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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원 칼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만큼 (Feat. Queen)

김은우 『목성에게 고리는』 / Queen ‘Radio G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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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천체들처럼 서로 너무 멀리 있어서 각자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일들을 사소히 보아 넘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2020.09.16)

언스플래쉬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 중 하나는 교재용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했던 일이다. 아이와 함께 집에 있는 과학 교재용 망원경을 시험해 보기 좋은 여름밤이었다. 망원경을 처음 사용했을 때는 추운 겨울이어서 관측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여름밤에 옥상에서 보는 별은 꽤나 운치도 있고 좋았다. 모기가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망원경은 교재용이었지만 꽤 큰 편이고 제법 그럴듯하게 생겼다. 처음에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을 생각하고 인터넷으로 사용법도 다시 찾아보고 나니 어렵지 않게 별들을 찾을 수 있었다. 

별을 관찰하면서 새삼 놀란 것이 몇 가지 있다. 교재용 망원경으로도 생각보다 달의 표면은 크고 밝게 잘 보였고, 서울의 도심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별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토성과 목성의 고리와 위성도 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달 표면에는 정말 생생한 얼룩무늬가 있었고(토끼를 닮은 것도 같았다), 아이가 노트에 그린 하늘에는 수십 개나 되는 별이 지도를 만들고 있었다. 토성의 고리는 아주 뚜렷하고 위성들까지 잘 보였는데, 사실 목성의 고리는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소설집 『목성에게 고리는』을 읽기 시작한 데는 목성을 직접 보게 된 최근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서 책을 읽게 된 지가 조금 지났는데, 가장 어려운 점 중에 하나는 책을 고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서점에서는 좀 애매한 촉을 가지고도 일단 넘겨보게 될 책장이 (화면 안에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쉽게 넘겨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목성을 직접 봐서였을까, ‘목성에게 고리는’ 뒤에 어떤 말이 숨어 있을지가 왠지 더 궁금해졌다. ‘어떤 의미일까’ 같은 문장이 일단 떠오르기는 했지만 거기에 대한 답도 아마 있겠지 하고 생각하는 편이 독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이 책은 201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페이퍼 맨」이 당선되어 등단한 김은우 작가의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목성에서 고리는을 비롯해서 「페이퍼 맨」 등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표제작인 『목성에서 고리는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조금씩 몸이 떠오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만큼 조금씩 떠 있게 되는 이 증상 때문에 주인공의 언니는 불안감을 느끼고 일상생활에서 점점 어려움을 겪지만 같은 증상인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은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자매의 아버지도 예전에 같은 증상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한편 다리가 불편한 주인공은 수영장 속에서만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으며 더 나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치 몸이 떠오르는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이 단편은 작가 스스로 ‘어딘가 미완성인 것 같다’라고 작가의 글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아마도 이야기로서 진행되는 사건이 많지 않아서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몸이 조금 떠 있는 듯한 감각으로 표현된 어떤 ‘상태’ 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선명해서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다. 조금 갑작스러운 듯한 결말이 주는 여운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남의 눈에 티끌이 내 눈의 들보’라는 속담처럼, 목성의 고리는 내가(누군가가) 눈치채기 어려운 작은 일이 다른 이(나)에게는 엄청나게 커다란 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어쩌면 우리는 천체들처럼 서로 너무 멀리 있어서 각자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일들을 사소히 보아 넘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작은 일이 아니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만큼 멀리 있는 것이다.



오늘의 추천곡은 목성의 어원을 따라가면서 골라 보았다. 목성을 뜻하는 영어 ’Jupiter’ 는 그리스 천둥의 신 ‘유피테르(제우스)’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80년대에 발매된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수많은 명곡들에 사용된 이 악기는 특유의 음색으로 많은 뮤지션이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곡으로 꼽을 수 있는 곡이 퀸의 ‘Radio GaGa’다. 워낙에 유명하고 명곡이기도 하지만 목성의 소리(Jupiter)를 상상하면서 듣는다면 좀 더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목성에게 고리는
목성에게 고리는
김은우 저
재승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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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덕원

뮤지션. 인디계의 국민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1대 리더. 브로콜리너마저의 모든 곡과 가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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