조 바이든이 낙태에 대한 입장을 바꾸게 하려고 했던 낙태 반대 단체들의 선거 기부금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4년에서 6년마다 선거를 통해 정치인들의 활동을 확인하고, 그들이 평소보다 훨씬 더 나쁜 활동을 할 때에만 그런 나쁜 정치인을 쫓아내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가 잘하는 일입니다. 그 외에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소신대로 일을 하면서 언론의 감시를 받게 하면 됩니다.

세계의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의 레퍼 곡선에서 지나치게 민주주의가 많은 쪽으로 치우쳐 있는 데 따른 비용이 자주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미국의 경우에 민주주의의 과잉으로 인한 가장 큰 비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밖에 다른 나라의 사례도 알고 계신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미국 하원의원의 임기는 2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짧은 임기는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국가에 이익이 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꺼리게 만듭니다. 예를 들자면,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을 반대하는 것이죠. 이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임기가 짧을 때 정치인들은 단기적인 시각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 하원의원들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세계의 어느 나라도 정치인의 임기가 그렇게 짧은 경우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 제도는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호주 하원의원도 3년 단임제를 없애고 4년 또는 5년 단임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전 세계적인 사례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도 어떤 국가가 경제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선거가 임박했을 때에는 그 국가에 노동시장 규제 철폐를 잘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국제통화기금(IMF)이 그 국가의 경제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정책을 요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결국 그 국가는 더 빈곤해지고 낮은 고용율과 저임금 상태에 빠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과잉으로 치러야 할 비용입니다. 

책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지식을 갖춘 유권자들에게 좀 더 가중치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히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영리한 선거구 조정’을 언급하셨습니다. 이 방법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 이런 방법이 실현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내가 책에서 언급한 ‘영리한 선거구 조정’은 지역구당 국회의원 한명을 선출하는 소선구거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을 위한 아이디어입니다. 보통 소선거구제의 경우 각각의 지역구에 대략 비슷한 수의 시민을 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모든 유권자들의 표가 똑같이 계산됩니다. 그러나 ‘영리한 선거구 조정’은 평균 이상의 교육을 받은 유권자들이 많은 지역구를 10퍼센트 더 작게 만드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평균 이하의 교육 수준을 가지고 있는 선거구는 평균보다 10퍼센트 넓히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교육 수준 이 평균 이상인 선거구의 숫자가 지금보다 10퍼센트 정도 더 많아 질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아마도 ‘영리한 선거구 조정’은 헌법을 위배된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영국이나 호주, 심지어 한국 같은 다른 나라들도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며, 10퍼센트 적은 민주주의를 위한 하나의 단계입니다. 그리고 비록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도 하나의 국가에서 지식을 갖춘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무게를 조금 더 주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일 대학교의 경제학자 레이 페어의 모델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데 대선이 있는 해의 경제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0년 미국 대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미국 선거제도에 대해 생각하고 계시는 개혁 방안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유권자들은 대부분 단기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경제 상황이 유권자들의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유권자들은 분명히 선거 1년 이전의 경제에 일어났던 어떤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이것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예외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더 많은 지식을 갖춘 사람들, 더 먼 미래를 내다보며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비중을 둘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훌륭한 정책이라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는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택할 때 일반 시민들의 의견보다는 정당 내부자들에게 더 비중을 두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후보들을 뽑기 위해 밀실 거래를 하곤 했는데, 여기에는 한 가지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 거래를 통해 적어도 유능하고 똑똑한 후보들이 선출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겁니다. 나는 지금이 연기로 가득 찬 방에서 내부자들이 좀 더 끈끈한 관계를 가지며 거래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민주당은 이런 과정을 거쳐 후보를 선출합니다. 미국 민주당에는 이론적으로는 민주당 공천에서 누가 승리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는 강력한 “슈퍼대의원”들이 있습니다. 당 지도부나 주지사와 같은 선출직 공무원들(PLEO, Party Leaders and Elected Officials)이 바로 그 “슈퍼대의원들”이며, 이들은 후보 선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합니다. 이들은 박빙의 선거 과정에서 승리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 당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사람, 더 유능한 사람 쪽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10퍼센트 적은 민주주의를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한국도 그런 국가 중 하나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와 한국과 같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가진 나라에 제안하고 싶은 개혁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대법원과 헌법재판관들은 임기가 더 길어져야 합니다. 6년은 진정한 사법부의 독립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아닙니다. 이 짧은 임기 동안 그들은 미국 상원의원들과 비슷한 생각을 할 것입니다. 올해 자신이 내린 결정 때문에 내년에 자신의 지위를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죠. 따라서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서는 12년 정도 긴 임기를 보장하거나 70세나 75세에 은퇴를 하는 거의 영구적인 임기제를 실시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행의 3년 또는 4년 임기는 한국은행이 선출된 공직자들로부터 독립되었다고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유럽중앙은행 이사회의 위원들은 임기가 8년입니다. 한국 역시 최고위층 경제 관료들이 정치인들로부터 상당히 거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8년 정도의 임기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 기관의 공무원들에게 더 긴 임기를 주는 것은 유권자들의 힘을 약간만 줄이는 것만으로도 한국 정부가 훨씬 더 잘 일하도록 만드는 하나의 실용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10퍼센트 적은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가렛존스

조지메이슨 대학교 공공선택연구센터의 경제학과 부교수. 조지메이슨 대학교 부설 자유시장주의 연구소인 메르카투스센터의 교수로 자본주의를 연구하고 있다. 코넬 대학교에서 공공행정학을 공부한 후 버클리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상원에서 경제고문으로 근무했다.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현대 민주주의 시스템의 효율성을 날카롭게 분석한 이 책에서 그는 풍부한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민주주의가 곧 경제 발전을 가지고 온다는 기존의 상식을 반박하는 동시에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 세계의 사회적, 경제적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현상의 원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또 다른 저서 『하이브 마인드: 국가의 IQ가 자신의 IQ보다 중요한 이유』는 2016년 북어워드를 수상하며 많은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10% 적은 민주주의
10% 적은 민주주의
가렛 존스 저 | 임상훈 역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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