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캔디의 책 구매 일지
<비밀의 숲 시즌2> 가 얼마 전에 끝났다. 토요일, 일요일 저녁을 먹고 TV 앞에 앉아 마치 책을 정독하는 마음으로 본 드라마여서 종영이 아쉬었다. 책을 읽듯이 열심히 본 이유는, <비밀의 숲 시즌 2>를 본 시청자라면 모두 공감하는 부분일 거 같은데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배경과 검찰과 경찰의 힘의 관계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대사량이 많았고, 어떤 대사나 장면을 놓치면 다른 장면에서 그 인물이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했는가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만큼 장면과 장면들이 촘촘하게 연결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밀의 숲 시즌2 대본집』을 샀다. 예약 판매를 한 것이라 아직 책을 받지는 못했다.(10월 20일 발송이 된다고 하니, 10월 21일 받을 것 같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다고, 정말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대본집까지는 사는 것은 드물다. 영화 메이킹북은 두 번 사봤다. 『윤희에게 메이킹북』과 『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보드북 초판 한정 박스 세트』. 『윤희에게 메이킹북』은 영화 스틸컷에 감독과 스탭들의 제작 후기가 덧붙혀져 있는데 그 이야기가 궁금했고, 『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보드북 초판 한정 박스 세트』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그린 스토리보드가 탐났다. 드라마 대본집은 사실 처음 사본다. 심지어 2권짜리를! 내가 왜 『비밀의 숲 시즌2 대본집』을 사고 싶었는지, 찬찬히 생각해본다.
먼저 한 장면이 떠올랐다. 5화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인데, 1차 검경협의회에서 전세사기범 영장을 서부지검에서 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듣고 황시목이 강원철을 찾아가 얘기 나누는 장면이다. 황시목은 전 서부지검장이었던 강원철이 서부지검에 전화를 넣으면 영장 발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강원철 : 황시목아, 나야말로 전관이야. 너 지금 나한테 영향력 행사하라고 하는 거라고. ‘나 예전 서부 지검장인데’하면서 이래라 저래라하면 그게 맞는 거야?
황시목 : 그러네요. 여기 오시기 전에 서부지검에 계셨으니까 제가 여기로 오는게 가장 즉효라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저도 전관예우를 당연시 했네요. 너무 당연하게 전임자한테 기댄거고요.
강원철 : 뭔 뜬금없는 자아 비판이야? 넌 사적인 이익으로 노리고 위법하고 그런 건 아니잖아.
황시목 : 다른 사람도 그랬겠죠. 출입 통제선을 뽑은 사람도 전관 출신 변호인을 찾았을 때 자기가 무슨 대단한 잘못을 저지른다고 생각 안 했을 겁니다. 그저 자기 일을 제일 잘 해결해줄 사람을 찾은 거겠죠. 제가 여기 온 것처럼요.
강원철 :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생각했어? 스스로를?
황시목 : 그런 생각 자체를 안해본 것 같은데요. 제가 청탁으로 결과를 바꾸려는 경우의 수는 넣어본 적이 없어서요.
강원철 : 이게 진짜 폐단이 되려면 말이야. 내가 이번에 네 부탁을 들어줬어. 남인태한테 지랄해서 용산서에 영장 내 줬어. 근데 다음에 내가 곤란한 일이 생긴 거야. 그래서 내가 너한테 “야, 이것 좀 어떻게 해 줘, 어? 나 좀 살려 줘” 내가 그래, 그럼 너는? 해줄 거야? “야, 전에 내가 네 부탁 들어줬잖아. 내가 그거 해결하느라고 얼마나 욕봤는지 알아?” 그러면서 슥삭슥삭 해 달라고 하면? 응?
황시목 : 안되는데요.
강원철 : 됐어, 그럼, 인마. 별 것도 아닌 일 가지고. 이 전관예우가 케이스로 늘어놓으면 진짜 나쁜 짓 같은데 막상은 자연스러워.
“다른 사람도 그랬겠죠. 출입 통제선을 뽑은 사람도 전관 출신 변호인을 찾았을 때 자기가 무슨 대단한 잘못을 저지른다고 생각 안 했을 겁니다. 그저 자기 일을 제일 잘 해결해줄 사람을 찾은 거겠죠.”라고 얘기하는 황시목의 말과 “이 전관예우가 케이스로 늘어놓으면 진짜 나쁜 짓 같은데 막상은 자연”스럽다고 얘기하는 강원철의 말이 기억되었다. 전관예우를 하는 사람을 무조건 부도덕한 사람으로 단순하게 몰고 가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이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행동이라는 것을 얘기하며 결국 공정성에 기반한 제도와 법의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작가의 표현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후 드라마를 보면서 각 장면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좀 더 생각하며 보았고, 어느덧 나는 <비밀의 숲 시즌2>를 조승우와 배두나 등 배우들의 연기와 박현석 PD의 연출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로서만 아니라 이수연 작가의 작품으로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런 생각이 있었으니 『비밀의 숲 시즌2 대본집』을 사서 그의 글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글로 읽고 싶은 드라마를 앞으로 더 많이 만나길 바라며 10월 21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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