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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영, 따뜻함을 건네는 한 편의 위로집

오소영 <어디로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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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덜 박힌 못' 같았던, 혹은 지금도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한 편의 위로집이다. (2020.11.11)


자신을 '덜 박힌 못 같은 존재'라고 노래하던 오소영이 '무겁게 날 짓누르던 기억들'에 안녕을 고한다. 정규 2집 이후 11년 만의 복귀다. 넋 놓고 우울을 풀어 헤치던 그를 기억한다면, 정규 3집 <어디로 가나요>는 '죽음'을 주제로 담고 있음에도 낯설 정도로 밝고 포근하다. 오소영 자신에게도, 주제 자체에도 모순으로 비칠 수 있는 지점.

<기억상실>에서의 오소영은 철저히 우울에 잠식되었고 <A Tempo>에서는 그것들에 비교적 초연해졌다. 그렇게 도달한 <어디로 가나요>는 따뜻하고 편안하다. 지난날의 오소영은 자신을 괴롭히던 기억들을 '잊고 싶어 했으나, 지금의 오소영은 그것들이 '이제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부정의 단어를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우울을 덜어낸다. 이 음반은 그의 변화된 내면을 고스란히 투영했다.

음악 내에서 화자가 변화된 것 또한 그 방증. 도망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기억상실>의 '떠돌이'와 이번 음반의 '어디로 가나요'는 키워드는 같지만 메시지는 다르다. 단조로 진행되는 '떠돌이'는 음울한 사운드로 자신의 도망을 노래했다면 '어디로 가나요'는 타인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한때 자신처럼 길을 잃고 떠도는 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과 위로다.

음악적 변화의 핵심은 사운드에 있다. '욕실은 온통 검붉게 물들고/그녀는 외롭게 놓여있었네'라는 직설적인 가사의 '살아있었다'는 컨트리 장르를 차용,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로 죽음의 어두운 단면에 숨을 불어넣는다. 요들송 '즐거운 밤의 노래'는 색소폰 연주를 가미해 경쾌함을 유도하고, 합창 구간이 돋보이는 '멍멍멍'은 단연 그에게 볼 수 없었던 쾌활함이다. 본래 오소영이라면 쓰지 않았을 악기와 음악적 장치로 변화를 꾀한다.

지난 6월 이즘과의 인터뷰에서 오소영은 '밝은 음악을 하자고 의도하진 않았어요. 제 자신이 많이 변한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마음에 뾰족하게 돋아있던 모서리는 부드럽게 다듬어져 넉넉한 품을 내어준다. 언젠가 '덜 박힌 못' 같았던, 혹은 지금도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한 편의 위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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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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