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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두비, 제멋대로지만 솔직한 페르소나
비바두비(beabadoobee) <Fake It Flowers>
21세기의 문법인 베드룸 팝을 선택하지 않고 20세기 말의 록스타가 되겠다는 비바두비의 선언. (2020.11.18)
비바두비에게 2020년은 터닝포인트다. 데뷔 후 3장의 EP를 내면서 포크에서 그런지 록으로 음악의 방향성을 가다듬어가던 중, 그가 기타로 처음 작곡한 곡인 'Coffee'가 올해 틱톡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 그러나 그는 갑작스러운 인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첫 정규 <Fake It Flowers>는 21세기의 문법인 베드룸 팝을 선택하지 않고 20세기 말의 록스타가 되겠다는 비바두비의 선언이다.
강렬한 록 반주 위로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1990년대의 크랜베리스를 연상시키지만, 팝적인 멜로디나 거친 가사에서 드러나는 캐릭터는 앨라니스 모리셋, 혹은 에이브릴 라빈에 더 가깝다. 'Care'는 펑크(punk)의 간결한 구성과 정서를 차용하면서도 귀에 꽂히는 멜로디로 지루함을 발라냈고, 'Worth it'의 코러스는 10대 시절 겪을법한 친구 관계의 불안감을 완벽하게 담아낸다. 대중에게 다가갈 줄 아는 감각이 돋보인다.
다양한 록 장르의 근본 역시 놓치지 않는다. 자해에 대해 노래한 'Charlie brown'에서는 목을 긁어가며 소리를 지르고, 'Sorry'는 멜로디와 곡의 구성에서 메탈의 향기를 강하게 풍긴다. 특히 스트링을 차용한 섬세한 악기 편성에서 시작해 후반부에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완급조절이 일품이다. 제목부터 음울한 'Emo song'은 'Care'에서 운을 뗀 배신에 대한 정서를 한층 싸이키델릭하게 풀었는가 하면 'Dye it red'는 드럼 주법의 변주로 그런지 사운드에 질주감을 주입한다.
일탈을 노래하며 파도 소리를 넣어 다소 진부한 연출을 보여주는 'Back to mars'나, 6분 동안 자신의 남자친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Horen sarrison', 같은 곡들은 유치함과 진정성 사이를 오간다. 그러나 자신의 미래 자녀 이름을 외치는 'Yoshimi forest magdalene'에서 제멋대로지만 솔직한 페르소나가 완성된다.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의 곡에 대한 레퍼런스인 'Yoshimi',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따온 'Forest', 그리고 픽시스(Pixies)의 'Magdalena'에서 따온 마지막 이름까지. 그 엉뚱함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미숙함을 캐릭터로 승화시키는 영리함이 앨범의 승부처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외치는 소녀의 모습에서 2000년대 초반에 완성된 매닉 픽시 드림 걸(Manic Pixie Dream Girl)의 전형이 겹쳐 보인다. 스네일 메일(Snail Mail)이나 사커마미(Soccer Mommy)같은 다른 Z세대 여성 인디 록 뮤지션에 비해 팝의 성향을 더 많이 드러내고 있기에 더 그렇다. 비바두비는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쿨한 소녀'다. 자신을 향할 수많은 대상화의 시선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 숙제가 그의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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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