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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 꽉 찬 감상을 전하는 알앤비 앨범
크러쉬(Crush) <with HER>
세련되면서도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 메이킹이 장점인 그는 본작에서도 감도 높은 보컬 라인을 곳곳에 새겨놓았다. (2020.11.18)
군 입대를 앞두고 발매한 크러쉬의 미니 앨범은 다섯 수록곡을 모두 여성 뮤지션들과의 듀엣으로 채운다. '그녀와 함께'라는 제목이 은유하듯 초대한 그녀들과 남녀의 사랑에 대한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콘셉트 앨범이다. 화려함 없이 절제한 악기 편성은 통일된 음향으로 가수가 주인공으로 존재할 공간을 마련하고, 'Tip toe'와 'Step by step' 등의 곡으로 1990년대 알앤비를 재현하며 장르에 대한 아티스트의 강한 애착을 드러낸다.
세련되면서도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 메이킹이 장점인 그는 본작에서도 감도 높은 보컬 라인을 곳곳에 새겨놓았다. 작품에서 가장 대중친화적이라 할 수 있는 태연과의 듀엣 곡 '놓아줘'는 대중적인 곡 구성과 선명하게 살아있는 선율로 타이틀로서의 기능을 충족하고, 최근 AOMG에 합류한 이하이와 호흡 맞춘 'Tip toe'는 따라 부르기 좋은 훅(Hook)을 무기로 중독을 담보하며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질 수 있는 강한 전염성을 지니고 있다.
전체적인 멜로디 흐름이 이전 크러쉬 노래와 다르지는 않으나, 그러한 자신이 잘 쓰는 리듬을 근간으로 해 가창에 자신감이 넘친다. 흠잡을 데 없이 가히 훌륭한 보컬 연기가 이번 음반의 핵심이다. 그 면모는 신예 뮤지션 비비(BIBI)와 협업한 'She said'에서 정점을 이루는데, 가수의 톤에 최적화된 리듬과 진성, 팔세토, 랩을 자유자재하게 오가는 완급 조절, 편곡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변모해 나가는 감정선이 남녀의 야릇한 로맨스를 매우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단순히 듣기 좋은 싱잉이 아닌 곡 테마를 선명하게 듣는 이에게 전하는 표현력이다. 그런가 하면 이소라와 꾸민 '춤'에서는 크러쉬의 트렌디한 발성과 담담하게 가라앉힌 객원 가수의 목소리가 안정적인 궁합을 이루며 이별에 대한 성숙한 시선을 내비친다.
헤어짐에서 만남까지 사랑의 통일된 주제 아래 복합적인 감정을 엮어낸 전개 과정을 장르적 특성과 배합해 높은 완성도와 아티스트의 캐릭터를 모두 잡았다. 다섯 곡의 짧은 분량에도 꽉 찬 감상을 전하는 알앤비 앨범이다. 자극 없는 사운드와 'Step by step'의 보다 비대중적인 얼개는 많은 사람들을 대번에 사로잡을 스타일은 아니나, 그것이 크러쉬가 다수 대중과 비교적 비주류의 취향을 가진 리스너에게 고르게 선택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히트곡을 뽑아내는 송라이터인 그는 한편으로는 이렇게나 아티스트적 고집이 있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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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크러쉬>11,900원(19% + 1%)
이야기, 목소리, 느낌, 감정, 잔향, 실루엣. 그녀들의. 1. 놓아줘 (with 태연) 스무드한 R&B/Soul 기반의 곡으로, 쓸쓸한 피아노 선율 위 따뜻한 기타 연주, 그리고 태연과 크러쉬의 하모니가 돋보인다. 이별이 다가왔음을 느끼는 두 남녀의 목소리. 그녀는 끝을 알고 있었을까. 2.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