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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로북스, 달려] 우리는 서점이 아닌데요 - 마지막 회

<월간 채널예스>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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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오키로북스의 이야기를 봐주신 『월간 채널예스』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떤 분이 보고 계신지 알 수 없고, 비록 지면으로만 만났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모쪼록 늘 건강하시고, 늘 설레는 일이 여러분의 곁을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12.01)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체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이 정한 정체성과 일치하게 행동하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저는 원래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나를 정의하면 일찍 일어날 능력(?)이 충분히 돼도, 일찍 일어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저는 늘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입니다’라고 나를 정의하면 나는 점점 그런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 그런 모습으로 변해가게 된다. 

비슷한 의미에서 나는 우리를 서점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라고 말을 하고 다닌다. 물론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한 말이지만, 지금은 꽤 진지하게 이렇게 우리를 설명하고 있다. 서점이라고 계속 우리를 정의하게 되면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서점의 특징과 모습, 그 틀 안에서 영원히 갇혀 나아갈 수 없을 거 같았다. 

요즘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에 예전과는 다르게 패션 브랜드라던가, 캠핑 브랜드, 게임 회사, 엔터테인먼트 회사 같은 서점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곳들을 주로 살펴본다. 한때는 시중에 나와 있는 서점에 관련된 책을 다 읽어 나간 적도 있는데, 어느 순간 그것들이 다 비슷해 보였고 이렇게 하면 새로운 서점의 모습은커녕, 우리 서점에도 전혀 미래가 없을 거 같았다. 반대로 서점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얻은 인사이트들은 미래를 보다 긍정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요소가 아주 많았다. 여전히 책을 매개체로 하지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면서 책의 효용과 즐거움을 알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할까?  



우리는 일반적인 독립서점들과 다르게 책이 아닌 ‘인스타그램을 통한 재미 요소’와 ‘포장’을 통해 알려졌다. 처음에는 ‘우리가 서점인데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도 들고, 이러다가 서점이라는 정체성을 잃는 게 아닌지 하는 고민도 많았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엔터테인먼트로 정의한 그 이후에는 더이상 저런 고민도 사라졌다. 오히려 ‘우리는 엔터테인먼트니까 조금 가벼워도 되고, 이것저것 원하는 거 다 해볼 수 있고, 책을 좋아하지 않는 비독자들도 끌어당길 가능성이 있어.’라고 생각하는 큰 계기가 됐다. 그 이후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할 때 조금 더 과감해지기 시작했고, 서점이라는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는 여전히 책을 팔기도 하지만, 온라인 모임이나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더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코로나 발병 이후 우리도 안전상의 이유로 오프라인 매장 문을 닫았는데, 오히려 그 시기에 온라인 매출이 확 늘어서 현재는 그것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을 여전히 느끼고 있기에 곧 다시 문을 열기는 하겠지만 아마 기존의 방식은 아닐 거 같다. 

예전에 책을 홍보하고 팔던 방식에서도 조금 벗어났다. 전에는 입고된 책을 읽고 그 책을 소개하여 판매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전달하는데 훨씬 더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 나는 작년 말에 우연히 독서 모임에서 읽게 된 책 한 권으로 인해 습관과 재테크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후 지금까지 1년여 동안 관련 도서를 매달 6권 이상씩 읽고, 정리하고, 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직접 실행해 보면서 그 과정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해왔다. 책을 통해 내가 변해가는 과정은 실시간으로 전달되어 우리를 보고 있는 손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결국 우리는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변화와 좋은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식을 사용하게 되었다. 서점 주인으로서 조금은 부끄러운 얘기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판매하지 않는 책은 괜히 소개해봤자 남 좋은 일을 시킨다는 마음에 홍보조차 꺼렸는데, 지금은 우리가 판매하는 책이 아니라도 내게 좋은 영향이 있었다면, 혹은 우리 손님에게 좋은 영향이 될 거 같다고 느껴지면 다 소개하고 있다. 

책을 직접적으로 소개하지는 않지만, 신기하게도 책 매출은 전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사람들이 우리 사이트를 찾아오는 숫자는 더 늘었으며, 오랜 시간 정체되어 있던 인스타그램의 팔로우 숫자도 다시 늘고 있다. 우리의 이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늘 그렇듯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는 앞으로도 서점이라는 정체성보다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우리를 열렬히 응원해주는 손님들에게 보답하기 위한 무언가를 계속할 예정이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더 좋은 영향을 주고, 더 좋은 책의 문장을 소개하면서 손님들이 성장할 수 있게 말이지. 

그렇게 되면 당연하게도 우리 오키로북스도 성장하지 않을까? 

그동안 오키로북스의 이야기를 봐주신 『월간 채널예스』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떤 분이 보고 계신지 알 수 없고, 비록 지면으로만 만났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모쪼록 늘 건강하시고, 늘 설레는 일이 여러분의 곁을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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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병철(오키로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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