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김초엽, 2020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작가
<월간 채널예스> 12월호 커버스토리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것, 현실을 그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것, 현실의 제약에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SF의 한계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한테는 이것이 가능성으로 다가와요. (2020.11.30)
소설가 김훈에게 “한국문학에 쏟아진 ‘벼락’ 같은 축복” 이라는 찬사가 보내졌던 때를 기억한다. 2001년이었고 동인문학상 심사평에서였다. 첫 작품으로 독자와 문학 관계자 모두를 매료시킨 작가가 등장한 상황에 관한 말이었다. 그 찬사는 이제 김초엽의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대상과 가작을 동시 수상했다는 놀라움, 첫 단독 저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출간 1년 만에 10만 부를 돌파했다는 소식,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및 <2020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으로 문학계 안팎으로 인정받았다는 흐뭇함. 이 모든 것이 불과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 올려졌다. 무엇보다 그는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을 끊임없이 발표하는 필력으로 스스로를 증명해내고 있다. 2020년 우리들이 기억해야 할 작가, 김초엽이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작품집>이 2018년 2월에 출간되었어요. 작가로 활동한 지 이제 만 3년이 되셨는데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어떤가요? 스스로 좀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합니다.
그 3년이 뭔가 우당탕탕 지났다는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글을 쓸 때 예전에 비해서 조금 확신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나에게 재밌는 글이면 독자분들도 재미있게 읽으실 거라는, 그 정도의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처음으로 청탁을 받고 쓴 작품은 어떤 거였나요?
「감정의 물성」과 『원통 안의 소녀』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의뢰받았어요. 쓸 때도 거의 비슷하게 썼는데, 『원통 안의 소녀』를 먼저 쓰고 「감정의 물성」을 썼어요. 제가 『원통 안의 소녀』를 쓸 때 엄청 부담을 느꼈어요. 「관내 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이미 심사 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거잖아요. 새로 쓴 작품 이 그 정도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다 쓰고 망했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웃음) 편집부에 원고를 드렸는데 재밌게 읽었다고 피드백을 주시더라고요. 긴 감상은 아니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안심이 됐어요. 지금도 비슷해요. 다 쓰고 나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원고를 보내면 편집자께서 짧게 코멘트를 주세요. 그 코멘트를 보고 글이 재밌게 쓰였구나 하고 비로소 안심해요.
그동안 끊임없이 작품을 쓰셨습니다.
사실 제가 생산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에요. SF소설에서의 상상력은 작가의 엄청난 창의성이라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조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제 작품에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있다기보다 기존에 반복되던 모티브들을 재해석해 표현한다고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기존 SF 작품들을 분석하고 해온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두 작품 동시 수상이 여전히 회자됩니다.
두 작품 모두 본명으로 냈는데, 이름을 가리고 하는 블라인드 심사였어요. 나중에 신상 정보를 받아 보니 같은 작가였던 거죠. 심사위원도 놀라셨고, 저도 놀랐어요.(웃음)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 ‘중복 투고는 가능하지만 상은 하나만 준다’와 같은 조항이 있는데, 아마 당시에는 그런 부분을 생각 못 하셨던 거 같아요.
그럼 상금도 각각 받으신 거죠?
네, 각각 받았어요. 꽃다발도 두 개 받았어요.(웃음)
하나의 공모전에 두 작품을 내신 거잖아요. 당시 마음이 어떠셨나요?
둘 중 하나는 가작은 되겠지, 그런 생각이었어요.(웃음)
공모전에서 수상하게 되면 소설가가 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고 결심했던 건가요?
한 번도 전업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전업을 한다면 SF뿐만 아니라 웹소설이나 다른 쪽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본적으로 겸업을 하면서 SF도 쓰고, 이런 식으로 계획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공모전 당선이 화제가 되면서 일이 조금씩 들어오는 거예요.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일이 들어오니까 1년 동안 글만 써보자 결심한 것이 이렇게 이어져 왔어요.
만약 웹소설을 쓴다면 판타지 소설을 생각하신 건가요?
게임 판타지에 좀비 아포칼립스 설정을 섞은 작품이나, 로맨스 판타지에서 끊임없이 타임슬립을 반복하는 ‘루프물’ 작품을 재미있게 봤어요. 판타지로 분류되지만 SF 요소들을 넣은 작품이 꽤 많아요. 그런데 도전해보기 전에 중단편 작가로 먼저 경력을 시작하게 된 거죠. 웹소설은 긴 분량을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쓰는 끈기가 필요한데, 저는 한 편의 글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타입이라 잘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 처음 가지게 됐나요?
어릴 적에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까 프롤로그 1편은 써봤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에는 재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대학에 갔고 교내 공모전이 있었어요. SF소설만 제출하는 것은 아니었고 과학과 관련된 콘텐츠 중에 과학소설도 제출할 수 있는 공모전이었어요. 그게 아마 소설을 완성한 첫 계기였던 거 같아요.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싶다는 마음! 한번 해 보니까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에 엄청난 재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작법서들을 찾아 읽으면서 공부를 해서 쓸 수 있겠구나 했죠. 스토리텔링의 재능은 아니지만 배운 것들을 다시 옮기는 작업을 훈련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20대입니다. 빠르게 주목받는 작가가 되셨는데,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에 신경이 쓰이지는 않나요?
다른 사람의 평가에 별로 신경 쓰진 않아요. 쓰긴 써야겠죠?(웃음) 하지만 그것 때문에 글을 못 쓴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글을 쓸 때는 외부 평가와 완전히 멀어져야 소설을 완성할 수 있거든요. 소설을 쓰는 것은 다른 이들의 평가에서 완전히 떨어져서 다른 세계에 몰입하는 경험이에요
올해 「인지 공간」, 「캐빈 방정식」, 「최후의 라이오니」, 세 작품을 발표하셨어요. 특히 「인지 공간」과 「캐빈 방정식」 에는 장애를 가진 인물이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어요.
처음부터 장애를 다뤄야겠다고 의도한 건 아니에요. 제가 요즘 김원영 변호사와 함께 연재한 『사이보그가 되 다』라는 책을 쓰고 있는데요, 올해 내내 붙잡고 있어요. 장애와 기술을 다룬 글인데, 장애학에서는 몸의 손상이 장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손상과 상호 작용하는 사회 구조가 장애를 만든다고 해요. 아무래도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이야기를 구상하다 보면 무의식에 있는 것들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인지 공간」 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세계의 구조가 개인의 손상과 상호 작용하는 관계에 대한 고민은, ‘세상이 이런 방향으로 좀 더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걸까요?
물론 ‘세상이 이런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언제나 있어요. 다만 글을 쓸 때는 제가 가진 생각과 쓸 수 있는 생각을 어느 정도 구분하려고 해요. 소설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으려고 하고요. 『사이보그가 되다』는 제가 어떤 답을 내릴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아직 한국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싶다,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주로 간접 경험이다 보니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되 너무 많은 ‘주장’을 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관내분실」이나 「인지 공간」과 같은 단편을 보면 타인을 이해하고자 애쓰는 장면이 나와요. 「인지 공간」에서는 이브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사랑했던 인지 공간 밖으로 걸어 나오는 제나의 모습을 그리셨습니다. 특히 「관내분실」에서 주인공이 “엄마를 이해해요”라고 말하는 장면에 많은 독자들이 뭉클해 하셨을 거 같아요.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걸 중시하는 건 맞지만 주제를 미리 정하고 쓰지는 않아요. 읽은 뒤에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마음을 움직이는 방향이 여러 가지 있잖아요. 부정적으로 여운이 남을 수도 있고, 어떤 소설은 읽은 후 허무함이 남기도 하고요. 또 어떤 소설은 우리가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냉소나 씁쓸함 같은 것이 남아요. 저는 아무래도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이해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나 봐요. 이해에 도달하는 이야기보다는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이 한 번 교차했다가 다시 흩어지는 이야기요. 한 번 교차하고 헤어지면 어차피 이해하지 못했잖아, 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교차의 순간이 중요하니까요.
평소에 감수성이 예민한 편인가요?
저 많이 둔감해요.(웃음) 소설 쓸 때도 인물들이 저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몰입하는 과정이 길어야 해요.
저희 집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은 초등학교 5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있는데, 모두 「공생 가설」이 제일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공생 가설」은 어떻게 쓰게 됐나요?
가장 먼저 떠올린 아이디어는 ‘신생아들의 울음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의미가 있다면 어떨까?’였어요. 어디선가 동물들의 말을 해석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연상작용으로 떠올린 것 같아요. 다음으로는 아기들에게 외계 생명체가 기생하고 있어서 그런 거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왜 지금 성장한 우리는 그 생명체의 존재를 모르는 걸까, 하고 질문을 거듭하면서 이야기의 전체 틀을 완성했어요.
「공생가설」에서 인간의 이타성이 외부에서 왔다는 설정이 충격적이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습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되는 전제들을 비틀어보는 것에서 쾌감이 느껴졌어요.
비인간 존재들이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클리셰에 다소 불만이 있어요. 인간성에 과한 찬사를 보내거나, 인간이 가장 훌륭한 생명체라거나 하는 것들이요. 현대 SF에서는 어차피 잘 안 쓰이는 클리셰이긴 한데, 대중적으로는 아직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로봇’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물론 「공생 가설」을 구상하던 초기부터 의도적으로 인간은 대단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한 건 아니었는데요. 쓰다 보니 평소 하던 생각이 들어갔나 봐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주인공이 할머니였다는 것에 놀라는 독자가 많았어요. 사람들이 으레 생각하는 것을 비틀면서 허를 찌르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사실 제가 글을 쓰는 방식이나 글에 사용하는 아이디어들이 SF 장르에서 그렇게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인물의 성별을 드러내지 않거나 모호하게 서술하는 건 국내 SF 작가들도 많이 쓰는 기법이고, 관습적으로 남성 인물에게 주어질 법한 특성들을 여성 인물에게 대입하는 것도 현재 대중문화에서 자주 시도되는 일 같아요.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잘 기억했다가 나도 써먹어야지’ 하죠. 대부분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배운 것들이에요.
발표한 작품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을까요?
특별히 그런 것은 없고요.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단편 중에서는 「최후의 라이오니」 가 최근작이고 독자들도 많이 좋아해 주시는 작품인데, 다른 작품을 쓰게 되면 그 작품을 더 많이 좋아하겠죠.(웃음)
포스텍에서 공부하셨는데,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하셨나요?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중3 때 화학에 관심이 생기면서 그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과학을 직업으로 하려면 공부를 잘해야겠더라고요. 그런 필요에 의해서 공부를 하게 됐어요. 과학이 재밌어지고, 과학책을 많이 읽었어요. 중학생 때 도서관에 가서 출간된 과학 분야 책들을 대부분 찾아 읽은 거 같아요. 특히 칼 세이건을 좋아했고, 생물학책도 많이 읽었어요.
칼 세이건 책의 어떤 부분이 좋았나요?
칼 세이건은 인류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직시하면서도, 그 사실로부터 도출해내는 낙관을 이야기해요. 비관과 냉소 대신 합리주의와 과학이 인류에게 어둠 속 촛불이 되어줄 거라고 했고요. 물론 지금은 칼 세이건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세계를 성실하게 탐구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낙관주의를 지금도 좋아하는데, 아마 어릴 적 읽은 칼 세이건의 책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연말이에요. 특히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조유나 편집자님이요. 처음 원고에서 내용을 많이 쳐내셨거든요.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어요. 덕분에 독자에게 좀 더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글이 된 거 같아요.
특히 「관내분실」을 많이 수정하셨다고요.
문장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원고가 처음과 많이 달라졌어요. 원래 엄마와의 갈등을 좀 더 극적으로 그렸는데, 그렇게 하니까 엄마 개인의 문제로 해석되는 것 같더라고요. 원래 쓰려고 한 의도에서 엇나갔다는 생각이 들었고, 편집자님도 너무 날카로운 부분을 쳐내면 보편적인 서사가 될 수 있겠다고 하셔서요. 그래서 많이 고쳤죠.
작가님을 보면서 SF소설 쓰기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질 거 같아요. 그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요?
SF소설 쓰기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대신 기존 SF소설을 읽으면 도움이 돼요. 소재를 과학에서 가져오기보다는 SF장르 내에서 반복된 모티브, 클리셰를 쓰는 것이 SF소설 쓰기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과학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SF를 많이 읽고 공부하는 것이 자산이 되죠.
SF소설 중 한 작품을 추천한다면요?
한 작품을 추천하기는 정말 어렵고 작가를 추천한다면 어슐러 K. 르 귄의 작품이요! 어슐러 K. 르 귄의 작품들은 문화적, 인류학적 사고 실험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제가 SF를 잘 몰랐던 초보 작가이자 초보 독자였던 시절, 어슐러 K. 르 귄을 읽으며 제가 가지고 있던 SF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깨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SF에서는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거나 사회상, 인물 간의 관계를 그리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라거나 하는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됐어요. 만약 SF를 쓰고 싶지만 아직 충분히 읽어보지 못한 분이라면, 어슐러 K. 르 귄의 작품을 보면서 SF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해 보셨으면 해요.
작가님에게 글쓰기는 무엇인가요?
아직은 글쓰기가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고민해 보지 않은 것 같아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생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심각해지는 무언가라고 해야 할까요. 원래는 사고의 도구, 나의 ‘외장 기억’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생계가 되어버렸어요.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글쓰기가 있을까요?
우선은 지금 쓰고 있는 논픽션을 마무리하고 생각해야 할 거 같아요. 이번에 쓰는 논픽션은 에세이 성격이 있긴 하지만 인문 논픽션에 더 가까운 글이거든요. 개인적인 것을 드러내는 글보다는 뭔가를 분석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담은 글을 쓰는 것에 재미를 느껴요. 일단 이 책을 마무리하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특정한 주제를 다룬 논픽션을 써보고 싶어요. 언제든지 관심 주제가 생기면 써볼 거예요.
본인을 표현하는 말 중 소설가와 SF 작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요?
SF 작가를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SF소설을 쓴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즐거움이 있거든요. 세계를 만든다는 것, 현실을 그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것, 현실의 제약에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SF의 한계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한테는 이것이 가능성으로 다가와요.
SF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요. 일상과 다른 낯선 것,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그 낯선 자리에서 나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잖아요. SF가 줄 수 있는 경험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초엽 소설가. 1993년생.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사실 공부보다 모니터 속에서 시간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상상을 해 보는 일이 좀 더 즐겁다.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있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2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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